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전남 보성군 벌교의 징광옹기, 전통녹차를 통하여 격이 있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있는 징광문화의 차정금 대표를 만나 전통문화사업을 추진하는 배경과 현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울에서 내려와 전통문화사업을 함께 꾸리며 돕고 있는 차대표의 아들부부와 4명의 손녀들이 거주하며 일하는 공간인 징광문화의 양지바른 정원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Q. 징광문화의 주요 사업분야에 대하여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징광문화는 옹기, 잎차를 생산하고 녹차음식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옹기는 발효식품을 담는 크고 작은 항아리와 집안에서 사용하는 식기, 생활소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옹기의 기물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조형미입니다. 항아리는 전통적인 선의 흐름을 중시하고, 식기류는 단순하고 절제된 선으로 디자인하여 전통과 현대, 지킴과 변화를 통해 옹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잎차는 차나무에서 어린잎을 따서 덖거나 발효하여 만든 차입니다. 징광차밭은 차나무의 본성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재래종 차 씨앗과 묘목을 산속에 심어 야생으로 되돌린 차밭으로, 풀과 나무와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딴 찻잎으로 덖음차와 산화발효차를 만드는데, 차의 빛깔이 검녹색으로 고온의 무쇠솥에 덖고 비벼 만드는 전통 가공법입니다. 한국, 일본, 중국의 차는 품종도 가공법도 달라 맛과 향이 다른데 근래에는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지만, 한국의 전통 제다법은 계속 전승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징광문화의 설립자이셨던 고 한상훈 대표님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1980년 고 한상훈님께서 전남 보성군 벌교읍 징광리에 징광문화를 설립하였으며 설립 목적은 옹기, 잎차, 유기, 목기, 죽세공품의 생산과 천연염료 염색, 교육의 문화단지를 만들고 300여 년 전 폐사된 징광사를 복원하고자 했습니다. 1972년부터 징광리의 지명과 옛 자료들을 찾고 징광리를 탐방하여 징광사의 흔적들을 찾아 기록하며, 1980년에 징광리에 옹기가마를 틀고 작업장과 집을 짓고 산에 차 씨앗을 심어 차밭을 만들었습니다.

타고난 심미안으로 조형을 보는 감각이 있어, 옹기 장인을 고용하여 남부식 옹기의 조형을 그림과 말로 설명하며 남부식 옹기를 재현하였습니다. 1986년 제11회 전승공예대전에 남부식 옹기를 출품하여 국무총리상을 수상하였고, 이듬해 제12회 전승공예대전에서 천연염색으로 문화공보부장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유기와 옹기를 미국, 영국, 프랑스박물관, 일본 민예관 등에서 컬렉션하였고 통인화랑 전시 등 활발한 활동을 하시다가 1998년 타계 후 가족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Q. 파리, 일본 등 해외 각국 박람회에 참가해 오셨는데 우리 전통문화 상품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A. 외국인들은 옹기 작품을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아서 순수하게 작품으로 감상하고 옹기의 색감과 조형에 감탄하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 분들은 어려서부터 장독대를 보고 자라서인지 평가가 인색하고 서민의 그릇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06년 유네스코 동북아시아 아름다운 수공예품 심사가 몽골에서 열렸습니다. 징광옹기에서 5점을 보냈는데 우리나라에서 참여한 업체 중 징광옹기가 3점 선정돼 가장 우수한 성적이었습니다. 심사평이 “다섯 작품 모두 디자인에서 뛰어나지만 모두 선정할 수 없어 3점만 선정하였다”라고 했는데 우리나라 신문에 장신구, 백자로 만든 새 사진만 보도되고 가장 많은 작품이 선정된 옹기는 활자로만 소개되었습니다. 그것이 옹기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했습니다.

 

Q. 전통문화를 알리는 것은 왠지 기업의 사업목표라기보다는 공적인 단체나 조직의 사명같이 느껴집니다. 여성사업가로서 이런 사명을 가지고 사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듯한데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신지요.
A.
전통문화 사업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세상은 날마다 새로운 상품, 작품들이 탄생하는데 전통상품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하니 경쟁력이 약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옹기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작하여 뉴욕 맨하탄 소호에서 판매하는 분도 있고, 젊은 분들이 옹기 식기를 새롭게 보고 있기도 합니다. 남편이 창업하고 가꾸다 남기고 가신 사업이니 가족들이 계속 잘 일구어가야겠지요.

Q. 징광문화가 생산하는 전통차나 장류는 어떻게 전통의 맛과 멋을 유지하고 계신 지 궁금합니다.
A.
첫 번째로 제가 만드는 잎차는 전통 제다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습니다. 고온 덖음차는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의 제다법입니다. 두 번째로 차나무에 비료나 퇴비 등 외부의 화학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차 본래의 맛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를 지켜나가는 것이 징광잎차의 맛과 멋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Q. 그동안 전통문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해오셨습니다. 가나아트센터등 서울 유명갤러리에서 여러 번의 전시회를 개최하셨는데 전시기획 의도와 내용이 궁금합니다.
A.
대부분의 전시는 징광옹기의 전통성과 새롭게 변화하는 작품성을 보신 유명갤러리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옹기 작품은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에 기둥처럼 우뚝 솟은 조형물에 화초를 키우거나 등불을 켜기도 하고 의자를 만들기도 합니다. 식탁에 올리는 접시도 초목의 재를 구분하여 작품에 발라 빛깔을 달리 표현해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연구하고 실험을 거듭하여 새로운 옹기 작품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Q. 향후 염두에 두고 계신 전통문화관련 이벤트나 사업이 있는지요?
A.
2021년 전남 아름다운정원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기존 정원에 2,000 평 정도 더 확장할 계획인데 자연스럽게 형성된 정원 사이사이를 가꾸어 볼 계획입니다.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편안하고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윤보용
윤보용

대담 | 윤보용 Brian Yoon
ACC 대표이사
Arts&Culture Ad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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