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아츠앤컬쳐] 과일가게에 가면 사과는 사과끼리 복숭아는 복숭아끼리, 포도는 포도끼리 담겨있다. 그들이 오는 곳은 다 다르다. 대구에서, 옥천에서, 제주에서, 때로는 저 멀리 다른 나라에서 와서 같은 곳에 머문다. 모양도 맛도 참 많이 다르다. 하지만 복숭아가 포도와 다르다고 해서 시샘하지 않는다. 귤이 사과와 다르다고 해서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저 각자가 각자의 모습대로 각자의 맛을 내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 다른 모습을 인정하면서 타인의 색깔을 시샘하거나 타박하지도 않으면서 자기 색깔을 내며 살아가는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렇게 멋진 세상일까?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은 자기 기분만 내세우고 남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을 뜻한다. 타인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제 고집만 내세우는 독불장군을 일컫기도 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그 이야기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가 델포이 신전으로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자식을 기다리는 마음에 답답해진 아이게우스는 델포이의 신전을 찾아갔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식을 얻을 수 있는지 물었다.

“아테네에 도착할 때까지 술 주머니를 열지 마라.”

신의 응답을 들은 아이게우스는 그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현자로 소문난 트로이젠의 왕인 피테우스를 찾아갔다. 피테우스는 그 의미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것은 곧 아테네를 다스리게 될 영웅이 생긴다는 뜻이 었다. 피테우스는 아이게우스와 자기 딸 사이에서 장차 영웅이 태어난다면 자기도 그 덕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테우스는 아이게우스에게 긴장을 풀게 하고는 음식과 술을 대접했고 아이게우스는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그때 피테우스는 딸인 아이트라 공주를 들여보냈다. 아이게우스는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다음 날, 아이게우스는 궁전의 댓돌을 들어 올려 그 밑에 칼과 가죽신을 넣었다. 다시 댓돌을 제자리에 내려놓고는 말했다.

“아들을 낳거든 그 애가 자라 이 댓돌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되면 그때 내게 보내시오. 댓돌 밑에 넣어둔 칼과 가죽신을 가지고 오면 내가 내 아들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오.”

그의 예상대로 아이트라는 아들을 갖게 되었다. 그 아이가 바로 영웅 테세우스였다. 테세우스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테세우스는 아버지 아이게우스를 닮아 힘이 장사였다. 청년이 된 테세우스에게 어머니인 아이트라가 말했다.

“저 바위를 들어 올려 보거라.”

테세우스는 바위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 밑에는 아이게우스가 숨겨 둔 왕가의 칼과 가죽신이 있었다. 그가 아이게우스의 아들이라는 증표였다.

“그 물건은 네 아버지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아테네로 가거라. 아버지를 찾아 그 물건을 보여주면 너를 아들로 받아주실 거야.”

테세우스는 아테네로 향했다. 아테네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그중에 배를 타고 가는 것은 쉬운 길이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처럼 영웅이 되고 싶었던 그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안전한 해로를 두고 위험하고 어려운 육로를 택했다. 육로로 가면 지나가는 나그네를 위협하는 나쁜 악당들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는 그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테세우스는 아테네에 가는 동안 여섯 명의 악당들을 만났다. 거대한 곤봉으로 행인들을 때려죽이는 악당, 휘어놓은 두 그루 소나무에 나그네를 묶어 놓은 뒤 소나무를 풀어놓아 나그네를 찢어 죽이는 악당, 멧돼지를 시켜 나그네를 죽이는 악당, 나그네를 벼랑 아래로 차서 바다거북에게 잡아먹히게 하는 악당, 격투를 신청하고 씨름을 벌인 후 나그네를 목 졸라 죽이는 악당…. 테세우스는 그 악당들을 만나 그들이 했던 똑같은 방법을 그대로 써서 물리쳤다.

테세우스가 마지막으로 만난 악당은 프로크루스테스였다. 길을 가던 테세우스는 아이갈레오스 산 부근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제지를 받았다.

“서라! 여기를 지나가려면 통행세를 내야 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의 유명한 강도였다. 그는 아테네 외곽 언덕의 집에 살면서 강도질을 일삼았는데 나그네를 자기 집에 데려가 묵게 하고는 돈을 빼앗았다. 그리고 난 뒤에는 침대에 사람을 눕히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잡아 늘이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버리는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였다.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가 했던 방법 그대로 그를 처치했다. 테세우스는 악당들을 물리치고 아테네에 입성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아버지 아이게우스를 만날 수 있었다.

남을 인정할 줄 모르고 자기 자신의 잣대에 따라 재단한다는 의미를 가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나와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하는 건 오류이다. 나와 다른 개성을 존중하고 그의 의견에 나의 의견을 서로 맞춰가야 한다. 신화 속에서 테세우스가 전해준다. 독선이 지나치면 결국 자신이 만든 기준 때문에 파멸하게 된다고… 그러니 독불장군식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나와 다른 타인을 인정해보라고.

그렇다. 그와 내가 다른 것이지. 나와 다른 그가 틀린 것은 아니다.

글 | 송정림 방송작가·소설가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1,2>, <내 인생의 화양연화>,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사랑하는 이의 부탁>, <감동의 습관>, <명작에게 길을 묻다>,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성장비타민>, <마음풍경> 등의 책을 썼고 <미쓰 아줌마>, <녹색마차>, <약속>, <너와 나의 노래>, <성장느낌 18세> 등의 드라마와 <출발 FM과 함께>, <세상의 모든 음악> 등의 방송을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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