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서양화가 김연규의 개인전 ‘Botanical Subject’가 2019년 초여름 6월 17일~23일 핑크갤러리에서 21점의 회화 작품으로 전시되었다. 그의 작품은 늘 우아하고 아름답다. 이번 전시에는 black이 주를 이루며 black의 꽃과 열매들 그리고 gold, beige, blue, orange, gray의 화려하면서도 침착해 보이는 색상의 작품이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중 필자의 마음을 가장 움직인 작품은 종이 위의 gray(Botanical Subject-1955, 111x77.5cm_Acrylic Charcoal on paper, 2019)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전시장에 직관하며 느끼는 감성과 울림이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한계가 있음을 또다시 깨닫는다.

만 6년 이후 핑크갤러리에서의 김 작가의 개인전 회화 작품에는 뒷배경으로 먼 산들이 많이 보이고 현재 위치를 부각하는 정면에 나뭇잎, 열매, 꽃잎이 까맣게 타오른 심장, 마음, 고뇌가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전체적인 Pale beige 분위기로 사막이나 삶, 인간의 피부색 위에 생명감이 느껴지는 건 필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blue heart, orange afterimage, gray tears의 번짐처럼 삶의 고뇌가 느껴진다. 그래서 작가는 마음을 다 태워 비우고 다시금 pastel 색조가 삶의 자비와 따뜻함, 아름다움, 생명으로 피어난다.

작가의 작품 뒷배경으로 계속되는 산과 시간과 바람이 느껴지는 공간 속의 잎새, 꽃잎, 그리고 움직임의 발자취인 듯 선(line)이 보인다. “산은 날 보고 산같이 살라 하고 물은 날 보고 물 같이 살라 한다. 빈 몸으로 왔으니 빈 마음으로 살라고 한다.”하시던 법정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이번 작품에는 예전 작품보다 조금은 단순화된 그의 표현과 색에서 생명의 생장소멸과 작가 마음속의 기억과 잔상들로 이루어진 추상적 색과 형상이 불교적 철학으로 표현된 듯하다.

검은 꽃잎이나 생명체에서 존재의 유무가 표현된 black과 white, 그리고 스와로브스키 보석으로 아름다움을 드러낸 (Botanical Subject-1921, 112x78cm, Charcoal on paper, 2019, Botanical Subject-1923, 112x78cm, Charcoal on paper, 2019) 작품은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생명의 존재, 태움, 고뇌, 비움, 자비, 재생 등의 감정을 담은 삶의 무게와 지혜로 15점의 캔버스에 아크릴 작품과, 111x 77.5cm 6점의 종이에 목탄과 아크릴 작품으로 김연규 작가의 개인전 ‘Botanical Subject’는 힐링하기에 아주 멋진 훌륭한 전시로 빛났다.

핑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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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정욱
작가, 대진대 겸임교수, 핑크갤러리 관장
jgracer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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