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가지려는 욕심이 불화의 원인이다
[아츠앤컬쳐] 두 사람이 숲을 걷다가 한 사람이 무심코 땅 위에 떨어진 과일을 밟았다. 그런데 그 과일이 갑자기 두 배로 커지는 것이었다. 또 다른 사람이 힘주어 밟았더니 다시 두 배로 커졌다. 두 사람은 이상히 여겨서 들고 있던 작대기로 서로 돌아가며 그 과일을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그 과일이 너무 커져서 그만 숲의 길을 막아버렸다. 그때 도사가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
“자꾸 건드리지 마라. 맞서지 않으면 처음 그대로이나, 상대하여 맞서면 계속 커지는 이상한 과일이다.”
그 과일은 바로 ‘말싸움’이라는 이름의 과일이었다. 최예선의 <명상, 나를 찾아서>에 나오는 그 과일의 정체, 말싸움은 상대방이 맞서지 않으면 아무 문제 없다. 그러나 맞서면 계속 커지고 결국은 둘의 마음을 막아버린다.
신화 속에서도 비슷한 불화의 씨앗이 나온다. ‘파리스의 사과’이다. ‘파리스의 사과’는 ‘불화를 일으키는 씨앗’이라는 고사성어가 되었다. 불화의 씨앗은 처음에는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잘못 다루면 자칫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신화 속에서는 ‘파리스의 사과’를 통해 경고한다. 10년 동안의 길고 긴 트로이 전쟁의 씨앗이 된 사과, 과연 이 사과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거의 모든 신이 초대받았다. 그런데 초대받지 못한 신이 있었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였다. 화가 치밀어 오른 에리스는 결혼식장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 황금사과 하나를 툭 던지고 사라져 버렸다. 그 황금 사과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바로 그 글귀 때문에 여신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말았다. 제우스의 부인 헤라, 지혜의 여신 아테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서로 자기가 그 사과의 주인이라고 나선 것이다.
“이건 내 거야!”
“무슨 소리야? 가장 아름다운 여신의 것이라고 쓰여 있잖아!”
결혼식에 참석한 신들은 그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세 여신은 신들의 왕인 제우스에게 심판을 부탁했다. 제우스도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 그는 고민 끝에 파리스에게 그 심판을 맡겨버렸다.
파리스는 누구인가? 그는 트로이의 왕자였다. 그러나 낳자마자 버려졌다. 그가 태어날 때 그의 어머니는 도시가 불타는 꿈을 꾸었다. 장차 나라를 망하게 할 아이라고 판단한 왕은 파리스가 태어나자마자 산에 내다 버렸다. 그러나 파리스는 죽지 않고 살아나 그 산의 양치기로 살아가고 있었다. 세 여신은 파리스를 만나 사과의 주인이 누구인지 물었다.
“우리 중에 누가 가장 아름답지?”
세 여신은 달콤한 말로 파리스의 마음을 흔들었다. 헤라 여신은 ‘권력’을, 아테나는 ‘명예’를 약속했다. 그리고 아프로디테가 말했다.
“나를 선택하면 너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어.”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택했다. 파리스의 선택으로 아프로디테는 황금사과를 손에 쥐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 뽑힌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약속을 지켜 최고의 미인을 파리스에게 연결해주었다. 그런데 최고의 미인으로 알려진 헬레네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와 이미 결혼한 유부녀였다. 스파르타로 간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헬레네의 남편이 궁을 비운 사이에 헬레네를 유혹해 트로이로 도망쳐버렸다.
아내를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은 분노가 치밀어 지원군을 모집했다. 결혼 전 아름다운 헬레네에게는 많은 구혼자들이 있었다. 구혼자들은 그때 서로 약속한 바가 있었다. 헬레네의 짝이 누가 되든 간에 모두 힘을 합해 헬레네를 보호하자는 약속이었다. 헬레네가 트로이로 납치되어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그리스 동맹군을 결성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연합군은 트로이로 쳐들어갔다. 트로이 전쟁의 시작이었다. 사과 한 알이 피비린내 나는 트로이 전쟁으로 커진 것이다. 트로이 전쟁은 1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불화의 씨앗은 아주 작았지만 그 결과는 컸고 잔인했다.
‘누가 누가 아름다운가?’ 마치 미인대회처럼 시작된 아주 작은 일이 너무나 큰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도 흔히 일어나곤 한다. 누가 최고인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을까? 파리스는 그런 어리석은 심판에서 꼭 그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남의 것을 훔쳐야 했을까? 파리스의 사과는 곧, 인간의 욕망에 대한 경고다.
서로 덕담을 나누는 말 중에 장난처럼 건네는 말이 있다. “잘 먹고 잘 살자.” 잘 먹는다는 것은 분명히, 경제적인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산다는 것이 경제적인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잘 산다는 말에는 ‘함께’라는 말이 들어가야 한다. 내 욕망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잘 사는 조건이다.
꿈을 위해 매진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목적을 위해서 양심을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변화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변질되는 것은 좋지 않다. 남을 비방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이 정말 ‘잘 사는’ 일이다.
글 | 송정림 방송작가·소설가
<내 인생의 화양연화>,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사랑하는 이의 부탁>, <감동의 습관>, <명작에게 길을 묻다>,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성장비타민 >, <마음풍경> 등의 책을 썼고 <미쓰 아줌마>, <녹색마차>, <약속>, <너와 나의 노래>, <성장느낌 18세> 등의 드라마와 <출발 FM과 함께>, <세상의 모든 음악> 등의 방송을 집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