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파리에 소재한 보석 같은 미술관 중의 하나인 마르모탕-모네미술관에 특별 기획전 오프닝에 참가했다. 이른 아침에 손님을 맞느라 전시장 입구에는 크로아상과 쇼콜라빵을 비롯한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따뜻한 카페크램을 한 잔 마시고 전시장에 들어가니 화사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고흐, 세잔, 르누아르의 보기 힘든 작품들은 물론 나비파로 알려진 보나르, 발로통, 브이야드의 작품들, 그리고 야수파 마티스, 망갱, 마르케의 작품들이 엄선되어 소개된 뜻깊은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거장들의 걸작품을 감상하는 것 외에도 이 작품들을 모아온 컬렉터 부부에 초점을 두고 기획되었다.
마르모탕-모네 미술관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하자면, 미술관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모네의 작품들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무엇보다 인상파의 효시가 된 모네의 1872년작 <해돋이 인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미술관 로고도 그 그림에서 응용되어 만들어졌다. 파리의 다소 외곽과 접하는 서북쪽 부르주아 동네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원래는 발미공작의 사냥 별장이었다. 이후 마르모탕 부자가 매입하면서 개인 저택에서 컬렉션 수집장소로 서서히 탈바꿈했다.
마르모탕의 아들은 미술사학자였는데 나폴레옹시대의 작품과 오브제를 모아서 사후 이를 국립미술대학인 아카데미 보자르에 기증했다. 사후 2년 뒤 정식으로 미술관으로 개관하였으며, 그 후에도 인상파 화가들의 주치의의 딸이 상당수의 인상파 컬렉션을 기증하였으며, 모네의 둘째 아들도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이곳에 최다 작품을 기증했다. 이처럼 여러 컬렉터들의 기증으로 설립된 미술관인지라 이번 <빌라 플로라>전시가 이곳에서 소개된 것도 컬렉션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일이다.
스위스 부부 아르튀르 한로저 뷜러와 헤디 한로저 뷜러는 1905년부터 1936년까지 그들만의 특별한 컬렉션을 구축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안젤리카 아픈트랜저의 표현을 빌리면,
“한로저 뷜러 부부가 백만장자 같은 부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은 한 작품 한 작품을 구매하면서 신중해야 했다. 화가친구들의 도움과 조언으로 비싸지 않은 가격에 작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특별한 컬렉션을 만들고자 하는 부부의 소망대로 각각의 작품은 보석처럼 특별하다. 작품 숫자나 크기가 아니라, 그들의 감식안을 통해 엄선된 컬렉션을 보면 부부가 얼마나 예술에 조예가 깊고 현명한 사람들이었는지 알 수 있다.”라고 한다.
빌라 플로라는 컬렉션 명이며 취리히 근방에 위치해 있다. 처음 이곳을 발견한 헤디 여사는 첫눈에 그 매력에 빠져 1898년에 매입하였다고 한다. 마치 작은 성 같기도 한 이곳은 건축양식이 지극히 단조롭고 편안해서 부유저택이 아닌 작품 소장처나 전시장으로의 용도 변경을 고려했던 것이다. 그리고 1905년에 시작한 컬렉션은 3년째부터 소장품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부부는 화가들의 아틀리에를 직접 방문하면서 하나하나 모으고, 그렇게 이어진 화가들과의 인연들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당대의 유명 화상인 앙브루아즈 볼라르나 으젠 드루에와도 좋은 고객으로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전시장 입구에는 그들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뿐만 아니라 스위스 화가 발로통이 그린 그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어서 약 100년전 컬렉터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1980년 부부의 후손들이 한로저 뷜러 부부의 컬렉션을 토대로 파운데이션으로 설립하였다고 한다. 현재 일반에게 개방된 곳이 아니라 방문이 불가능하지만, 유럽의 주요 기획전시에 작품을 종종 대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통째로 컬렉션을 공개하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하니 보는 것만으로 행운이다.
스위스 작가 발로통과 페르디낭 호들러의 작품도 상당수 전시되어 있었다. 반 고흐의 작품인 <씨뿌리는 농부>가 인상적이었는데, 수많은 화가 중에서 반 고흐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의 뛰어난 천재성만큼 힘겨웠던 삶이 대조되어서일까? 예술에 대한 집념과 혼이 남긴 작품들은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보나르를 비롯한 나비파의 작품 속에서 자포니즘 즉 당시 일본풍이 얼마나 유행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마티스를 비롯한 망갱과 마르케의 야수파 작품을 보면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상과 그 안에 펼쳐진 남프랑스의 풍경이 마치 바캉스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화창하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