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es X 샤를 10세와 가구디자이너 프랑수아 보드리, 1827
Charles X 샤를 10세와 가구디자이너 프랑수아 보드리, 1827

 

[아츠앤컬쳐] ‘‘<샤를 10세 스타일>은 기분을 좋게 해주는 가구이다. 환한 톤의 원목은 마치 맑은 클래식 선율을 닮았으며, 마케트리(marqueterie)는 이음새가 보이지 않게 깔끔하게 마무리되어있다. 손색이 없는 고품격 가구이다. 한 마디로 보기에 아름답다.’’

벨기에 앤틱상인 장 프랑수아 따지오(Jean François Taziaux)의 인터뷰를 인용해보았다. 그의 표현처럼 샤를 10세 양식은 화사하다. 옅은 베이지색에 황금빛깔이 살짝 감도는 원목의 따뜻함이 실내 분위기를 아늑하고 화사하게 해준다. 대부분의 앤틱 가구들이 중후한 기품을 지녔다면, <샤를 10세 스타일>은 화사한 아름다움과 단아함을 지닌 가구이다. 1820년대에 주로 생산되었는데, ‘신고전주의 양식’과 ‘18세기의 향수’를 동시에 지닌 가구라고 후대에 평가받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부드러운 라인으로 디자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부분도 강화된 당시의 모던함을 보여주는 양식이다. 더불어, 섬세한 덩굴 식물 모티프 장식을 통하여 단조로움을 피하였고, 다양한 의자 및 소파 디자인을 남겼다.

LIT EN NACELLE, FRANÇOIS BAUDRY 타원형 침대, 프랑수아 보드리 © Musée des Arts décoratifs, Paris
LIT EN NACELLE, FRANÇOIS BAUDRY 타원형 침대, 프랑수아 보드리 © Musée des Arts décoratifs, Paris

 

마지막 부르봉왕가 ‘샤를 10세’
샤를 10세(Charles X, 1757~1836)는 루이 16세와 루이 18세의 남동생이며 본명은 샤를 필리프이다. 1824년 루이 18세가 서거하면서 대를 이을 자녀가 없었던 이유로 당시 아르투아 백작으로 불렸던 샤를 10세가 즉위하게 되었다. 그는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영국으로 망명하여 전국 각지를 전전하면서 반나폴레옹의 기수로 활동했었다. 이후 왕정이 복구되었으며, 그의 형인 루이 18세와는 판이하게 다른 정치를 펼쳤다.

철저한 절대왕정의 부활을 기원했던 그는 결국 1830년 프랑스 국민들의 불만으로 일어난 <7월 혁명>으로 퇴위당하고 만다. 다행히 처형당하는 것은 면하였지만 또다시 영국으로 망명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부르봉왕가의 마지막 왕으로 기억되고 있다. 왕권 즉위 당시 샤를 10세는 다른 왕들에 비하여 실내 장식에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록되었다. 반면에 그의 며느리인 베리 공작부인은 문화예술에 남다른 조예가 있었으며, 당시의 문인 및 예술가들과 가깝게 지내며 큰 후원자 역할을 했다.

COMMODE BUREAU SIGNED J. J. WERNER 코모드, 베르네르height: 94,5 cm, length: 130 cm, depth: 60 cm© LE COUVENT DES URSULINES
COMMODE BUREAU SIGNED J. J. WERNER 코모드, 베르네르height: 94,5 cm, length: 130 cm, depth: 60 cm© LE COUVENT DES URSULINES

 

레몬나무와 화이트 대리석
1920년대에 프랑스는 실내를 화사한 빛깔로 꾸미는 것이 유행이었다. 가구디자이너들은 이러한 당시 경향에 맞추어 레몬나무, 단풍나무, 서양물푸레나무, 측백나무, 느릅나무, 호랑가시나무 등을 합판장식으로 사용하였다. 당시 가구장인들은 나뭇결의 특성을 살려 새로운 장식효과를 찾고자 다양한 시도를 거듭한 결과, 원목을 얇게 절단한 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접착하여 퍼즐을 연상시키는 반복적인 무늬를 찾기도 하였다. 또한, 암보니아 목재의 마디장식은 특유의 따뜻한 톤으로 많은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CHARLES X FOLDING TABLE, LESAGE MARK 접이식 테이블, 르자쥬 마크length : 81 cm, width : 55.5 cm, height : 74.5 cm© LE COUVENT DES URSULINES
CHARLES X FOLDING TABLE, LESAGE MARK 접이식 테이블, 르자쥬 마크length : 81 cm, width : 55.5 cm, height : 74.5 cm© LE COUVENT DES URSULINES

 

이러한 환한 톤의 가구와 잘 조화가 되도록 코모드 위에 올리는 대리석도 흰색 톤을 사용하였다. 한편, 옅은 색의 표면이 주는 단조로움이나 지루함을 피하고자, 짙은 원목을 사용해 장식 모티프를 연출했다. 예를 들어, 자단류의 목재를 활용하여 덩굴식물의 줄기에서 영감을 받은 모티프를 추가하였다. 참고로 이전의 1830년대에 제작되었던 <루이 필립 스타일>에는 이러한 모티브와 원목의 색상을 반대로 하여 어두운 원목에 밝은 색깔의 모티프를 연출한 가구가 유행하였다.

CHARLES X FOLDING TABLE, LESAGE MARK 접이식 테이블, 르자쥬 마크length : 81 cm, width : 55.5 cm, height : 74.5 cm© LE COUVENT DES URSULINES
CHARLES X FOLDING TABLE, LESAGE MARK 접이식 테이블, 르자쥬 마크length : 81 cm, width : 55.5 cm, height : 74.5 cm© LE COUVENT DES URSULINES

 

복고풍 고딕양식
샤를 10세 왕정 말기에 들면서 중세 양식에 대한 복고의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무엇보다 당시 프랑스는 문학과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에 걸쳐 고딕양식을 예찬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소설인 <노트르담 성당>은 1831년 발표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미술계에서는 낭만주의 화풍의 ‘으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가 대표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 영국에서도 네오고딕양식의 건축물이 이미 18세기 말부터 등장하였다. 가구의 경우, 의자의 등받이 부분을 문살처럼 뚫어서 대성당의 창틀과 유사한 분위기를 느끼도록 하였다.

참고로, 고딕양식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가구 디자이너는 자콥 데스말터(Jacob Desmalter)이다. 그는 베르사유 궁전의 프티 트리아농의 가구를 디자인한 당대 최고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조제프 피에르 프랑수아 장셀름(Joseph Pierre François Janselme)을 빼놓을 수 없다.

CHARLES X FOLDING TABLE, LESAGE MARK 접이식 테이블, 르자쥬 마크length : 81 cm, width : 55.5 cm, height : 74.5 cm© LE COUVENT DES URSULINES
CHARLES X FOLDING TABLE, LESAGE MARK 접이식 테이블, 르자쥬 마크length : 81 cm, width : 55.5 cm, height : 74.5 cm© LE COUVENT DES URSULINES

 

앤틱 컬렉션
실상 앤틱마켓에서 <샤를 10세 스타일>가구의 거래는 한정적이다. 왜냐하면, 제작 기간이 짧았고, 그만큼 희소성도 높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주로 마니아층들이 컬렉션을 갖고 있다. 앤틱시장의 추세를 보면 <샤를 10세 스타일>의 최고 전성기는 1970년대였다. 이후 약간 주춤하다가 2010년대 들어서 제2의 붐을 타고 있다. 물론 왕실 컬렉션을 비롯한 예외적인 가구는 추세와 상관없이 언제나 최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CHARLES X FOLDING TABLE, LESAGE MARK 접이식 테이블, 르자쥬 마크length : 81 cm, width : 55.5 cm, height : 74.5 cm© LE COUVENT DES URSULINES
CHARLES X FOLDING TABLE, LESAGE MARK 접이식 테이블, 르자쥬 마크length : 81 cm, width : 55.5 cm, height : 74.5 cm© LE COUVENT DES URSULINES

 

<샤를 10세 스타일> 전문 앤틱갤러리인 벨기에 리에쥬 소재의 ‘르 꾸벙데 우르슬린(Le Couvent des Ursulines)’에 따르면, 주요 컬렉터층은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컬렉터들이 강세이며, 이전에 달러가 강세였던 시절에는 미국컬렉터층이 꽤 두터웠다고 한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큐레이터/ 아트컨설턴트, 파리예술경영대 EAC 출강
EAC 예술경영학 학·석 사 졸업, 소르본느대 Sorbonne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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