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022년 8월 6일 광화문광장이 리모델링 후 다시 문을 열었다. 광화문광장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초대형 광장이자 초대형 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 월드컵 응원으로 온 국민이 하나가 되었고 최근에는 정치적 갈등의 상징 장소가 되기도 했다. 광장은 단순히 빈 공간이 아니다. 구조물로 꽉 찬 공간은 말할 필요도 없이 광장이 아니다. 넓은 땅에 숲이 우거지면 그것은 광장이 아니라 엄격히 말해서 공원이다. 그렇다면 최근 5,000그루의 나무가 새로 심어지며 준공된 소위 ‘광화문광장’은 광장일까, 공원일까.
새로 준공된 광화문광장은 욕심이 지나친 광장으로 보인다. 리모델링에만 1,040억 원의 적지 않은 국가 예산이 투입된 광화문광장의 최대 문제점은 비워져야 할 광장 스스로가 너무나 많은 말을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광장에는 온갖 종류의 나무가 심어졌다. 여러 형태의 분수도 곳곳에 만들어졌다. 별도로 물길도 흐른다. 세종문화회관 벽과 서울역사박물관 벽에는 초대형 고가의 LED 전광판이 신설되어 각종 동영상이 비쳐지고 있다. 국내 최대급 광화문광장은 포부가 너무 큰 것이 문제다.
반면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광장들 대부분은 그냥 비워진 상태다.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은 동상 하나도 없이 그냥 돌바닥뿐이다.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은 미켈란젤로가 바닥에 색깔이 다른 돌들로 별 모양을 만들어놓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캄피돌리오 광장은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에 놀라며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공간이다.
20세기에 새로 만들어진 퐁피두 광장은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 옆 드넓은 땅을 그냥 비워놓았다. 설계자인 렌초 피아노, 지안프랑코 프란치니, 리차드 로저스는 퐁피두 광장을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게 비워놓아야 파리 시민들이 오히려 창의적으로 그 공간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펼칠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오늘도 퐁피두 광장에는 건축가들의 설계 의도대로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행위 예술가, 무엇인가를 들려주려는 소리 예술가, 구경꾼들로 붐빈다.
국가 경영이나 도시 경영, 기업 경영, 조직 경영, 가계 경영 등 대부분의 경영에서의 주요 목표는 제한된 자원의 최적 배분이다. 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이 제1원칙이다. 광화문광장에서 이제 가장 중요한 투자는 예술 그 자체로 본다.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의 힘은 미켈란젤로의 위대성에서 나온다. 광장을 오르려고 선 계단에서부터 밑 출발 부분보다 위의 종점 부분을 더 넓혀 시각적으로 계단을 더 가깝고 친근하게 설계한 미켈란젤로에게 탄성을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미켈란젤로의 건축적 아이디어는 오늘날 좁고 높은 천장을 표현할 때 종종 차용되고 있다. 우리의 광장도 제2의 미켈란젤로를 찾아야 한다.
광화문광장이 새로 조성되며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어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옆 벽에 초대형 LED 전광판이 설치되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이 고가의 초대형 전광판이 강남 코엑스 전광판에 비해 선명도도 너무나 떨어지고, 작품 수준도 코엑스 전광판에 비해 빈약하다는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총500억 원의 예산으로 100억 원 내외를 호가하는 김환기의 그림 5점을 구입해 상설 전시하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광화문광장을 핫 플레이스로 만드는 엄청난 사건이 될 것이다. 또한, 세종문화회관이 500억 원의 추가 예산으로 세계적 지휘자를 10년간 장기 계약을 하고 우수 솔리스트들을 초청해 집중 연주회를 펼친다면 광화문광장은 더 인기있고 품격 높은 장소가 될 것이다.
광화문광장은 더 비워져야 한다. 광장을 빛나게 하는 것은 광장 위를 채운 하드웨어가 아니라 광장을 둘러싼 건축물들인 경복궁, 세종문화회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안팎과 광장 바닥 위에서 펼쳐지는 예술 그 자체이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차의과학대학교 상임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