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통 스타일의 품격 높은 브랜드
[아츠앤컬쳐] “당신 조 말론 뿌렸어?”
“응.”
세상에나!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내 화장대에 있는 향수를 남편이 뿌렸단다. 그것도 사랑스러운 장미향이 매력적인 조 말론 레드 로즈를! 남편이 레드 로즈를 뿌린 건 벌써 두 번째다. 몇 년 전 화장대에서 조 말론 레드 로즈를 뿌리던 남편을 발견하고 황당해서 물었다. 도대체 왜 여자 향수를 쓰느냐고 그것도 장미향 향수를…
남편의 대답은 “이거 여자 거야?”라고 물으며 다른 향수보다 향이 은은하고 좋아서 뿌린다고 했다. 그럴 수 있다고 향기만으로는 남자 향수인지 여자 향수인지 모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호기심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여자 향수니 쓰지 말라고 했다. 지하철로 출근하는 남편이기에 남자에게서 장미향이 나면 다른 사람이 당신을 어떻게 보겠느냐며 남편 손에 있는 조 말론을 뺏었다. 하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때 우리나라에는 조 말론 매장이 없어 뉴욕에서 사온 귀한 향수였다. 향수병을 들어 살펴보니 액체가 어느새 반으로 줄어있었다. 나는 아껴아껴 쓰고 있는데 남편까지 가세해 뿌렸으니… 구입하기 어려운 향수라 아까워서 화가 났지만 여자 향수인 줄 몰랐다니 화를 참고 이해했다. 그리고 다음날 남편을 위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그리고 아주 비.싼. 남자 향수를 하나 사다 줬다. 그런데 또! 또! 조 말론 레드 로즈를 뿌렸다.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났다. 이제는 조 말론 레드 로즈가 여자 향수인지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도대체 남자가 왜 여자 향수를 써? 당신 여자야?”
너무나 이해할 수 없어 아침부터 남편에게 화를 냈다. 그랬더니 남편의 대답이 걸작이다. 여자 향수인 줄 알지만 나의 화장대에 있는 수십 개의 향수 중에서 조 말론 레드 로즈 향이 제일 좋단다. 그리고 능청스럽게 한마디 더 붙인다.
“나이가 드니 남성 호르몬이 줄고 여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서 여자가 됐나 보지 뭐.”
난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순간 머릿속엔 ‘이 남자, 여자가 된 거야?’라는 불길한? 생각도 스쳤다. 그랬다. 언제부터인가 시어머니처럼 냉장고 속을 검사하기 시작하고 예전보다 주방에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다. 손 까딱도 안 하던 남자가 주방에 들어와 요리를 했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흐뭇했는데 조 말론 레드 로즈를 쓰는 걸 두 번째 발견한(어쩌면 두 번째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날은 주방에서 샐러드를 만들고 있던 남편을 쫓아내고 싶었다. 그날은 레드 로즈가 아까워서 화를 낸 것이 아니라 불길한 생각과 너무 어이없는 대답에 황당해서 화를 냈다.
옆에서 아들들이 각각 한마디씩 했다.
“남자가 여자 향수를 쓸 수도 있지 뭐.”
“아냐, 남자가 여자 향수를 쓰는 건 좀 그래. 그것도 장미향이잖아.”
아… 그날 아침 난 머릿속이 지끈지끈 아팠다. 도대체 저 남자는 왜 내 향수를 쓰는 걸까? 그것도 장미향을? 정말 여자가 된 걸까? 말도 안 되는 상상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던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의 대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그 향수 향이 제일 은은하고 좋아. 머리도 안 아프고…”
‘난 당신 때문에 머리가 아파!’ 난 속으로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남편이 조 말론을 쓰지는 않지만 또 모를 일이다. 아무래도 레드 로즈 향기가 제일 좋은 것 같아! 라고 말하며 조 말론을 뿌리는 날이 또 올지.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레드 로즈를 숨겨야 할지… 아예 새것으로 하나 사다 줘야 할지.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은 영국 정통 스타일의 독창적이고 품격 높은 브랜드다. 일반적으로 유럽 정통 부티끄 향수들의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조 말론의 역사는 짧다. 1994년 조향사 조 말론(Jo Malone)에 의해 탄생한 ‘조 말론 런던’은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천연향으로 짧은 시간에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오늘날 브리티시스타일 향수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조 말론의 향수 패키지 또한 심플하고 모던하다. 사각형의 향수병 또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베이지와 블랙 톤의 브랜드 컬러 또한 우아하고 세련됐다. 이런 브랜드 컬러 느낌은 다른 조 말론 매장 모두가 그렇지만 특히 런던의 슬론 스트리트(Sloane Street)에 위치한 조 말론 런던 스튜디오(Jo Malone London Studio)는 모던한 영국 문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맞춤형 럭셔리의 인테리어 세계를 보여준다.
“런던에서 고급 주택가에 가고 싶다면 조 말론 매장을 찾아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류층이 즐겨 찾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유명하다. 적당히 절제되고 심플한 인테리어는 조 말론의 향기에도 그대로 배어있어 짧은 시간 안에 고급 부티끄 향수로 자리 잡을만하다. 우리나라에는 2012년 7월에 수입되어 들어와 이제는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조 말론은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유난희
명품 전문 쇼호스트, 저서 <명품 골라주는 여자> <아름다운 독종이 프로로 성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