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lle Pissarro, Paysannes plantant des rames,1891© Sheffield, Museums Sheffield
Camille Pissarro, Paysannes plantant des rames,1891© Sheffield, Museums Sheffield

[아츠앤컬쳐] 우리나라에서 그림 모으는 것이 붐이 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2000년대 중반으로 기억한다. 1988년 이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었고, 이에 대한 가장 큰 수혜를 본 세대는 바로 수능 첫 세대이다. 1970년대 중후반 세대들은 해외여행 자유화 바람에 배낭여행은 물론 해외에서 체류하며 영어를 배운 영어연수 첫 세대이기도 하다. 문득 해외여행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떠난 학생들은 평소 한국에서 잘 가지도 않는 미술관에 열심히 다니며 작품도 감상하고 인증샷을 남기며 견문을 넓혔다. 이로 인해 더 이상 책이나 TV에서만 보던 유명 미술품을 진품으로 보는 풍토가 생긴 것이다.

90년대 후반 시작된 세계 유명걸작의 진품을 감상하는 트렌드는 2000년대에도 이어져 국내 미술관에서도 해외 유명미술관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밀레의 여정, 렘브란트 초상화전, 샤갈전 등이 히트를 하면서 젊은이들이 미술관에 가서 데이트를 하는 풍토가 형성되었을 뿐 아니라 초등학생들은 방학 과제로 전시 감상문을 제출하였다. 한편, 때마침 주식시장이 활기를 잃고 부동산 정책이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이 미술작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국내의 컬렉션 문화의 현주소를 거론하는 것은 이번 칼럼에서는 삼가겠다.

Edouard Manet, Monet peignant dans son atelier, 1874© BPK, Berlin, Dist. RMN-Grand Palais / image Staatsgalerie Stuttgart
Edouard Manet, Monet peignant dans son atelier, 1874© BPK, Berlin, Dist. RMN-Grand Palais / image Staatsgalerie Stuttgart

개인의 컬렉션을 들여다보는 것은 가히 흥미롭다. 특히 전문 컬렉터나 예술인들의 컬렉션은 남다르다. 마치 여배우의 옷장 속을 훔쳐보는 것처럼 빅컬렉터의 컬렉션은 비밀스럽다. 수집광의 소장품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실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컬렉션이다. 그들은 감식안이 있기 때문에 범인들과는 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 언젠가 국내에서 발행된 미술품 투자 관련 서적에서 보았는데, 그림을 고를 때 화가의 조언을 얻으면 도움이 된다는 저자의 주장을 기억한다.

Paul Cézanne, Neige fondante à Fontainebleau,1879-1880© 2017. Digital image,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Scala, Florence
Paul Cézanne, Neige fondante à Fontainebleau,1879-1880© 2017. Digital image,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Scala, Florence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인상파의 거장인 모네의 컬렉션을 만나보자. 모네의 <해돋이 인상>을 소장하고 있는 파리의 마르모탕-모네미술관에서는 특별한 기획전을 선보였다. 바로 인상파의 거장 모네가 소장했던 미술작품을 한 곳에 모아 공개해 화제가 되었다. 파트릭 관장은 이번 전시를 위하여 오랫동안 연구와 조사를 해 온 두 명의 기획자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관람객들도 인상파의 리더로 잘 알려진 클로드 모네의 좀처럼 공개되지 않았던 컬렉션을 보면서 풍부한 구성과 다양함, 그리고 동료 화가들의 작품인 특별한 걸작들이 속해 있음에 감격을 표했다.

“당신들은 내 아뜰리에에 와서 내 그림 앞에만 있지 않고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보고 매우 놀라는군요! 난 이기주의자에요. 내 컬렉션은 나와 나의 측근들을 위한 특별한 소장품들이죠.”

만약 클로드 모네가 살아 있다면 살아생전 지베르니에 온 손님에게 했던 말을 반복했을 것이다. 100여 점을 소개한 이번 전시는 최초로 모네의 소장품을 한 곳에 모은 것이라 아들인 미쉘 모네의 기증품을 기반으로 유럽과 미대륙의 유명 미술관에서 상당수의 작품을 대여해왔다. 들라크루아, 코로, 마네, 르누아르, 카이보트, 세잔, 피사로, 팡탱 라투르, 로댕, 툴루즈 로트랙을 비롯한 당대의 쟁쟁했던 화가들의 작품 속에는 모네를 그린 초상화는 물론 교과서에서 보았던 유명 작품까지 다채롭다.

소장품에 담긴 스토리 또한 흥미로웠다. 젊은 시절에 금전적 여유가 없었던 그의 상당수의 소장품은 친구와 동료들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로댕, 르누아르, 카이보트 모두 서로 작품을 선물하며 우정을 돈독히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1890년대 들어오면서 모네의 경제사정은 훨씬 좋아졌다. 당시 모네는 선배격 되는 다수의 원로작가들의 작품을 경매와 화상을 통하거나 직접 구매하였다. 더불어 모네는 두 번째 결혼을 통하여 형성된 구성원들의 초상화를 상당수 수집하며 가정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모네는 호쿠사이나 우타마로의 판화를 여러 점 소장하는 등 일본판화 수집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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