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미국미술이 20세기 후반부터 약 반세기 동안 세계 미술사의 흐름을 주도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변화무상한 세계의 지형도 위에서 미술계의 흐름 또한 다른 현상들과 밀접하게 연관성을 갖고 움직인다. 한 국가가 번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문화자산도 풍부해지고, 이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예술인들에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메세나 및 투자 차원에서의 직접적인 영향은 물론, 국내외에서도 예술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창작의 열기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소위 미국의 파워가 남부럽지 않을 무렵 미국에서 세계적인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프랑스에서 미국미술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적어도 필자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기까지 <에꼴 드 파리>시절 파리는 예술의 중심지로 명성이 자자했다. 이후 그 자리를 미국에게 빼앗겼다(?)는 불미스런 사실 때문일까?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에서는 아직도 미국문화를 설익고 천박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반면, 미국인들에게 유럽은 역사와 교양은 있지만 융통성과 현실감각이 부족한 몰락한 귀족처럼 여겨지듯이 말이다.
미국과 프랑스, 친해지기 어려운 사이라서 그런지 프랑스에서 미국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2015년 파리의 중심에 위치한 대규모 국립미술관인 그랑팔레미술관(Grand Palais)에 이어 보라빛 라벤더꽃 향으로 유명한 엑상프로방스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그라네미술관(Musée Granet)에서 열리는 <미국미술 아이콘> 순회전시는 놓쳐서는 안되는 볼거리이다. 샌프란시스코 미술관과 피셔 컬렉션(Fisher Collection)의 대규모 걸작만을 엄선하여 선보이는 미국현대미술의 거장들을 한 눈에 훑어보자. 전시는 샌프란시스코 미술관과 프랑스 국립미술관협회 큐레이터의 공동 기획으로 총 열네 작가의 대작을 선보였다.
2015년 파리의 중심에 위치한 대규모 국립미술관인 그랑팔레미술관(Grand Palais)에 이어 보라빛 라벤더꽃 향으로 유명한 엑상프로방스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그라네미술관(Musée Granet)에서 열리는 <미국미술 아이콘> 순회전시는 놓쳐서는 안되는 볼거리이다. 샌프란시스코 미술관과 피셔 컬렉션(Fisher Collection)의 대규모 걸작만을 엄선하여 선보이는 미국현대미술의 거장들을 한 눈에 훑어보자.
팝아트의 창시자인 앤디 워홀로 전시는 시작된다. 앤디 워홀은 미국미술 대표작가의 차원을 넘어서, 피카소, 마르셀 뒤샹에 이어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세기의 인물임이 명백하다. 일본의 무라카미, 한국의 이동기, 권기수, 중국의 유에민준, 왕구앙이 등 현 아시아대륙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인기작가들이 그로 인해 존재하는 것이다. 워홀은 미술과 대중간의 장벽을 허물고, 직접 그리지 않고도 화가가 될 수 있는 팩토리 역사를 연 장본인이다.
두 번째 전시실로 들어가면 전시실 바닥과 벽면에 반듯반듯 기하학적인 외관을 띤 ‘미니멀’ 작품들로 연결된다. 필자는 작년에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에 대하여 소논문을 쓰면서 미국 미니멀리즘과 비교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유는 일본의 모노하와 이탈리아의 아르떼 포베라와 미국의 미니멀리즘은 미학적 차원에서 유사한 모습을 드러내기에 그들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증명해야 했다. 전시실에서 칼 앙드레 작품을 카페트 밟듯이 위로 밟고 가면서 미국미술로 인하여 기존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변화하였는지 피부로 느꼈다. 여건이 된다면 칼 앙드레의 작품을 구매해 우리 집 바닥에 깔고 싶지만, 이렇게 미술관에서 밟아보는 것으로 만족해 본다.
세 번째 전시실도 미니멀의 물결은 이어졌다. 대상의 본질만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여,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해서 이를 ‘최소주의’라 하기도 한다. 이어 네 번째 전시실은 천정 위에 매달린 모빌로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이다. 움직이는 조각의 창시자로 불리는 칼더가 데뷔한 곳은 바로 파리이다. 참고로, 칼더는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섯 번째 전시실은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척 클로즈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은 국내에 <행복한 눈물>이라는 작품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값싼 만화가 인쇄되는 제판 과정에서 생기는 망점을 세밀하게 재현해 그의 작품은 수많은 점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흥미롭게도 그가 팝아트를 구사하게 된 배경은 아들이 미키마우스를 그려달라고 한 것이 기원이 된 것이다.
끝으로 싸이 톰블리의 작품들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어린아이의 낙서를 연상케 하는 톰블리는 필자가 참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이다. 버지니아 태생의 그는 생애의 반 이상을 로마에서 보냈으며, 로마에 남아 있는 고대 문명과 유적지는 그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굵직굵직한 작품 40여 점을 통해 미국 현대미술을 한 바퀴 훑어보았다. 시원시원한 대작들로 눈이 시원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