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김대열의 수묵화는 특유의 정갈하고 명상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며, 전통적인 미감과 현대적인 조형감각이 조화를 이뤄 ‘현대문인화로 풀어낸 선화(禪畵)’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특히 담백하고 절제된 수묵화 기법은 명상적인 깊이를 자아낸다. 최근의 작품 주제는 ‘象外之象(상외지상)’이다. 그대로 해석하면 ‘형상 밖의 형상’을 말한다. 보이는 형상의 외면이 아니라, 그 내면의 진정어린 기운을 옮긴다는 의지일 것이다.
거침없는 필력의 속도감과 세련된 공간운용의 여백미는 김대열 작품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중국 북송(北宋) 시대의 화론가 황휴복(黃休復)이 말한 “전통이나 법도에 구애받음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정해진 것 없이 그린 그림”의 경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작품은 그런 필법으로 물을 표현했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자 시작이며, 생명의 또 다른 상징이기도 하다. 물이 넘치는 여름이나, 눈과 얼음 속에 잠든 겨울이든, 물은 생명의 기운을 품은 씨앗이다. 그 물의 진면을 보여주는 주는 김대열의 그림은 너무나 검박해서 선화(禪畵)에 비유된다.
일반적으로 지극히 간결한 선묘(線描)와 최소한의 색채로 완성하는 선화(禪畵)가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정제된 정신세계를 함축적으로 화폭에 담아내기 때문이다. 화가는 이미 수행자의 경지에 이르렀을 정도로 그림에 대한 뜻과 행에 대한 의지가 합일이 되는 접점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김대열 작가의 그림들 역시 과감하고 세찬 기운이 넘치지만 거칠지 않고, 미려하고 한없이 부드럽지만 유약하지 않은 점 역시 그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또한, 단순한 선과 간결한 면으로 구성된 화면은 농묵(濃墨)과 담묵(淡墨)이 서로 적절한 조화를 이뤄낸 하모니가 일품이다. 미술평론가 이건수는 “거의 무의식적이고 자동기술적으로 보이는 김대열의 일획일필(一劃一筆)은 그가 체득한 도(道)랄까 신운(神韻)일까 하는 것, 다시 말해 생명의 기운을 단속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때문에 그의 화면은 선적(禪的)인 뉘앙스를 짙게 풍긴다.”고 언급한 점 역시 김대열 작품의 특징을 잘 함축하고 있다.
또한, 시인이자 정신과 전문의 신승철 박사는 “김대열의 그림에 대한 인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신운(神韻)이 생동하는 그림이라는 점, 자유분방한 표현에서도 그러하나 거개의 작품마다 화가 자신의 내면적 정신 경계의 투영임이 환히 드러난다. 그 내면세계는 고요함 속에서도 활달하게, 적나라하게 표출시키려는 강한 충동이 공존해 있다. 굳이 형상을 제 모양을 갖춘 모습으로 취할 필요가 없다. 최소한의 형상을 빌리거나 형상의 흔적을 취해, 형상에 내재하는 생동하는 운취(韻趣)를 추구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니, 그의 어느 그림들은 서양화의 추상화나 추상표현주의 같은 인상을 담뿍 풍겨준다.”고 감흥을 전하기도 했다.
김대열 작가의 작품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려면 작품제목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치 네 글자로 된 성어(成語)나 시조 혹은 삶의 지혜를 담은 격언으로도 느껴질 정도로 간결하지만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가령 ‘天地和同(천지화동)’이란 작품제목은 중국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같은 글귀의 휘호를 전달해 큰 화제가 됐었을 정도로 깊은 뜻을 갖고 있다. 또한, 세차게 바람을 가르며 내려 솟는 시원한 냇물 그림에 ‘川明風動(천명풍동)’이란 제목을 붙였고, 마음이 한가로우니 뜻 한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내용의 ‘心閑意適(심한의적)’ 역시 남다른 감회가 있다.
이처럼 김대열의 수묵화는 ‘象外之象(상외지상)’이란 주제명처럼 친숙했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또 다른 비전의 일상을 찾길 권하고 있는 듯하다. 반복적이고 숨 가쁜 일상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휴식의 미학, 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아트힐링의 작품세계이다.
작가소개 ㅣ 김 대 열
김대열은 동국대 미술학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국립대만사범대학 대학원에서 예술학석사 및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 미술사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그동안 북경ㆍ서울ㆍ대만 등 국내외 주요 갤러리에서 13회의 개인전과 100회 이상의 기획 단체전을 가졌다. 또한 (재)세종문화회관 자문의원과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서울특별시 조형물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 교수로서 동국대 동서미술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불교미술대전 운영위원ㆍ(사)한국체육진흥회 이사ㆍ(사)대한구조봉사회이사ㆍ(사)한국미술협회 이사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글 ㅣ 김윤섭
김윤섭은 명지대 대학원 미술사 박사수료. 현재 미술평론가로서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립미술관 작품가격 평가위원,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 및 전문위원, 대
한적십자사 홍보기획 자문위원,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및 울산대 미술대
학 객원교수,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