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만들어낼 수 없는 디자인은 생각지도 말라”고 했던 장 프루베는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철학을 가진 인물로 ‘20세기 실용디자인의 선구자’로 꼽힌다. 최고의 전문가로 알려진 패트릭 스갱(Patrick Seguin)은 1989년에 갤러리를 오픈한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의 컬렉터들에게 그를 소개해왔다. 아츠앤컬쳐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그가 처음 장 프루베 가구를 발견한 스토리부터 어떻게 컬렉션을 하면 좋은지 그만의 노하우까지 소상히 들어보았다.
언제부터 장 프루베 가구를 모으셨는지요?
내가 처음으로 장 프루베의 가구를 발견한 것은 80년대 말이었지요. 처음 본 순간 반했죠. 그 당시에는 장 프루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내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가구는 바로 컴퍼스형 테이블과 스탠다드 의자에요. 이 의자는 장 프루베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죠. 왜냐하면, 그의 콘셉트가 아주 잘 드러나니까요. 그중 몇몇은 시리즈로 다량 생산되었고 나머지는 소량의 시리즈로 생산되었어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 어느 의자도 비슷한 것이 없이 각자의 개성이 담겨 있죠.
당시 장 프루베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였죠 ?
당시는 20세기 프랑스 디자이너에 대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죠. 장 프루베, 샤를로트 페리앙드,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자느레, 장 루와에르 모두 가구의 역사 나아가서 미술사에 그들의 자리매김하는 작업이 필요했죠.
개인적으로 장 프루베를 특히 눈여겨보았는데 그 이유는 장 프루베의 가구가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미니멀적인 아름다움이었어요. 그리고 장 프루베 가구의 이러한 특성은 컨템포러리 아트와 환상적으로 조화를 이루죠.
장 프루베의 가구에 매료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장 프루베 가구를 처음 보았을 때 그의 콘셉트와 생산성에 매료되었어요. 혁신 그 자체였죠. 장 프루베의 작품은 실용성을 토대로 한 끊임없는 미적 추구이죠. 이처럼 실용성을 겸비한 미학이 20세기를 대표한다고 봐요. 근대사회에 들어오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하였고 사람들은 획기적이면서도 편안하고 실용적인 가구를 갈망했죠.
장 프루베는 이처럼 근대사회의 일상에 잘 어울리면서 기능성이 강화된 가구를 고안하기 위하여 끝없이 질문을 던졌죠. 오늘날 그의 가구는 시대를 앞선 현대적 감각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이죠. 장 프루베는 한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미리 예견한 선구자와 같은 인물이죠.
그 당시에 장 프루베가 훗날 이렇게 최고가의 가구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짐작하셨어요 ?
장 프루베의 시장 가격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의 주가는 서서히 올라갔죠. 단 한 번도 가파른 경사를 그리며 올라간 적이 없어요. 그리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대로 그 희소성에서 가격이 많이 결정되죠. 뿐만 아니라 장 프루베 가구의 인기로인하여 그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죠. 오를 수밖에 없죠.
제가 갤러리를 처음 연 것은 1989년이에요. 그때부터 꾸준히 장 프루베의 가치를 알리고 교육하는 데 주력했어요.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알려진 빅 컬렉터와 전세계의 주요 박물관에 장 프루베의 가구를 알리고 그들이 소장할 수 있도록 힘썼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장 프루베를 제가 오너로 있는 패트릭 스갱 갤러리뿐만 아니라, 유럽은 물론 미주와 아시아 대륙의 수많은 도시에서 전시를 통해 소개해오고 있어요.
우리 갤러리의 목표는 우선 최고 품질의 가구를 엄선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선정한 가구들을 갤러리나 박물관이나 페어에서 정말 멋진 전시장 연출을 통해서 최고의 가구를 선보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전시와 더불어 출판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요. 지금까지 가구 디자이너 1인 카탈로그를 여러 권 출판했어요. 그중에 장 프루베 카탈로그는 3권이에요.
또한, 아주 일찍이 장 프루베와 현대미술의 환상적 어울림에 대해서 파악했어요. 이에 근거해서 디자인 갤러리에서 소개하기보다는 다양한 컨템포러리 갤러리에서 쇼를 했어요. 당대 최고의 추상 표현주의 작가와 팝아트 작가만 전시하기로 유명한 뉴욕의 소나밴드 갤러리에서 2003년에 전시를 했어요. 그리고 전세계 최대 규모의 갤러리 중 하나인 가고시안 갤러리의 LA점에서는 샤를로트 페리앙드와 장 프루베를 함께 소개했어요. LA는 현대적인 건축물이 많은 도시라 특히 뜻깊었죠. 이는 장 프루베의 가구의 위치를 예술품으로 인지시킨 중요한 전시였어요.
마지막으로 한국 컬렉터들을 위해서 좋은 조언을 부탁드려요.
무엇보다 제일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갤러리에서 문의하고 구입하셨으면 합니다. 감정사처럼 해당 분야의 철저한 전문성이 공인된 갤러리만이 컬렉터들에게 현명한 선택을 가이드할 수 있어요. 가구의 높은 품질과 시장에서의 정확한 가치를 보장받으려면 꼭 그러한 갤러리들을 통해서 컬렉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저희 갤러리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시면, 저희 갤러리는 5인의 최고 가구 디자이너에게 철저히 집중해서 그 분야만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에요. 그 다섯 명은 장 프루베(Jean Prouvé), 샤를로트 페리앙드(Charlotte Perriand), 피에르 자나레트(Pierre Jeanneret),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그리고 장 루와에르에요(Jean Royère). 이렇게 한정된 범위를 두고 일을 하기 때문에, 저희는 해당 분야의 깊이 있는 연구와 철저한 감정이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전문 카탈로그를 출판하고 있어요. 장 프루베 카탈로그는 2008년과 2014년에 출판하였고, 장 루와에르는 2012년에 출판했어요. 최근에 진행하는 출판 사업은 르 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자나레 공동 도시계획 프로젝트<Le Corbusier-Pierre Jeanneret, Chandigarh, India>를 담은 카탈로그에요.
가구를 수집하는 컬렉터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직접 이 가구들을 삶 속에서 사용하는 것이에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컬렉터들은 일상에서 이 가구들을 실제로 활용하죠. 어떤 컬렉터들은 투자를 목적으로 구입하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 수집하고 싶은 것들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열정을 지닌 컬렉터들은 종종 20세기 디자인 역사에 남을 만한 마스터피스를 구입할 확률이 높아요.
장 프루베의 가구는 투자가치로도 확실하죠.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가구에요. 그리고 아직은 그가 오를 수 있는 최고점을 찍지 않았어요. 지금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죠.
한편, 한국 컬렉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중 하나는 가구에 머무르지 말고 건축 피스에도 관심을 가져 보라고 하고 싶어요. 최근 몇 년 전부터 장 프루베가 고안한 실내 구조를 갤러리에서 소개하고 있어요. 그가 고안한 건축요소들은 조립과 분리가 용이하죠. 건축의 논리에 대한 사고가 그의 건축적 디자인의 기본 바탕에 깔린 개념이에요. 가구나 건물 모두 같은 사고에서 출발하죠. 우리 갤러리에서 건축적 피스를 처음으로 구입한 것은 1991년이에요. 메종 페렘벨(Maison Ferembal)이라는 작품이죠. 그리고 현재까지 꾸준히 이러한 작품을 사서 모아 현재는 17점의 건축 피스를 소장하고 있답니다.
대부분 단 하나의 유일한 피스이고 나머지도 소량의 시리즈로 생산되어 희소성이 매우 높아요. 앞으로 국제적인 전시에서 계속 소개할 예정이에요. 장 프루베의 메종을 두 점 이상 아시아 컬렉터들에게 판매했어요. 그중 한 작품은 정원 속의 작은 찻집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정말 완벽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