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사랑이 정복하지 못하는 어려움은 없다

 

[아츠앤컬쳐]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들이 많아져만 간다.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들, 사랑하는 마음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하늘이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맹세를 희미하게 하는 요소들 중에는 어느 날 닥친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병도 있다. 가족의 반대도 있고, 사회적인 시선의 따가움이 버겁고, 내 절망의 무게가 사랑을 방해하기도 한다. 서서히 다가온 마음의 변화도 사랑을 막는 요소이고, 내 꿈의 무게가 너무 커서 사랑을 보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이 뒷모습을 보일 무렵 이 물음표를 찍어봐야 한다.

‘충분히 사랑했는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그렇게 어려움을 지나 영원한 사랑을 가꿔가는 이야기가 있다. 에로스의 사랑 이야기다. 로마 신화와 영어에서는 ‘큐피드’라고 부르는 에로스는 사랑의 신이다. 그는 두 개의 화살을 가지고 다녔다. 그 중에서 황금 화살을 맞으면 처음 마주친 이와 사랑에 빠졌고, 납 화살을 맞게 되면 그 순간 만나게 된 사람을 증오하게 되었다.

언제나 남에게 화살을 쏘아대던 에로스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그가 사랑한 여자는 프시케였다. 프시케는 그리스어로 ‘나비’, 그리고 ‘영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애벌레 시간을 거쳐 화사한 나비로 탄생하는 그녀와 큐피드의 사랑 이야기는 아프로디테의 질투에서 시작된다. 아프로디테는 그녀의 아들인 에로스를 불러 명령을 내렸다.

“황금 화살로 프시케의 심장을 쏘아라. 그래서 그 아이가 형편없는 자를 사랑하도록 해버려!”

에로스는 어머니의 명령대로 프시케가 사는 궁전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프시케의 침실로 몰래 들어가 화살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화살을 그녀에게 막 쏘려는 순간, 프시케가 잠에서 깨어났다. 에로스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놀라 움찔하는 바람에 들고 있던 화살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에로스의 황금 화살을 맞은 자는 에로스 자신이 되고 말았다. 순간 에로스는 프시케를 사랑하게 되고 말았다. 에로스는 자기가 쏜 화살에 상처 입은 채 황급히 떠났다.

그 후 어느 날, 바람의 신이 프시케를 궁전으로 데려갔다. 밤이 되자 프시케는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때 에로스가 나타났다. 그는 잠든 프시케의 곁으로 다가와 누웠다. 에로스는 다정히 프시케를 안았다. 그리고 포옹하고 입을 맞추었다. 프시케는 그렇게 에로스의 신부가 되었다. 밤이면 찾아와 살며시 다녀가는 남편이 누구인지 프시케는 궁금했지만 에로스는 말했다.

“밤마다 당신에게 와서 당신을 사랑해주겠소. 그리고 낮에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겠소. 하지만 나를 볼 수는 없을 거요. 그렇게 할 수 있겠소?”

이미 에로스를 깊이 사랑하게 된 프시케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사랑의 비극은 언제나 불신에서 오는 것. 어느 날 언니들이 부추겼다.

“남편이 잠들면 등잔불을 켜고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해봐. 만일 괴물이거든 주저하지 말고 머리를 베어버려.”

프시케는 언니들의 말대로 침대 밑에 등잔과 단도를 숨겨두었다. 에로스가 깊이 잠들었을 때 조용히 일어난 프시케는 등잔불을 켜 들고 남편을 비추어 보았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것은 무서운 괴물이 아니었다. 신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에로스였다. 그때였다. 뜨거운 기름 한 방울이 그의 어깨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에로스는 깜짝 놀라 눈을 뜨고 프시케를 바라보았다.

“저… 저는 그냥…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어리석은 프시케. 사랑과 의심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겠는가?”

후회하며 잘못을 비는 프시케를 남겨두고 에로스는 날아가 버렸다. 얼마나 울었을까. 프시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꽃이 만발한 정원도, 호화로운 궁전도 다 사라져버린 후였다. 그곳은 그저 넓은 벌판일 뿐이었다.

사랑을 잃어버린 프시케는 에로스를 찾아 헤매다녔다. 어느 날, 아프로디테의 성에 도착했다. 남편을 꼭 찾고 싶다는 프시케의 말에 아프로디테는 조건을 내걸었다. 프시케는 에로스를 만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일도 다 할 수 있었다. 목숨도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제를 모두 해냈다. 프시케는 에로스를 다시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당신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몰라요.”

에로스는 사랑스러운 프시케를 안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제우스 신에게 사랑을 허락해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아프로디테에게 그들이 사랑할 수 있게 하자고 설득했다. 프시케의 한결같은 사랑이 제우스신을 움직였고, 아프로디테의 얼어붙은 마음도 녹였다.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사랑인 줄 알았던 신과 인간의 결혼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사랑은 그렇게, 천상과 지상을 뛰어넘게 하는 힘을 가졌다. 영원한 사랑은 오래 참고 견딘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아주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사랑… 진실한 것일까? 아주 작은 구름에도 흐려지는 사랑… 거짓은 아닐까? 천둥과 번개, 비바람과 거친 폭풍우를 견뎌야 소금이 된다는데 우리는 아주 작은 충격에도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일은 영겁의 세월, 억겁의 인연을 통과해야 하는,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너무 쉽게 그 인연을 보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에 차고 넘치는 충분한 사랑, 그 사랑 하나만 있으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사랑을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의 최강자니까.

글 | 송정림 방송작가·소설가
<내 인생의 화양연화>,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사랑하는 이의 부탁>, <감동의 습관>, <명작에게 길을 묻다>,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성장비타민 >, <마음풍경> 등의 책을 썼고 <미쓰 아줌마>, <녹색마차>, <약속>, <너와 나의 노래>, <성장느낌 18세> 등의 드라마와 <출발 FM과 함께>, <세상의 모든 음악> 등의 방송을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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