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다

 

[아츠앤컬쳐] 두 개의 원석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두 개의 원석은 완전히 다르게 변했다. 하나는 광채 없이 흐릿하게, 또 하나는 반짝반짝 빛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흐릿한 돌은 겨우 8번 깎였고 빛나는 돌은 800번 이상 깎였던 것이다. 우리 인생도 무수히 깎여야 한다. 깎이는 순간은 비록 고통스러워도 결국 눈부신 광채로 빛나게 된다. 인생이 나한테 한 방 먹이더라도 그 한 방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길 수만 있다면 아주 특별한 힘, 신비한 에너지가 솟아나 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다 힘써보지도 않고, 다 노력해보지도 않고 불평과 푸념만 늘어놓는 건 아닐까? 너무 고속 엘리베이터에 길들여져 있는 것은 아닐까? 엘리베이터는 현대인의 편한 도구이다. 그러나 꿈을 이루는 도구는 될 수 없다. 꿈을 이루는 도구는 오직 사다리 밖에 없다. 한 발 한 발 천천히 올라가는 사다리 말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더 높이 더 높이 날아오르려다 추락한 이카로스도 있지만 멀리 우주를 날아오르는 꿈을 가진 이도 있었다. 바로 파에톤이다. 파에톤은 그리스어로 ‘빛나는’ 또는 ‘눈부신’이라는 뜻을 가졌는데, 아버지 없는 아이로 자라나서 놀림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그에게 “너는 태양신의 아들이다”라고 말해주었다.

어느 날 파에톤은 친구가 “나는 제우스와 이오의 아들”이라고 자랑하는 것을 듣고 자신도 족보 자랑을 했다. “나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이야.” 친구들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비웃음과 놀림만 받았다. 파에톤은 생각 끝에 직접 아버지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해가 떠오르는 동쪽 끝의 궁전을 찾아갔다. 오랜 모험 끝에 태양의 궁전에 도착한 그는 태양신 헬리오스를 만났다. 헬리오스는 파에톤에게 “너는 내 아들이 분명하다”고 말해주며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헬리오스는 아버지 없이 자란 아들이 불쌍했다. 소원이 있으면 뭐든 말해보라고 하자 파에톤이 말했다.

“아버지가 모는 태양마차를 제가 몰게 해주세요. 태양마차를 몰고 싶어요.”

헬리오스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태양마차를 모는 일은 제우스도 할 수 없는 위험한 일이었다.

“태양마차를 모는 일은 위험해. 말들이 혈기왕성하기 때문에 몰기가 힘들어. 그뿐만이 아니야. 태양이 가는 시간과 궤도를 조심스럽게 지켜가야 되는데, 보통 힘든 일이 아니야.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으니 다른 소원을 말해봐.”

헬리오스는 아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파에톤은 태양마차를 몰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다음 날 새벽, 하루의 운행을 위해 태양마차가 출발할 시간이었다. 헬리오스는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마차를 내어주면서 신신당부했다.

“너무 높게 날면 안 된다. 하늘의 중간으로만 몰고 가야 한다.”

드디어 파에톤을 태운 태양마차가 출발했다. 태양마차를 끄는 네 마리 말은 파에톤이 타자 평소에 늘 타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파에톤은 그것도 모르고 태양마차를 몰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서 신나게 말을 몰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충고도 잊은 채 하늘 끝까지 날아올랐다.

그때였다. 말들이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말들은 고삐가 풀린 듯 하늘 위로 치솟아 올랐다가 지나치게 아래로 내려갔다가 했다. 태양마차가 하늘로 접근하면 별들이 뜨거운 마차를 피해 도망쳐야 했고, 지나치게 지상으로 곤두박질하면 지구를 뜨겁게 태워버리기도 했다. 파에톤은 말들이 제멋대로 달리자 통제를 할 수 없었다. 두려운 파에톤은 그만 고삐를 놓아버렸다. 그러자 태양의 열기에 강과 바다가 말라버릴 지경이 되었다.

세상은 제멋대로 움직이는 태양 때문에 큰 혼란에 빠졌다. 아침이 낮이 되고 낮이 저녁이 되는 바람에 사람들은 우왕좌왕했다. 제우스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했다. 제우스는 하는 수 없이 파에톤에게 번개를 던졌다. 파에톤은 결국 벼락을 맞고 떨어져 죽었다. 에리다누스 강에 떨어진 파에톤의 시신을 흐르는 물의 님프인 나이아스들이 주워 묘지를 만들고 비문을 새겨주었다. 파에톤의 누이들은 그의 운명을 슬퍼하여 강가의 포플러나무로 변하였다. 지금도 에리다누스 강 주위에는 유독 포플러나무가 많다고 한다.

허황된 꿈, 그 후의 비참한 몰락을 신화에서는 종종 경고한다. 능력에 맞지 않는 일을 욕심내거나 끝없이 올라가려 하거나 빠르게 달려가려고 하는 자들은 결국 추락하고 만다는 사실을 신화는 들려준다.

하나하나 내 발로 디뎌야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 방해도 이겨내며 응원도 받아가며 올라가는 사다리. 그런 사다리가 꿈의 유일한 도구이다. 신이 내 손을 잡아주는 시기가 조금 늦어질 뿐, 내미는 손을 거절하지는 않는다. 꿈으로 가는 푸른 사다리를 타고 한 발 한 발 꾸준히 올라가면 언젠가는 다 오를 날이 올 것이다. 급할 필요 없다. 남의 것을 욕심낼 이유도 없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멈춤이 없이 가고 있다. 현재 진행형의 그 사실이 중요하다.

글 | 송정림 방송작가·소설가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1,2,3>, <내 인생의 화양연화>,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사랑하는 이의 부탁>, <감동의 습관>, <명작에게 길을 묻다>,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성장비타민>, <마음풍경> 등의 책을 썼고 <미쓰 아줌마>, <녹색마차>, <약속>, <너와 나의 노래>, <성장느낌 18세> 등의 드라마와 <출발 FM과 함께>, <세상의 모든 음악> 등의 방송을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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