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아츠앤컬쳐]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1863-1945) 작곡의 1막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이탈리아어: Cavalleria rusticana, 뜻: 시골 기사도)>가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막을 올렸다. 오페라는 19세기 시칠리아의 마을을 배경으로 젊은 여소작인 산투차와 군대에서 돌아온 젊은 농부 투리두의 사랑과 갈등, 긴장 구도가 주변인물들과 엮이어 전개되다가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치닿는다. 주변인물로는 투리두의 어머니인 루치아, 마부인 알피오와 그의 아내 롤라가 등장한다.
이번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무대는 카를로 리지 지휘에, 산투자역에 라트비아 출신의 메조 소프라노인 엘리나 가란차, 투리두에는 한국인 테너 이용훈, 루치아역에 러시아 메조 소프라노인 엘레나 지드코바, 알피오역에 우크라이나 출신의 바리톤 비탈리오 빌리가 분했다. 거장의 목소리들을 한데 모은 캐스팅이라며 언론에서는 호평했다.
"Cavalleria Rusticana, si beau soit-il, est un opéra trop court pour une soirée entière."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너무나 아름답다. 저녁 내내 보기엔 다소 짧은 오페라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일간지 피가로에 실린 비평가 프랑수아 델레트레즈의 표현을 인용했다. 이처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1시간이 조금 넘는 1막 구성의 오페라이다. 오페라의 탄생 배경이 흥미롭다. 1888년 7월 밀라노에서는 오페라 작곡 콩쿠르가 열렸다. 음악출판사인 에도아르도 손조뇨(Edoardo Sonzogno, 1836~1920)는 차세대 작곡가를 발굴한다며 1막의 오페라를 모집하였다. 손조뇨는 1883년, 1888년, 1890년 그리고 1902년 총 4회에 걸쳐서 콩쿠르를 주최하였다. 당시 피에트로 마스카니는 피아노레슨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며 지내던 차에 1889년에 콩쿠르 소식을 신문에서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 마감일이 두달여 남짓 남았던 때였다. 마스카니는 하루에 열여섯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오로지 작곡에 몰두하였다.
마음이 급한 마스카니는 왕립학교 문학 교수인 친구 죠반니(Giovanni Targioni-Tozzetti)에게 리브레토(오페라 극본)에 대해 조언을 구하여 죠반니 베르가(Giovanni Verga)가 쓴 인기 단편 희곡작품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선택하게 된다. 죠반니는 친구 귀도 메나시(Guido Menasci)와 함께 리브레토를 작업하여 마스카니에게 부분별로 보내주며 극적으로 완성하여 접수마감일에 겨우 접수를 하였다. 1890년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총 73개의 지원작품 중 마스카니의 오페라가 다른 두 작품과 함께 최종 선발되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베리스모 오페라라 일컫는다. 베리스모는 프랑스의 자연주의 문학의 영향을 받아 바그너의 악극에 대한 반동으로 탄생하였다. 즉, 더 이상 신이나 왕족, 귀족들을 소재로 삼던 과거의 전통을 타파하고 서민들의 삶을 담아낸 오페라이다. 특히 그들의 사랑, 증오, 갈등을 미화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그렸다. 프랑스의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는 에밀 졸라를 꼽을 수 있다. 얼마전 개봉한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에서 당시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