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잊을 수 없는 한결같은 감동

 

[아츠앤컬쳐] “Think of me, think of me fondly when we’ve said goodbye~”

크리스틴의 청아한 노랫소리가 극장에 조심스럽게 울려 퍼지기 시작하면 내 심장은 조금씩 요동치기 시작한다. 귀가 점점 크게 열리고 나도 모르게 두 손은 깍지끼며 기도하듯 입가로 모아진다. 가사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듣다 보면 뜨거운 덩어리가 울컥 가슴을 치고 어느새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린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10번을 넘게 봐도 나의 첫 눈물과 감동은 항상 크리스틴이 ‘Think of me’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부터다. 처음에는 그저 헤어진 연인을 기억하며 부르는 아름답고 평범한 노래라고 생각되어 담담하게 들렸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망치로 맞은 듯 아파오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뮤지컬 서막을 알리는 크리스틴의 이 노래는 결국 팬텀과 크리스틴의 슬픈 러브 스토리 <오페라의 유령> 전부를 ‘Think of me’ 가사에 함축해놓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걸 알게 된 후 듣게 된 ‘Think of me’는 팬텀이 사랑하는 크리스틴을 라울 자작에게 떠나보내며 울먹이며 부르는 마지막 이별 노래만큼 가슴의 통증을 동반한 눈물을 쏟게 한다.

‘Think of me’ 외에도 <오페라의 유령>의 모든 노래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가사와 멜로디가 아름답다. 가사를 달리하며 반복되는 멜로디는 뮤지컬을 보는 내내 한 치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17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노래의 감동을 훨씬 더 웅장하고 클래식하게 만들어준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팬텀이 크리스틴을 지하 호수가 있는 그의 거처로 데리고 가면서 부르는 두 사람의 노래다. 281개의 촛불과 안개로 인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더해지는 이 장면은 소름 끼칠 정도로 아름답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나오는 관객은 하나같이 멜로디를 콧소리로 흥얼거리는데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본 사람도 수십 번 본 사람도 똑같다. 그 여운은 며칠 동안 계속된다. 멜로디가 입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데 사실 입에 붙은 것이 아니라 심장에 담겼기 때문이리라. <오페라의 유령> 모든 음악은 뮤지컬 중 최고의 아름다운 멜로디라고 말하고 싶다.

<오페라의 유령>은 1910년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소설로 처음 나왔을 당시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925년 미국 배우 ‘론 체이니’ 주연의 무성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오페라의 유령은 생명력을 얻기 시작해 수많은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이 최고의 뮤지컬로 인정받아 지금의 뜨거운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 덕분이다.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를 제작해 오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과 마이크 크로포드(Michael Craword)의 목소리로 1986년 영국 런던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선보인 이후 이 작품은 지난 2011년 탄생 25주년을 맞이하기까지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그리고 금세기 뮤지컬의 최고봉으로 지금까지 보여준 그 어떤 <오페라의 유령> 작품보다 대중과 가장 가까운 대표 작품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달 런던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본드 스트리트에서의 쇼핑도 기대 이상의 황홀함을 느끼게 하는 회전관람차 ‘런던 아이(London Eye)’도 아니었다. 화재로 인한 소실과 재건을 반복하면서도 308년의 역사를 이어 오고 있는 전통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극장 ‘Her Majesty’s Theatre’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한 일이었다. 그것도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1986년 처음 초연되었던 바로 그 극장에서.

몇 번을 봐도 새롭게 발견되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또 다르게 살아있는 표정 그리고 뮤지컬의 웅장함과 품격을 더해주는 ‘Her Majesty’s Theatre’의 화려한 무대와 클래식한 분위기가 함께 어우러져 그날의 감동은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봤을 때의 설렘과 감동을 넘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내 가슴 속에 자리 잡았다.

색깔과 모양은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과 기억은 있는 법이다. 나에겐 수십 번을 봐도 한결같은 감동을 주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최고의 감동과 기억이다.

유난희
명품 전문 쇼호스트, 저서 <명품 골라주는 여자> <아름다운 독종이 프로로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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