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

 

[아츠앤컬쳐] 매년 여름(7월말~8월말) 독일 바이에른주 북쪽에 위치한 소도시 바이로이트(Bayreuth)에서 열리는 ‘바이로이트 축제’는 바그너의 음악과 작품만을 연주·상연하는 특별한 페스티벌이다. 1876년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무대에 올리면서 시작된 이 페스티벌은 독일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의 바그너 오페라 애호가들이 성지 순례하듯 모여들어 바그너의 오페라를 관람하는 공연예술의 메카이다.

오페라의 역사를 바꾼 바그너
오페라의 역사를 바꾼 바그너

바그너와 오페라의 도시 바이로이트
바이로이트는 BMW와 맥주로 유명한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북쪽 프랑켄 지역에 위치한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다. 하지만 이곳은 매년 여름 세계 각지에서 바그너의 오페라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오페라 팬들로 활기가 넘친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특장점을 꼽으라면 역시 바그너 작품(총 10편)만을 무대에 올린다는 특별함과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 그리고 관객의 공연에 대한 애착(충성도)이 어느 축제보다도 크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티켓 구하기는 괴담 수준이었다. 보통 티켓 구매 경쟁이 10대 1정도로 알려져 있었는데, 전화나 메일, 팩스 신청은 안 되고 반드시 우편으로만 신청을 받던 시절에 누구는 10년 만에 표를 받았다고 하고, 누구는 15년 걸렸다고 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예약 시스템으로 제도를 바꾸면서 50~100대 1까지 경쟁률이 올라갔다고 한다.

바그너의 10 작품 모두 빼어난 수작이지만 바이로이트를 특별하게 만드는 오페라는 역시 [반지] 4부작이다. 인류가 만든 공연예술 작품 중 가장 방대한 걸작으로 꼽히는 [반지]는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 4편으로 이루어져 나흘 동안 공연하게 되어 있고 바이로이트 오페라극장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특히 본 편인 <발퀴레>부터는 공연 시간이 3시간 반이 넘기 때문에 공연 후 반드시 하루를 쉰다.

그래서 바이로이트에서 이 [반지] 4부작을 보려면 6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과 우주의 대서사시에 비견되는 [반지]를 바이로이트에서 본다는 것은 오페라 팬들에게는 생애 가장 소중한 감동의 시간이요 황홀한 1주일로 기록된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 내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 내부

인구 20만 바이로이트의 오페라극장 2개
바그너는 자신의 일생의 역작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를 작곡하면서 이 작품을 성공적으로 공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극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세기 오페라 극장이라는 것은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라기보다는 귀족, 부르주아, 엘리트들의 사교의 장소로서의 기능이 더 강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자신의 <반지>를 상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바이에른주 오버프랑켄 군의 이 작은 도시에는 1748년 주세페 비비에나의 설계로 지어진 호화로운 바로크 극장이 있었고 바그너는 이 극장(변경백오페라극장)의 설비가 매우 훌륭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반지]의 상연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확인해 보기 위해 답사한 결과 자신의 새로운 작품을 상연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작은 극장이었음이 알게 됐다. 그러나 이 도시는 바그너의 마음에 들었고 마침내 그는 교외의 숲속 언덕에 새로운 오페라극장을 짓기로 결심했다.

독특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 오케스트라 피트
독특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 오케스트라 피트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의 독특한 내부구조
극장의 설계에 직접 관여한 바그너는 오케스트라 피트를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게 무대 밑으로 집어넣는 그야말로 독창적인 생각을 해냈는데 이 때문에 관객은 오케스트라나 지휘자에 주위를 빼앗기는 일 없이 오직 무대에만 시선을 집중할 수 있으며 관악기의 소리는 피트 내를 한번 돌아 현악기의 소리와 섞여 피트 밖의 관객에게 전달되므로 매우 독특한 이른바 ‘바이로이트 사운드’라는 것을 창조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바이로이트 사운드’라고 하는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의 음향은 전 세계 오페라팬들을 설레게 한다. 대부분의 오페라 극장과는 달리 오케스트라 피트가 계단식 모양으로 무대 아래로 완전히 숨겨져 있어 관객석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또 오케스트라 음악은 마치 심연에서 흘러나오듯 지하에서 나와 무대를 타고 객석에 고루 퍼지기 때문에 금관악기가 많은 대규모 악단의 음악인데도 귀가 따갑지 않고 매우 부드럽고 세련되게 들린다.
 

일부 오페라 팬들은 매년 바이로이트를 찾는 사람들을 그저 “바그너의 독선적인 예술관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마치 사이비종교인처럼 성지를 방문하는 이해 안 되는 인간들”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바이로이트극장을 다년간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필자가 보기에 오페라 팬들이 바이로이트를 방문하는 매우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전 세계 어느 오페라극장에도 없는 매우 독특한 바이로이트극장의 음향을 경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지금까지 대략 50여 군데의 오페라극장을 방문했지만 바이로이트 극장의 그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아름다운 음향을 들려주는 극장을 만나지 못했다.
 

오페라에 대한 관객들의 숭고한 관심과 열정이 만드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2차대전 후 본격적인 국제적 명성을 쌓아나갔다. 1951년부터 손자 빌란트 바그너의 주도로 재개된 페스티벌은 정치적 색깔을 완전히 배제하고 바그너 드라마를 심리적인 측면에서 파헤쳐 나갔으니, 이를 일컬어 ‘新 바이로이트 양식’이라고 한다. ‘신 바이로이트 양식’을 주도했던 빌란트 바그너가 죽자, 동생 볼프강 바그너가 전권을 쥐게 된다.

볼프강은 동시대의 다양한 해석조류들을 바이로이트 무대에 과감히 수용하였으며, 페스티벌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크게 힘써 많은 음반과 영상물들이 만들어졌다. 현재는 볼프강 바그너의 딸 카타리나 바그너가 총감독,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음악감독으로 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다. 올해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변함없이 전 세계의 바그네리안들을 열광으로 몰고 갈 준비를 하고 있다.
 

글 | 서정원
클래식음악 해설자, 음악칼럼니스트이자 유럽음악여행 기획자이다. 서울에서 영문학과 미학, 독일 함부르크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했다. 오랫동안 지인들과 오페라를 공부하고 즐기며, 베를린, 뮌헨, 드레스덴, 잘츠부르크, 바이로이트, 베로나, 취리히, 파리 등을 방문하여 세계적인 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의 오페라, 콘서트를 경험했다. 현재 클래식음악공연기획사 서울컬쳐노믹스 대표다.
gardenseo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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