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浮遊)하는 세상
[아츠앤컬쳐] 프랑스 제 2의 도시로 불리는 리옹의 올해 가을은 문화와 예술행사로 그 여느 때보다 풍요롭다. 영화축제인 뤼미에르 페스티발(Lumière Festival)이 10월 14일부터 22일까지 한창이다. 리옹시 곳곳에 붙어 있는 포스터가 축제의 분위기를 실감케 한다. 세계 최초로 영화를 발명한 뤼미에르형제를 기념하고자 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개최하는 영화제에서 상하이 출생의 왕가위감독이 올해 뤼미에르상을 수상하였다.
격년제로 열리는 대형 미술 전시행사인 리옹 비엔날레가 9월 20일에 개막하여 내년 1월 7일까지 이어진다. 1991년에 티에리 라스파일(Thierry Raspail) 예술감독하에 처음으로 기획된 리옹 비엔날레는 올해로 14회를 맞으며 진중함을 더하고 있다. 한편, 그간 우리나라 작가로는 최정화가 2003년에 참여하여 ‘인공 꽃나무’를 잔디밭에 설치했다. 알록달록 총천연색의 플라스틱을 소재로 하는 키치 작가로 잘 알려진 그의 작품은 비엔날레 행사 이후에도 리옹시에서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해외에서 더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작가 최정화의 꽃나무는 이제 리옹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았다. 리옹시 중심에 위치한 벨쿠르 광장에서 강가로 향하는 야외공간에 분수와 함께 자리 잡은 이 작품은 현란한 색채와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 때문에 오가는 관객과 행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백남준 작가의 작품과 이우환 작가의 설치 작품이 소개되었다.
이번 비엔날레의 대표격이 되는 전시의 주제는 바로 <현대(modern)>이다. ‘현대’라는 주제에 질문을 던진다. 넓은 의미의 현대성을 두고 현대사회를 바라본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는 물론 토론과 대담, 그리고 출판으로 이어졌다. 근현대 고찰 속에서 갈수록 박차를 가하는 국제화에 대한 물음도 던져 보았다. 이처럼 세계화가 확산되면서 수많은 요소들이 끊임없이 이동하며 ‘흐름’이라는 현상을 야기하였으며, 이는 유동적으로 흐르는 ‘액체성’과 부합된다.
홀로코스트를 일시적 광기로 치부한 당대 다른 학자들과 달리 이를 근대성의 산물로 여겼던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은 1990년대 탈근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여 2000년대 들어 ‘유동하는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을 창시하고, 현대사회의 유동성과 인간의 조건을 분석한 ‘유동하는 근대’ 연작을 잇달아 발표한 바 있다. 바우만의 핵심 사상인 ‘유동하는 근대’란 기존 근대사회의 견고한 작동 원리였던 구조, 제도, 풍속, 도덕이 해체되면서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국면을 가리킨다.
전시를 기획한 엠마 라빈느(Emma Lavigne)큐레이터는 리옹이 지닌 지형적 조건과 전시가 잘 부합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전시 명처럼 부유(浮遊)하기 위해서는 물이나 액체가 필요조건이다. 리옹은 우스갯소리로 론느강(le Rhône)과 손느강(la Saône), 그리고 포도주의 세 강이 흐른다고 한다. 보르도 등 와인 산지가 멀지 않다. 이번 전시는 리옹시의 서너 장소에서 동시에 열리기에 관람객들은 강변을 걷고 다리를 건너며 산책을 하듯 감상할 수 있다. <악의 꽃>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는 저서 <현대사회의 화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대는 과도(過渡)이며, 덧없으며, 우발적이며, 예술의 절반인데, 다른 절반은 영원이며 부동(不動)이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