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프랑스 경매회사인 아르큐리얼에는 세 명의 옥셔너가 활약하고 있다. 프랑시스 브리에스트, 에르베 풀랭, 그리고 프랑스아 타장이다. 앤틱부터, 고전미술, 근현대미술, 디자인은 물론 와인, 자동차, 만화, 빈티지 등 다양한 경매를 운영하고 있다. 아르큐리얼의 인기 경매 중 하나가 디자인인데, 종종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며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다. 10월 25일에 <헤비 메탈(Heavy Metal)>이라는 제목으로 이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걸작들만 20점 모아서 소위 대박 경매 결과를 냈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메탈 가구 디자이너를 열거하면 장 푸르베, 샤를로트 페리앙, 장 루아에르, 론 아라드, 마튜 마테고트, 세르주 무이에, 피에르 폴랑, 마리아 페르게이, 클로드 랄란, 르 코르뷔지에, 그리고 마크 뉴슨이다. 그야말로 디자인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을 모은 쟁쟁한 캐스팅이었다. 이번 경매의 스타 중의 스타는 다름 아닌 마크 뉴슨이었다. 마크 뉴슨의 곡선형서랍장인 <Pod of drawers>가 당초 추정가였던 €60만~80만을 훨씬 넘는 €1,019,800($1,111,582)에 낙찰되었다. 아르큐리얼 측은 아시아인 컬랙터가 구입했다는 것외에는 고객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마크 뉴슨의 디자인을 일컬어 바이오모피즘(biomorphism: 생물학적 형태나 생명 현상을 시각화하는 기법)이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산업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인 마크 뉴슨은 카림 라시드, 필립 스탁과 함께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2005년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에 선정한 바 있으며, 애플에 2014년에 영입되었다.

그의 곡선형서랍장 <Pod of drawers>는 본래 아르데코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인 앙드레 그룰트의 1925년 작품인 <쉬포니에(Chiffonier)>를 재해석한 것이다. 쉬포니에는 너도밤나무, 마호가니 목재, 가오리 가죽과 상아로 제작된 아르데코 걸작으로 현재 프랑스의 장식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마크 뉴슨은 1987년에 알루미늄이라는 전혀 다른 소재로 <쉬포니에>를 재해석한 것인데 총 10개의 에디션으로 제작되었다.

이번 경매의 주제인 메탈은 우리의 삶에서 너무나 중요한 소재가 되어버렸다. 19세기 철로로 사용되던 시절부터 철강산업은 한 국가의 힘과 기술력을 대변할 정도로 상징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에펠탑이 세워진 기원 또한 당시에 얼마나 높게 얼마나 거대하게 철강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자랑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당시 만국박람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분야가 바로 철강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1930년대 1940년대에는 전자제품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었으며 오늘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