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mants roses. Lavis rouge et jaune. Paris, muse Cernuschi.© Musée Cernuschi /Roger-Viollet - Adagp, Paris 2017
Flamants roses. Lavis rouge et jaune. Paris, muse Cernuschi.© Musée Cernuschi /Roger-Viollet - Adagp, Paris 2017

[아츠앤컬쳐] 파리의 명소인 몽소공원(Parc Monceau) 주변에는 두 개의 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하나는 <니심 드 까몽도 박물관(Musée Nissim de Camondo)>으로 100여년 전의 프랑스 부유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볼 수 있다. 금융계의 유태인 가족들의 앤틱 가구 및 미술품 컬랙션은 물론 당시의 엘리베이터 및 부엌 용품까지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또 하나의 미술관이 있는데 바로 <세르누치 박물관(Musée Cernuschi)>이다. 이탈리아 출신인 앙리 세르누치(Henri Cernuschi,1821~1896)가 사후에 파리 시에 기증한 아시아 미술품과 저택을 모태로 하여 세르누치 시립아시아박물관으로 1898년에 개관하였다.

Calligraphie (Rite), 1973, encre et couleurs sur papier, 65,7 x 42,2 cm. © Musée Cernuschi /Roger-Viollet - Adagp, Paris 2017
Calligraphie (Rite), 1973, encre et couleurs sur papier, 65,7 x 42,2 cm. © Musée Cernuschi /Roger-Viollet - Adagp, Paris 2017

이응노는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문인화의 고전적 주제를 다룬 그림으로 첫 번째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일제가 강요한 새로운 화풍들이 화단을 지배하게 되자, 1937년 그림을 배우기 위하여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 기간 동안 이응노는 서양식 화법과 그것을 묵화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1945년 해방 이후, 이응노는 당시 정치적 사회적 격변으로 인한 한국 사회의 불안정한 실제 모습을 강렬한 색감과 굵은 필치로 그려내기 위해 일본 화풍을 버리게 된다. 이렇듯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태도는 작가로 하여금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가능케 해였다. 1950년대에는 그림의 주제가 점진적으로 부차적인 문제로 되면서 먹과 색깔의 조형적 잠재성을 탐구하게 되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서양 추상미술의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Affiche Cernuschi -Lee Ungno
Affiche Cernuschi -Lee Ungno

한국의 많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처럼, 이응노는 서양 추상미술을 직접 접하기로 결심하였다. 1959년, 그는 서독에서 체류하는데, 그곳에서 현대 서양화에서 이용되는 입체감과 재료들을 발견하고는 표현 매체의 질감과 물질성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1959년 12월, 이응노는 프랑스에 완전히 정착하여 조형 탐구를 계속하게 되었다. 1962년 이응로가 풀 파케티(Paul Facchetti) 갤러리에 전시한 콜라주 작품들은 그가 거의 10여 년간 이루어낸 작업의 완성 점인 동시에 그가 에콜 드 파리에 완전히 통합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세르누치 박물관의 에릭 르페브르(Eric Lefebvre)관장은 고암 이응노와 세르누치박물관의 오랜 인연에 대하여 작가의 업적을 회고하였다. 이응노는 1964년에 파리동양미술학교(Académie de peinture orientale de Paris)를 설립하여 서양인들에게 먹을 사용한 수묵화와 서예와 같은 우리의 예술을 알렸다. 당시의 독창적인 수업 방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응노는 제자들에게 작품을 베껴 그리게 한다거나 특정한 형식의 형식의 화법을 전수해 주기를 명백히 거부했다. 그는 필획의 조절과 회화도구의 사용 숙달을 강조하면서도, 미학적 원칙은 구성과 자연과의 대화에 한정시켰다. 1989년 고암선생의 타계 후에는 그의 부인 박인경(1926~)과 아들 이융세(1956~), 그리고 옛 제자인 클레르 키토(Claire Kito, 1951~)가 스승의 가르침을 계속해서 전수하며 새로운 예술가들을 길러내고 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ineslee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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