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이승원 지휘자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승원 지휘자는 지난 4월 2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말코(Malko)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미국, 유럽 등 대서양을 넘나들며 맹렬하게 활약하는 중이다.
이승원은 Samuel Lee라는 이름으로 말코 우승 직후 세계적 매니지먼트 회사인 영국의 해리슨 패럿(Harrison Parrott)과 한국인 음악가 최초로 계약했다. 여기에는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파보 예르비,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켄트 나가노 등 쟁쟁한 마에스트로들이 수십 명과 함께 한국인으로는 사무엘 리가 유일하다. 이 회사 내에서 돋보이는 것조차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전 세계 수많은 명 지휘자들과 경쟁해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고 확장해 나갈 수가 있을까. 정말 쉽지 않은 과제다.
일단 헤리슨 패럿 소속 클라우스 메켈레만 보아도 도저히 경쟁이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핀란드 헬싱키 출신의 클라우스 메켈레는 96년생으로 28살의 나이에 전 세계에서 마에스트로 이상의 대우를 받고 있는 중이다. 메켈레는 2020년 24살 때 오슬로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를 맡았고, 2021년부터는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이다.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는 2027년부터 음악감독직을 맡는다. 세계적 악단들이 메켈레에게 러브콜을 보내자 베를린필, 빈필과 함께 세계 3대 교향악단으로도 꼽히는 암스테르담이 2027년까지 음악감독직을 비워놓고 기다리겠다는 정도다.
이에 비해 이승원 지휘자는 90년생으로 메켈레보다 이미 6살이 많고 현직은 미국 신시내티 교향악단의 수석 부지휘자다. 이렇게만 비교하면 메켈레에 비해 많이 차이가 나는 느낌이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메켈레가 현재 걷고 있는 길이 극히 예외적으로 앞선 것일 뿐이다. 메켈레는 어려서부터 지휘를 시작했고, 그 스승이 세계적 지휘자들을 다수 길러낸 뛰어난 조련사이다. 반면 이승원씨는 음악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했고 서울 예원 예고에서 비올라를 공부했다. 예고 재학중 독일 베를린음대로 건너가 최고 연주자과정까지 마친 세계 정상급 비올라 연주자이기도 하다. 이후 다시 지휘를 공부해 오늘의 자리에 섰다. 그는 독일어 영어도 현지인 수준으로 자유로이 구사한다.
이승원씨는 160이 넘는 IQ로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는데,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지휘자로서의 중요한 장점이다. 음악이 바로 수학이기 때문이다. 이승원 지휘자는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가 기본음으로 쓰는 진동수 440의 라(LA) 음이 오케스트라마다 442, 444까지도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차이가 분명히 들린다고 한다.
이승원 지휘자의 연주를 보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나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강력한 수학적 기초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탁월한 기억력과 철저한 악보분석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곡들을 암보 연주하고 있다. 스스로도 1950년대 이전의 모든 주요 교향곡은 암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윤이상의 음악은 쉽게 들리지 않는다. 윤이상 음악을 오래 듣기는 정말 힘들다. 그러나 윤이상씨가 우리나라 작곡가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 있는 음악가인 이유는 그가 말하고 추구했던 세계가 서양인들이 잘 경험해 보지 못한 ‘동양적 미(美)‘, ’동양적 선(禪)‘의 세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양 음악적 무기는 서양인들에 비해 차고도 넘치게 가지고 있는 이승원 지휘자가 윤이상이 발견했던 것과 같은 고유의 영역을 찾아 세계인의 공감과 사랑을 받는 거장 지휘자의 길을 걷게 될 것을 믿는다.
그의 지휘는 오는 8월 3일 용평 스키장 옆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리는 제21회 평창 국제음악제 폐막 무대에서 보고 들을 수 있다. 이승원은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을 들려준다. 하지만 한여름 뜨거운 도심지를 떠나 600미터 고지 선선한 날씨의 평화로운 휴양지에서 멋진 베토벤의 명작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인데, 몇 달 전에 이미 표가 매진되었기 때문에, 주최측인 강원도에 독일 베를린 발트뷔네같은 초대형 야외 공연 장소를 찾을 것을 긴급 주문하고 싶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 Eco Energy 대표 / Caroline University Chaired Professor / 제2대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 전 예술의전당 이사 / 전 문화일보 정보통신팀장 문화부장 / 전 한국과학기자협회 총무이사/ ‘나라119.net’, ‘서울 살아야 할 이유, 옮겨야 할 이유’ 저자, ‘메타버스를 타다’ 대표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