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조금은 여유로운 연휴기간 동안 가족들과 자전거를 탔다. 사실 각 가정에 자전거 한 대쯤은 가지고 있는 가구들이 많을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전거 종류와 크기도 달라진다. 혹시 지금은 자전거 타는 사람이 없어 아파트 복도에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건 아닌지.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지만 자전거타기만큼 쉽게 적응하는 운동도 드물다.
더하여 웬만한 산책길에는 자전거 도로와 병행되어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건강과 더불어 교통수단으로 연계할 수 있는 인프라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9월 22일은 ‘세계 차 없는 날(World Car Free Day)’로 전 세계의 모든 도시와 사람들이 자동차 없는 거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날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삶터 주변의 거리를 상상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이런 날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거리를 걷기와 자전거 타기에 더 안전하고,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세계 많은 도시가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차량 이용 축소 정책을 펴고 있는 추세다. 최근 이슈가 된 신촌 연세로에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추진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 하나뿐인 대중교통지구인 ‘연세로’가 일반 차도로 바뀔 위기에 처하게 됐다. 연세로는 2014년 1월부터 평일엔 대중교통지구로, 주말엔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해 왔다.
최대의 쟁점은 대중교통지구 시행으로 신촌 일대의 상권이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서대문구의 의견이 갈리고, 시민/대학생과 상인 사이에도 여론이 나눠지고 있다. 연세로 대중교통지구는 보행자 편의와 안전 개선, 자동차 통행 감소, 문화 공간 제공 등 큰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상권 위축이라는 상인들의 주장으로 대중교통지구를 해제해선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이런 이유로 행정을 한다면 지구촌 모든 도시들의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고민이다.
여기 좋은 사례가 있어 소개해 본다. 더 많은 ‘15분 도시(15-Minute City)’를 조성하기 위한 글로벌 사업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역점을 두고 활동하기 위해 약 100명의 세계 대도시 시장들이 모여 있는 ‘C40 Cities 기후 리더십 그룹’에서 덴마크회사인 NREP(Nordic Real Estate Partners)와 협력하여 5개의 글로벌 도시에서 걷기 좋은 동네를 조성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15분 도시(15-Minute City)’는 현재 국제 사회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도시계획 개념이다. 이 아이디어는 감염병 위기와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기 위해 도시지역을 자동차에 덜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공공기관, 직장, 학교 및 녹지 공간 등과 같은 일상생활의 필수 요소를 집에서 도보 또는 자전거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탄소 및 공해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사업이다.
화창한 날이면 사람들이 대로에 나와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가족, 거리에 자전거 타는 사람들, 음악을 연주하는 예술가들, 사진을 찍는 작가들이 있는 활기찬 도시의 거리를 상상해 보라. 대로의 ‘열린 거리(Open Street)’ 사업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보다 더 자동차 중심적인 미국 대도시들도 위 사업의 성공적인 모델을 배우고 중시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멀고도 험한 길이지만 지구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어느 곳에나 있기에 스스로 위로해 본다.
글 | 이승은
서울대 공과대학 석·박사 졸업
서울대 대학원 언론학 박사
환경다큐멘터리 PD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 저자
<EU 기후변화 정책의 이해>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