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 Giovanni, Mozart / 파리 바스티유 국립오페라 (Opéra Bastille National de Paris)

Peter Mattei(Don Giovanni), David Bizic(Leporello), Nahuel di Pierro(Mazetto), Gaelle Arquez(Zerlina) © Opéra national de Paris/ Charles Duprat
Peter Mattei(Don Giovanni), David Bizic(Leporello), Nahuel di Pierro(Mazetto), Gaelle Arquez(Zerlina) © Opéra national de Paris/ Charles Duprat

 

[아츠앤컬쳐] ‘오페라 중의 오페라’로 알려져 있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Don Giovanni)의 시대적 배경을 17세기의 세비아가 아닌 오늘의 금융계로 옮겨 놓은 미하엘 하네케(Michael Haneke) 연출의 이번 바스티유 국립오페라 공연이 프랑스뿐 아니라 해외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공감대를 높인 무대 위에서 열연하는 바리톤 피터 마테이(Peter Mattei)는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영화감독으로 더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하엘 하네케는 2001년 영화 ‘피아니스트’의 프랑스 깐느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을 비롯하여 이후 두 차례나 깐느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스웨덴 출신의 바리톤 피터 마테이와는 그가 최초로 연출한 오페라인 2006년 파리 가르니에 국립오페라극장의 돈 조반니부터 함께하고 있다.

파리의 바스티유 국립오페라(Opéra Bastille National de Paris)는 우리에게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통해 잘 알려진 곳이다. 파리에는 가르니에 오페라(Opéra Garnier)와 바스티유 오페라가 있는데 두 극장은 사실상 파리 국립오페라(Opéra National de Paris)라는 하나의 기관이다. 이에 동일한 경영진을 비롯하여 행정 및 운영은 함께 이루어지며, 공연 편성에도 별다른 차별성을 두지 않는다.

사실상 바스티유 국립오페라 극장의 설립 기원은 1982년 당시 미테랑 대통령 시절 기존의 파리 가르니에 국립오페라극장의 제한적인 관람객 수용이 문제화되면서 새 극장 설립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에 기존의 가르니에 극장과는 달리 모던하면서 대중친화적인 성격의 극장을 설립하고자 건축 콩쿠르를 실시한 결과 총 1,700명의 건축가가 지원하였는데, 그 중 우루과이 건축가인 당시 37세의 카를로스 오트가 당선되었다. 이후 1984년 착공 후 1989년 7월 13일 프랑스 혁명 기념일 행사와 함께 성대하게 개관식을 치렀다.

그리고 1990년 가르니에 오페라극장과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이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되었으며, 같은 해 3월 첫 번째 연주회에서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바스티유 오페라의 음악 감독으로 역임되었다. 한편 1994년에는 파리 오페라의 명칭을 파리 국립오페라로 변경하면서, 공연의 영향력이 파리에 국한되지 않고 프랑스 전역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도약하고픈 기관의 의지를 표출하였다.

돈 조반니는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의 대본으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가 작곡한 2막으로 구성된 오페라로써 1787년 10월 27일에 체코의 프라하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듬해 비엔나에서 곡의 여러 부분이 추가되어 공연되었으며,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오스트리아 대공이었던 요제프 2세가 12월 15일에 관람했던 것으로 기록되었다.

이처럼, 오페라 돈 조반니는 왕정시대와 낭만주의의 과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탄생하였다. 2년 후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던 것을 비추어 볼 때, 당시의 어수선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토대로 왜 돈 조반니와 같이 지극히 방탕한 히어로를 선택하였는지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해학적인 요소와 비극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오페라 돈 조반니는 이후 낭만주의 작곡가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바그너는 돈 조반니를 ‘오페라 중의 오페라’라고 극찬하였다.

진보적인 바스티유 국립오페라극장의 성격을 대변하듯, 미하엘 하네케가 연출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는 21세기 금융계, 돈이 지배하는 오늘을 시대적 배경으로 재창조되었다. 이는 2006년 가르니에 오페라 초연 후 이번에 새롭게 무대에 올려진 것이다. 전체적으로 블루톤의 차가운 조명 아래 초현대적인 도시의 유리건축물이 삭막함을 더한다. 무대에는 엘리베이터가 보이고, 오피스의 가구와 집기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마치 뉴욕의 맨해튼이나 파리의 라데팡스를 연상케 한다.

여기서 돈 조반니는 골든 보이로 돈나 안나는 사장의 딸로 등장하는데, 이는 낯설지 않은 스토리의 설정이다. 또한, 원작의 시골 소녀로 등장하는 체를리나는 현장 기술직 여직원으로 나오는데, 여러 명의 기술직들은 모두 미키마우스 마스크를 쓰고 회색 제복을 입고 등장한다. 마치 하나의 획일적인 부품과 같이 그들에게 각자의 아이덴터티가 아닌 디즈니의 캐릭터를 부여한 것을 보면서 연출자의 메시지를 다시금 짐작게 한다.

한편, 이번 연출에 대하여 프랑스의 저명한 피가로지의 편집장인 장 도르메송(Jean D’Ormmesson)은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했다.

“이번 공연은 퍽 성공적이라 평가되지만, 연출자의 의도에는 반감을 표한다. 요즘 고전물을 현대화하여 재해석하는 것이 공연계의 대세인데, 과연 가치 있는 작업일까? 이러한 트랜드는 머지않아 시들어 버릴 것이다. 특별함을 연출하기 위한 지나친 노력은 오히려 본질을 손상시킬 수 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큐레이터/ 아트컨설턴트, 파리예술경영대 EAC 출강
EAC 예술경영학 학·석 사 졸업, 소르본느대 Sorbonne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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