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방시혁 작곡가가 5월 1일부터 진짜 명실상부한 재벌 회장이 된다고 한다. 음악인으로 시작해 자력으로 재벌 총수에 이르는 일을 해낸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다. 방시혁 회장이 31.57%의 대주주로 있는 하이브는 2023년 자산 5조3457억 원으로 폭발적 성장 중이다. 방 회장 개인 재산도 하이브의 총자산에 육박하는 33억 달러, 4조6천억 원 이상으로 국내 부자 10위 전후 수준이다. 하이브 방시혁 회장은 카카오의 김범수 회장,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등과 함께 대표적 자수성가 인물로 한국의 상속 재벌들과 어깨를 겨루고 있다.
방시혁 회장은 어려서부터 책 읽기와 공부를 좋아하는 타고난 서생이었다고 한다. 그는 초중고때부터 공부와 함께 클래식 기타, 전기 기타, 작곡을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중음악 작곡가가 된 것이라고 한다. 방 회장은 2008년 11월 ‘총 맞은 것처럼’을 작사 작곡하고 백지영 가수에게 녹음을 시켜 대 히트를 한다. GOD의 ‘Friday Night’, 비의 ‘나쁜 남자’를 비롯하여 BTS의 아버지로서 다수의 BTS곡들도 그의 작품이다. 이러한 그가 재벌 회장까지 된 스토리는 중요하고 의미가 크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현재 지속 성장이냐 후퇴냐의 기로에 선 한계 국가이기 때문이다. 조선업, 중공업, 가전 등 전통적 강세였던 산업은 모두 중국에게 내주었고, 그나마 버티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시점에 서 있다.
방시혁 작곡가가 회장에 등극하기까지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그는 2001년 박진영 작곡가와 함께 JYP를 공동 창업한 다음해에 바로 자금난에 빠진다. 방시혁 회장은 이때 처음으로 경영학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서울대 미학과에서 공부하는 과정에 많은 철학책들을 읽고 사물의 본질에 대한 접근을 훈련해 온 것이 경영의 기초가 되었다고 말했다. 경영의 위기때마다 본질을 가장 중요시해왔다는 것이다.
박진영, 방시혁 두 사람은 미국으로 건너가 자취를 시작한다. 그러나 사소한 일이지만 박진영 작곡가의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은 습관이 양말전쟁으로 번져 갈라서게 되었다. 박진영은 우스개소리로 자신이 양말을 뒤집어놓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하이브와 방시혁은 없었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방시혁 대표는 2005년 빅 히트를 창업한 후 7년만인 2012년 완전 도산 위기에 빠졌다. 이때도 방 대표는 ‘본질로 돌아가자‘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가 찾아낸 기업의 본질은 생존이었다. 과거는 현재의 기업 생존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히트곡에만 의지하지 말고 장기비전을 세우자.
이런 장기비전의 과정에서 2013년 BTS, 방탄소년단이 탄생한다. BTS의 등장 이후 빅 히트는 폭발적 성장을 시작하지만, 여기에 다시 사스라는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쓴다. 대중과 무대에서 직접 접촉하는 것이 본질인 음악산업은 직격탄을 받는다. 방시혁 대표는 음악인 이전에 다시 철학도로 돌아가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현재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진화를 해야 한다고 판단한 그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기로 했다.
그는 2019년 쏘스뮤직, 2020년 플레디스 해외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했다. 2020년 10월 하이브가 증권시장에 상장되고, 2021년에는 글로벌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소속된 이타카 홀딩스를, 2023년에는 미국 유명 힙합 레이블인 QC미디어홀딩스 등을 인수했다. 하이브는 이제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K Pop 회사가 아니며, NFT에도 관심이 크다. 엔터테인먼트와 매우 가깝고 이미 세계적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산업으로도 진출한다.
방시혁 회장의 앞서가는 위기 대응 전략 덕에 BTS 구성원들이 한 명씩 입대를 하고 사실상 그룹활동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하이브는 더욱 폭발적 성장을 지속하며 드디어 2024년 5월 1일 한국 정부에 의해 재벌로 공식 선언되는 영광에 이르는 것이다. 이제 방시혁 회장은 하이브만을 이끄는 재벌 회장이 아니라 전통산업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한국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 책임 경영인 중 한 명이 되었다. 방시혁 회장이 K Pop의 한계를 넘어서 ’본질‘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통해 World Pop, 세계 경제의 거인으로 우뚝 서 한국 경제를 이끌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 Eco Energy 대표 / Caroline University Chaired Professor / 제2대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 전 예술의전당 이사 / 전 문화일보 정보통신팀장 문화부장 / 전 한국과학기자협회 총무이사/ ‘나라119.net’, ‘서울 살아야 할 이유, 옮겨야 할 이유’ 저자, ‘메타버스를 타다’ 대표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