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자은도 1004뮤지엄파크(자료 : 신안군 홈페이지)
신안군 자은도 1004뮤지엄파크(자료 : 신안군 홈페이지)

 

[아츠앤컬쳐] 서울로부터 멀리 떨어진 전남 신안군 자은도. 이곳은 서해안 목포에서 바다 위 다리를 건너 압해도로, 이어서 암태도로, 또 다시 다리를 건너야 도착한다. 자은도 앞은 망망 서해바다다. 서울로부터 373km 거리에 4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이렇게 먼 곳에 세계적 예술섬으로 도약한 일본 나오시마섬에 필적하는 예술 명소를 만든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데 자은도를 예술적 사이트로 만드는 데에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나선다.

마리오 보타는 서울 한남동의 리움미술관, 강남의 교보타워를 설계해 우리와 매우 친숙한 건축가다. 그가 한국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 성모성지 성당이다. 우리나라에 21세기에 준공된 건물 중 압권으로 본다. 남양 성모성지는 1866년 병인년 처형된 천주교 신자들의 순교지다. 우리나라 전체에서 가장 엄숙한 성역 중 하나로, 종교를 떠나 한 명의 창작자가 땅을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내는지에 대한 공부 삼아 꼭 방문해 볼만한 곳이다. 전국으로부터 경기도 화성의 마리오 보타 성당을 보러 오는 여행이 추천되는 것처럼, 필자는 앞으로 저 멀리 목포 앞바다 자은도에서도 가장 먼 둔장해변에 2024년 서게 될 마리오 보타의 미술관을 향해 기꺼이 여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전라남도와 신안군은 2021년 11월 마리오 보타, 박은선 조각가, 김영록 도시자, 박우량 신안군수가 함께 ‘신안 인피니또 뮤지움’ 건립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목포 앞 바다에 자리한 신안군은 모두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 자연 그 자체만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다. 신안 앞바다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선구자는 바로 김환기 화백이다. 신안 앞바다, 고향 안좌도의 해변을 미국 뉴욕 난방도 잘 안 되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푸른 점으로 그려낸 김환기 화백의 그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중 하나가 되었다. 신안 앞바다가 없었다면 우리는 ‘환기 Blue’라는 컬러를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신안 앞바다는 언젠가 우리나라에 본격적 해양 요트 시대가 열릴 경우 세계적 인기 휴양지로 떠오를 후보지다.

신안군 다도해 1,025개의 섬들은 대부분 우열을 가리기 힘들도록 아름답다. 이미 신안군은 이 모든 섬들에 1개씩 총 1,004개의 미술관을 추진 중이다. 자은도 뮤지엄 파크에는 수석미술관, 조개박물관이 운영 중이다. 압해도 저녁노을 미술관, 안좌도 화석박물관도 완공됐다. 김환기 화백의 고향 안좌도에는 세계 최초로 바다에 뜬 플로팅 뮤지엄이 2023년 개관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마리오 보타의 자은도 인피니또 미술관도 물론 1,004 미술관 프로젝트 중 하나다. 하지만 인피니또 미술관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는 마리오 보타의 이름과 그가 한국에서 보여준 남양 성모성지를 읽어낸 통찰력과 예술성 때문이다.

일본 나오시마 미술관이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후원자, 건축가, 콜렉션, 바다의 아름다움, 주민들의 협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성공 이유는 나오시마 지중 미술관을 포함해 거의 모든 건축물을 안도 다다오 혼자 모두 맡아 설계해 디자인적 일관된 언어를 가졌다는 것이다.

전라남도와 신안군은 일본 나오시마 성공 사례를 벤치 마킹해 1025개 모든 섬의 미술관 프로젝트를 근본적으로 심각하게 재고할 것을 긴급 제안해 본다. 먼저 관계자들이 남양 성모성지 성당을찾아 마리오 보타가 그 평범한 땅에서 어떻게 성당 실내에 빛의 엄숙성을 창조해 내었는지 확인해 보기 바란다. 다시 말해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에게 자은도 인피니또 미술관을 필두로 섬 전체를 예술섬으로 만드는 마스터 플랜을 맡기는 방안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강일모
강일모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예술의 전당 이사 역임
차의과학대학교 성광학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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