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iotheque-rueil-malma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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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쳐] 엠파이어 스타일은 나폴레옹의 정치적 야심이 담겨 있는 가구로 1804년부터 1815년 사이에 제작되었다. 나폴레옹은 엄청난 일벌레였다. 그의 독서량과 업무량은 대단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법전의 상당 부분이 나폴레옹 법전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는 큰 책상을 사용하였다. 지금도 프랑스의 여러 궁전에 그의 책상들이 보존되어 있다. 그의 책상을 묘사하자면, 파리의 개선문을 닮았다고 말하고 싶다. 육중하고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Patricia Lemonnier
Patricia Lemonnier

파리의 앤틱전문가인 마담 파트리시아 르모니에(Madame Patricia Lemonnier)의 인터뷰를 인용해 보았다. 그녀는 파리 1대학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수십 년째 앤틱가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파리의 앤틱상인 필립 델피에르(Antiquaire Philippe Delpierre)에서 근무하면서, 개인 컬렉터 컨설팅 및 다양한 저술 활동과 컨퍼런스로 분주하다.

나폴레옹 황제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총재정부를 거친 후, 나폴레옹(Napoléon Bonaparte, 1769~1821)은 1799년 쿠데타를 일으켜 통령정부를 수립하였다. 그는 철저한 중앙 집권 정책을 추진하였고 언론과 사상을 통제하여 독재권력을 확립하였다. 프랑스 은행을 설립하였고, 나폴레옹 법전을 편찬하여 혁명의 성과를 정착하였을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제국을 격파하였고, 영국과 타협하며 정권을 안정시켰다.

Napoleon_in_His_Study
Napoleon_in_His_Study

 

이어 그는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으며, 이후 1804년에 국민투표를 통하여 나폴레옹 1세로 즉위하며 황제가 되었다. 수많은 전쟁을 거쳐 프랑스 대륙을 넓혔으며, 이집트 원정을 통하여 유럽에 이집트 유물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당대 프랑스의 국력성장을 비롯하여 산업발전과 학술연구의 결실은 실로 대단했다.

chambre Napoleon
chambre Napoleon

한편, 나폴레옹은 당시 황제로서의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이를 널리 전파하고자 건축과 미술을 적극 활용하였다. 마치 17세기에 루이 14세가 왕권을 과시하고자 베르사유 궁전을 신축하고, 모든 문화 예술을 장려하여 화려한 작품을 남겼듯이, 나폴레옹은 기존의 왕정시대와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양식의 건축과 예술을 추구하였다.

Chateau_de_Malmaison_Appartement_de_Josephine
Chateau_de_Malmaison_Appartement_de_Josephine

 

나폴레옹은 황실 건축가로 페르시에와 퐁텐을 임명하고, 화가로는 다비드를 선정하였다. 예를 들어, 파리의 방돔 광장, 마들렌느 성당, 개선문 등이 당시에 건립되었으며, 다비드는 ‘나폴레옹 대관식’을 그렸다.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을 가장 전설적인 인물로 기억하고 있다. 프랑스 전임 대통령인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우, 나폴레옹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자신의 지지도를 높이려는 정치선전을 하기도 하였다.

commode
commode

 

남성적인 육중함을 자랑하는 엠파이어 스타일
<엠파이어 스타일>의 대표적인 가구는 책상과 서류장이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의 책상은 좌우에 각각 서랍이 비치되어 있다. 한편, 당시의 기술력 결실로 책상에 메카닉적인 부분을 보완하여, 편리함을 추구하였다. 퐁텐블로성에 보존된 나폴레옹의 책상의 경우 비상시에 서류를 숨길 수 있는 장치가 있다.

commode
commode

 

코모드(Commode)의 경우, 서랍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로 세 개의 서랍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모드의 손잡이는 대부분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사자 머리형태로 장식된 손잡이도 있다. 또한, 대리석으로 제작된 대형 원형 테이블도 전형적인 <엠파이어 스타일> 가구이다. 원형 테이블의 경우 다리는 가운데 하나의 두꺼운 원통형으로 제작되어 아랫부분에 지지대를 넓혀 그 위에 스핑크스나 독수리 등의 조각 장식을 하였다.

엠파이어가구도안
엠파이어가구도안

 

시케와 라바보
당시에 등장한 새로운 모델의 가구가 여럿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화장대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화장용 테이블이다. 요즘 화장대에 비해서는 높이가 낮은 편인데, 넓은 대리석으로 덮여있으며, 거울도 달려있어서 실용적이다.

Coiffeuse
Coiffeuse

 

거울은 타원형도 있고, 직사각형 및 8각형 형태도 있다. 또한, 씨케(Psyché)라는 대형 전신거울이 등장하였다. 타원형 거울이나 직사각형의 윗부분을 아치형으로 둥글린 대형 거울을 양쪽 기둥과 바닥 목재를 사용하여 지지하고 있다. 대부분 화려한 금도금 브론즈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라바보(lavabo)라 하여 세면대를 연상시키는 가구가 등장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의자나 소파의 티슈 부분이나 카펫에 처음으로 호피무늬가 등장하였다. 당시에 호피무늬는 대유행이었는데, 나폴레옹의 어머니가 매우 좋아했었다고 한다.

 

스핑크스 브론즈 장식
<엠파이어 스타일> 가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를 금도금 브론즈 장식이라 할 수 있다. 브론즈 장식이 거의 모든 가구에 포인트를 주어 화려하면서 웅장한 느낌을 준다. 청동으로 그대로 두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금도금을 하여 번쩍번쩍 빛을 반사한다.

자주 등장하는 장식 형태로는 스핑크스, 큐피트, 사자, 꿀벌, 월계관, 야자수 잎 등이다. 또한, 별무늬나 현악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스핑크스의 등장은 당시 나폴레옹 이집트원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브론즈 장식은 가구의 표면에 장식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코모드의 손잡이나, 가구의 열쇠 부분 등에도 활용되었다. 또한, 이러한 브론즈의 색상은 짙은 마호가니 원목과 대비되는데, 나폴레옹 특유의 강한 성격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흰색 페인트칠의 가구에도 금도금 브론즈 장식이 효과적이다.

canape
canape

 

앤틱 컬렉션
<엠파이어 스타일> 가구의 걸작은 현재 유통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다른 양식에 비하여, 경매시장에서도 자주 보이는 편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중저가 가구의 유통에 편중되어 있는 편이다. 프랑스컬렉터들의 경우, 대부분 마니아층이다. 외국 컬렉터의 경우, 독일컬렉터들이 매우 좋아한다. 독일인들의 기호에 맞다. 육중하고 남성적인 느낌과 직선이 대부분이라서 수십 년 전부터 독일컬렉터들이 많이 찾는다. 뮌헨에 <엠파이어 스타일> 전문 앤틱 갤러리도 있다. 그리고 러시아컬렉터들도 나폴레옹 오브제와 함께 <엠파이어 스타일> 가구를 수집한다. 또한, 미국컬렉터들에게도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인기가 매우 높았다.

chaise gondole
chaise gondole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큐레이터/ 아트컨설턴트, 파리예술경영대 EAC 출강
EAC 예술경영학 학·석 사 졸업, 소르본느대 Sorbonne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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