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뜰에 핀 꽃 KOTE, ‘경계에 벽을 세우지 않고 꽃을 피우다’
“예술은 중심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쓸모없는 것에 마음
을 여는 것이다.” -남아공 현대미술가 윌리엄 켄트리지
[아츠앤컬쳐] 해찰자(수류산방에서 윌리엄 켄트리지의 2015년 서울 전시 ‘주변적 고찰’을 순우리말 ‘해찰’로 표현하여 작품집 ‘해찰:언저리의 미학’을 펴냄)로서 언저리의 미학을 인사동 복합문화예술공간인 KOTE(코트)에서 실천하고 있는 안주영 대표를 만났다. 그녀는 KOTE라는 공간과의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아예 그곳에 거주하면서 애정어린 호흡을 불어넣고 있다.
Q. 복합문화예술공간 KOTE의 역사와 주요사업에 대하여 설명 부탁드립니다.
A. KOTE는 인사동 초입에 있는 건물 연면적 1,000평 규모의 복합문화예술공간입니다. 코트(KOTE)는 꽃(kkot)과 뜰(코트야드)을 담은 이름으로 안뜰에 피어난 오동나무꽃을 뜻합니다. 600년 역사의 피맛골 주점촌 끝자락의 코트는 조선시대 백정해방운동인 형평사운동의 본거지이며, 3.1운동의 결집장소였던 승동교회와 담을 마주합니다.
코트정원은 독립투사들이 묵었던 경성의 대표적인 여관인 호해여관이 있던 자리이고, 조선살롱 부지는 조선극장으로 영화 제작인력을 키워내는 산실이었습니다. 당시 영화상영 중간에 무용과 재즈공연을 했으며 지금까지도 재즈공연과 무용가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2020년 삼일절을 기념하여 코트(KOTE)로 다시 오픈했습니다. 코트는 다양한 경계의 창작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교류하는 살롱이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지향합니다. 코트의 주요사업은 전시, 브랜드팝업, 북토크, 페스티벌 등 이벤트를 중심으로 하며 창작자들의 공유공간인 코트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트 내 해봉빌딩 1층은 조선살롱, 나머지 공간은 문화예술 관련 스타트업 임대와 게스트하우스 코트스테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Q. 부동산투자업계에서 커리어를 가지고 계셨는데 KOTE를 사업 터전으로 일구어낸 모멘텀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부동산관련 업무를 하면서 공간의 가치에 대해서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부동산에 입문하기 전에 첫 직장으로 타임지 한글판 편집일을 했고 그때 제 인생의 스승이신 UPA의 신창호 회장께서 예술과 사업을 함께 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후 명동성당의 신자지원시설 프로젝트의 MD로, 또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정몽구재단의 예술마을만들기 프로젝트의 산파역할을 하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6년 전 지인 건축가의 소개로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코트의 알 수 없는 힘에 매료되었고 오동나무를 중심으로 정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공 공간이 앵커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Q. KOTE는 삼성 갤럭시 휴대폰 광고를 촬영할 정도로 매력있는 공간인데요. KOTE를 경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이벤트들이 많이 있었을 텐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얼마 전 진행하게 된 시니어 아티스트들의 KOTE 골목길 버스킹이 가장 기쁜 일로 기억됩니다. 70대 어른들의 버스킹인데 전설의 기타리스트 김광석, 이중산, 사랑과 평화의 원년멤버 이병형 색소포니스트의 버스킹이었습니다. 젊은 세대 아티스트들과 콜라보 공연도 이어졌는데 이 버스킹은 600년 역사의 피맛골 주점촌 골목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Q. KOTE는 법적 다툼으로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으셨고 인터뷰어인 저도 코트의 입주회사 대표로 엄청난 사건현장을 함께 경험했는데요.
A.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많은 문화예술인, 코트입주자들, 프렌치커뮤니티, 미네르바대학 학생들도 이곳을 함께 지켜주었습니다. 저는 이 공간을 지켰다기 보다는 어떤 힘에 이끌려서 특별한 인연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 공간과 이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Q. 향후 대표님께서 염두에 두고 계신 문화예술관련 이벤트와 사업을 소개해 주실 수 있는지요?
A. 코트가 지향하는 가치와 정체성에 부합하는 이벤트와 전시에 더 역점을 두려고 합니다. 마르쉐, 정마리컴퍼니, ‘오월의 꽃’ 골목길버스킹, BTS팬클럽 아미들의 ‘현실과 자아속에서 나의 길을 찾는 과정’을 주제로 하는 전시 ‘달과 12펜스’, 아드님의 음악공연과 함께하는 한얼 이종선 선생님의 서예전, 서울미디어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메타버스와 가상아티스트의 생성과 진화- 예술계의 멀티페르소나 현상, 한글의 소실자를 중심으로 하는 청년작가전시 ‘나눔과 나뉨’,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디제잉행사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담 | 윤보용 Brian Yoon
ACC 대표이사
Arts&Culture Advis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