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에서 조각가 김리현의 개인전 ‘EDEN.exe’이 열렸다. 전시된 작품들은 단순하면서도 화려하고 소유욕이 일도록 유혹적인 거대한 꽃 조각작품과 설치작업, 평면작업들이다. 작가는 “나의 작업은 ‘무엇이 인간을 자극하여 욕망에 휘둘리게 하는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자본주의 시대에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형성되며, 어떠한 방식으로 투자되는지 분석하고 탐색한다.”라며 작품에 대하여 설명한다. 에덴이란 ‘기쁨’을 뜻하는 단어(기원은 수메르어)로 에덴동산, 아담과 이브, 금지된(Forbidden) 사과(타부 Taboo), 죄 등을 연상시킨다. 전시 제목의 EDEN.exe도 ‘기쁨을 주는 금지된 사과 실행파일’로 4차 산업 문명에 어울리는 신감각적인 타이틀이다.
시멘트 위에 에폭시로 마감 처리된 갤러리 전시실에는 거대하고 어여쁜 빨간 꽃 ‘Day Dream백일몽(160x160x300cm 스테인리스스틸, 메탈릭도장, 2020)’이 반짝이며, 철사 덩굴 위에 빨간 꽃봉오리‘Opus Dei 오푸스 데이(가변설치, 스테인리스스틸, 철조망, 캔디도장, 2020)’가 거인의 부케처럼 서 있다. 이 대형 작품 ‘Day Dream백일몽’은 갤러리 천장에 가까이 치솟아 있으면서도 다소곳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발레 속 프리마돈나같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포즈를 취한다. ‘Opus Dei 오푸스 데이’는 라틴어로 ‘하느님의 과업’이라는 뜻이다. 작가는 하나님과 에덴동산, 소비에 따르는 욕망을 위해 피어나는 희망을 나타낸 듯하다.
‘Forbidden Fruit금단의 열매(가변설치, 스테인리스스틸, 메탈릭 도장, 2020)’는 열린 벽면(가로2.7m)을 제외한 3면(3.5x2.7x3.5m)의 벽이 페르시안블루로 칠해져 분리된 공간에 은빛의 대형 촛대를 연상시키는 물체와 은빛과 금빛의 다이아몬드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이다. 그 분위기가 매우 성스럽고 마법적인 위엄을 느끼게 조성되어 있다. 천정에서 내려오는 500개의 입체 다이아몬드는 은빛, 금빛으로 구성되었는데, 각각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온 십자가 1천 개가 앞뒤로 맞붙은 형상이다. 또한 은빛 촛대 같은 물체는 중심에서 여러 개의 팔이 뻗어나가 각기 다른크기의 원형 받침대를 이루고 원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갤러리의 다른 전시실에는 팝아트적 평면작품으로 월계관의 월계수 잎이 두 손을 모은 듯한 모양 안에 다이아몬드가 빛나는 ‘I Came, I Saw, I Bought(200x250cm, c-print, 2020)’작품과, ‘Seed(102x102cm, c-print, 2020)’작품은 반쪽 사과 안에 다이아몬드가 빛나며 검은색으로 “SO THERE WAS A FORBIDDEN FRUIT”이라고 쓰여 있다.
아름다움이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과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즉, 내면적이고 추상적인 아름다움의 영역도 매우 크다. 그런데 물질과 자본주의는 우리네 삶의 행로와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또한 지금의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적 이론이 4차 산업 이후에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작가들은 이러한 현실적 질문과 소유, 욕구, 환상, 이상 등을 그들의 작품에 표현하고 있어 감상하는 우리를 깊은 사색으로 이끈다. 김리현 작가는 “나의 작업은 인간이 욕망하는 사물(보석)과 자연물을 결합하여 실존하지 않는 인공의 자연물을 만든다. 언젠가는 시들어 죽기 마련인 식물에 현대인이 욕망하는 것들을 다이아몬드라는 대상으로 상징화하고 결부시켜,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을 투영한다.”라고 말하며 상품적 욕구를 지칭한다고 한다. 김 작가의 개인전은 키시적(Kitsch)인 면과 함께 사색적 아름다움, 성스러움이 함께 하는 매우 흥미로운 전시였다.
글 | 임정욱
작가, 대진대 겸임교수, 핑크갤러리 관장
jgracer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