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들인 건축미감과의 흥미로운 만남

천대광, 바위 하나, 나무 둘, 건축용 목재, 약 6×3×3m, 2020. 2020 양평군립미술관 야외프로젝트 출품작
천대광, 바위 하나, 나무 둘, 건축용 목재, 약 6×3×3m, 2020. 2020 양평군립미술관 야외프로젝트 출품작

천대광 작가는 자연친화형 공공미술 설치작가로 이름나 있다. 천 작가의 작품은 설치될 주변의 자연환경 여건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도, 관람객이 최대한 편안하고 친숙하게 작품 감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큰 인기를 끈다. 작품의 완성도와 대중 친화력을 동시에 충족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재 경기도 양평군립미술관에서 천대광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0 양평미술관 야외프로젝트>의 공간실험전에 초대된 야외프로젝트 개인전이다.

천대광, 바람이 지나가는 파빌리온 내부
천대광, 바람이 지나가는 파빌리온 내부

천대광 작가는 개인전 제목을 ‘해발 35M’로 삼았다. 이번 야외설치 개인전에는 3점의 독립된 설치작품이 선보이며, 그동안 천 작가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건축적 설치작품들이다. 개별 설치구조물은 제각각 떨어져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지만, 작품의 구성양식이나 메시지는 하나로 통한다. 나무와 바위, 땅과 하늘, 바람과 구름 등 자연의 여러 요소들을 작품 안으로 들이고, 관람객들은 마치 산책에 나선 듯 편안하게 그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간혹 혼자 작품에 들어가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명상과 사유의 세계로 젖어든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작품 <바위 하나, 나무 둘>은 미술관 정원의 바위와 수목을 활용한 오브제 전시형식을띈다. 겉으로 보기엔 건축용 목재에 나무 몇 그루가 둘러싸인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수천 년의 세월이 녹아든 큰 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그 바위를 내려다보고 있는 소나무의 형상은 마치 두 자연물의 다정한 데이트 장면이라도 훔쳐본 것처럼 설레게 한다.

​천대광, 바람이 지나가는 파빌리온, 건축용 목재와 조명약 3.6×3.6×3.6m, 2020 양평군립미술관 야외프로젝트 출품작​
​천대광, 바람이 지나가는 파빌리온, 건축용 목재와 조명약 3.6×3.6×3.6m, 2020 양평군립미술관 야외프로젝트 출품작​

여기에 비해 작품 <바람이 지나가는 파빌리온>은 건축공학적 단순미를 강조했다. 작품 제목대로 작품 안에 서 있으면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온몸으로 감지된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을 지키고 선 느낌처럼 생경하면서도 이색적이다. 하늘에 빗금을 그어놓은 듯 심플한 구조물의 섬세함은 천 작가 특유의 감각이 그대로 묻어난다. 특히 이 작품은 혼자보단 가족이 함께 그 감흥을 공유하면서 감상하길 권한다.

천대광, 나무그늘 길 작품으로 이어지는 길이 20m에 폭 1m의 목재 산책로
천대광, 나무그늘 길 작품으로 이어지는 길이 20m에 폭 1m의 목재 산책로

 

천대광, 나무그늘 길, 건축용 목재, 약 10×3.6×1m2020 양평군립미술관 야외프로젝트 출품작
천대광, 나무그늘 길, 건축용 목재, 약 10×3.6×1m2020 양평군립미술관 야외프로젝트 출품작

끝으로 <나무그늘 길>은 야외 나무그늘의 여유로움과 목조 공간만의 아늑함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소나무 사이사이를 노닐듯 지그재그로 걸어볼 수 있는 20m 길이의 산책로가 일품이다. 천 작가의 작품이 기하학적 건축 구조물로 완성됐지만, 경직된 느낌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감성이 먼저 와 닿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작품 주변의 그 어느 요소들도 인위적으로 해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주인공으로 배려한 자연주의 감성 덕분일 것이다. 천대광 작가의 작품들은 지극히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구성미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철저하게 눈에 보이는 시각적 환경을 우선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자신의 조형적 실험 의지와 미학적 접근 방식도 ‘최대한 자연스러운 건축미감’을 유지하는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작품제작에 사용하는 재료나 차용하는 오브제 역시 자연에서 출발해 자연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작품이 놓일 장소에 대해 문화지리학자 못지않은 연구적 자세는 작가적 입지를 다지는 중심 요소 중 하나이다.

천대광, 너의 거실, 목재와 드로잉 및 조명, 25×3×2m, 20192019안양국제공공예술프로젝트 출품작
천대광, 너의 거실, 목재와 드로잉 및 조명, 25×3×2m, 20192019안양국제공공예술프로젝트 출품작

2020 양평군립미술관 야외프로젝트는 9월 6일까지 진행되며, 관련 영상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미술관 홈페이지(www.ymuseum.org)와 유튜브 채널(@양평군립미술관 YMUSEUM)을 통해서도 소개된다.

작가소개 | 천대광(1970~)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 2006년 독일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수학, 2007년 마이크와 디억 뢰버트에게서 마이스터쉴러 과정, 현재 양평 거주 전업작가로 조각, 회화, 설치, 건축적영역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아르코미술관, 현대모터스튜디오, 독일 한국문화원, 양평군립미술관 등 국내외에서 14회의 개인전. 2019 APAP6(안양예술공원), 2018 환상밸트 프로젝트(서울 돈의문박물관 마을), 2018 서울시공공미술프로젝트(서울 광화문광장), 2018 경주국제레지던시아트페스타(경주 황룡사역사문화관) 등 다수의 기획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한 독일 뮌스터의 ‘Förder Preis 2005’의 대상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2008 고양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독일 베를린 ‘2012 스페이스캔 레지던시 입주작가’ 선정 등 국내외의 입주 및 작가지원 프로그램 20곳 이상에 초대되었다.

필자소개 | 김윤섭
미술평론가, 2019 안양국제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예술감독 역임,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작품가격 평가위원,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인천국제공항 문화예술자문위원, 대한적십자사 문화나눔프로젝트 아트디렉터,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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