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세월호의 아픔 때문에 온 나라가 장례식장이 되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책임을 묻기 위해 국가의 수사기관과 각종 언론은 추적에 들어갔고 실질적인 증거와 진술 그리고 의심스러운 정황 증거들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항간에는 세월호의 선장 및 선원들은 실소유주로부터 무슨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행동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
얼마 전 재외동포이면서 외국계 기업의 임원인 친구와 만나 이야기하던 중 자연스럽게 주제가 세월호 쪽으로 흘러갔다. 그는 한국인의 피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인의 정서를 가지고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외국인이 느끼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세월호를 침몰하게 만든 사람들은 분명히 있고 조속히 처벌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며 이 모든 사건들이 처벌만 끝낸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적으로 이기적인(selfish) 국가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문제점은 나만 잘 살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으로 사회의 정의에 관해선 관심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 앞에서 정말 희박하게 발생할 사고확률은 선주들에게는 별 것 아닌 문제였던 것이다. 사람이 죽은 판에 보상 문제는 목소리를 못 내고 있지만, 보험 같은 최소한의 보장 장치도 없어 화물들과 차주들도 보상받기조차 힘들어 생계가 막막하다는 기사를 보며 어쩌면 우리 사회는 그렇게 완벽하게 쥐어짜기를 했을까 하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셰익스피어가 쓴 '맥베스'라는 작품에서 주인공인 스코틀랜드의 충성스러운 장군 맥베스가 나온다. 동료 뱅코우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던 중 횡설수설하는 세 명의 마녀를 만나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데 맥베스 자신이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리라는 것과 동료 뱅코우의 자손은 왕이 되리라는 실현 불가능한 내용이었다. 실없는 내용이라 넘기려하지만 전쟁에서 승리 한 공을 인정받아 스코틀랜드의 던컨 왕으로부터 코도르의 영주로 책봉이 된 것이다. 맥베스의 신분은 깜짝 업그레이드된다. 이에 맥베스는 자신의 이상한 경험을 부인과 나누고 결국 왕을 살해하고 그 죄를 다른 사람들에게 뒤집어씌운다. 그리고 왕의 자손들을 몰살시키고 동료 뱅코우와 그 자손들을 몰살하기 위해 청부살인업자들도 고용한다. 끊임없는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맥베스를 조정하던 맥베스의 부인은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온 양심의 가책으로 미쳐 몽유병에 시달리다 죽게 되고 맥베스 또한 죽이려 했던 맥더프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인생은 전쟁뿐이었고 살인과 고통뿐이었다. 그는 단지 왕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도 맥베스처럼 자본주의의 왕이 되고 싶은 건 아닐까? 누구든지 내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도록 만들고 싶은 건 아닐까?
‘버남숲이 성까지 오지 않는 한 절대 패하지 않으리라’는 세 마녀의 예언으로 승리를 확신하던 맥베스의 던시네인 성(城)은 아이러니하게도 세 마녀의 예언처럼 숲의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위장해 달려든 군인들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세월호의 주인들과 선원들 역시 절대 가라앉지 않으리라고 믿었을 것이다. 다른 점은 맥베스는 던시네인 성(城)과 운명을 같이 했고 세월호의 선원들과 주인들은 도망쳤다는 것이다. 더욱 걱정인 것은 대한민국에 또 다른 맥베스와 세월호가 시한폭탄처럼 존재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여기 부인의 죽음을 보고 얼마나 인생이 허무한가에 대한 맥베스의 명대사가 있다.
“내일 그리고 내일 이렇게 답답한 걸음으로, 하루, 하루,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어가는구나……. 인생이란 걷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 불쌍한 배우처럼 주어진 시간 동안 무대에서 활개 치고 안달하다,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네. 그것은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 소음과 광기로 가득 차 있으나, 아무런 의미가 없구나.” -맥베스-
또한 작곡가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 속에서 맥베스는 ‘늙어 버린 나에겐 이 전쟁에서 이긴다 해도 동정도, 명예도, 사랑도 남지 않겠구나…’라고 노래를 부른다.
70년대부터 ‘잘살아보세’ 외쳐서 잘살게는 되었고 IMF 시기를 지나면서 돈 돈 하면서 ‘부자 되세요’가 덕담이 되어버린 모습 속에서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서로가 아껴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시간도 잠자고 일하고 밥 먹고 나면 별로 남지도 않는다. 인생은 재방송이 없고 영원한 것도 없다. 생방송처럼 사랑하고 생방송처럼 살아가자!
신금호
CTS 라디오 ‘펀펀뮤직’ 진행자,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M cultures 대표
서울대 음악대학 / 영국 왕립음악원(RSAMD) 오페라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학(RNCM) 성악 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