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Foster + Partner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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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쳐]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바쁜 건축가 중 한 명인 노먼 포스터(89)의 한국 전시회 ‘미래 긍정 :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Future Positive : Norman Poster, Poster + Partners)가 큰 인기다. 전 세계 최고의 건축가를 꼽으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다른 사람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건축가를 꼽으라면 대부분 노먼 포스터를 떠올린다. 서울시립미술관은 7월 21일까지 무료로 노먼 포스터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관람객으로 꽉 찬 전시 공간 때문에 주말에는 한참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여기에 현재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이자 수천 명의 설계자 및 직원들을 이끌며 전 세계 곳곳에서 수십 년간 초대형 건축 작업을 펼쳐온 노먼 포스터의 땀이 요약되어 있다. 노먼 포스터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60여 년간 펼쳐온 건축 작업을 서울시립미술관의 공간에 모두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는 노먼 포스터 건축 전시 중 아시아 최대 규모로 기획된 것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노먼 포스터 대표작 중 하나인 미국 실리콘밸리 Apple 사옥의 초대형 모형과 설명을 볼 수 있다. 단순하고 거대한 반지 모양의 Apple 사옥은 스티브 잡스의 미니멀리즘 디자인 철학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 현대 건축미의 압권이다. 故 스티브 잡스는 비록 Apple 사옥의 완공을 볼 수 없었지만 지금 자신이 기획하고 노먼 포스터가 완성해 준 사옥에 대단히 만족하며 자랑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잡스의 후계자인 팀 쿡은 지난 6월 10일 다시 세계 1위 탈환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세계개발자대회(WWDC24)를 열고 ‘AI 시대’를 넘어 ‘Apple Intelligence’시대를 열게 된다고 설파했다. 이때 팀 쿡이 AI 시대 개막을 선포한 자리는 바로 거대한 애플 사옥 앞이었고, 스피치 이후 애플 주가는 며칠간 다시 세계 1위로 뛰어올랐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역작 독일 국회의사당도 볼 수 있다. 자존심 높은 독일은 국회를 리모델링하며 영국인 노먼 포스터에게 의뢰했다. 민주주의의 산실 영국에서 자란 노먼 포스터는 고전미를 자랑하는 석조 근대 건축의 전형적 모습을 한 의사당 건물을 현대적 소재인 유리돔으로 바꾸어 실제 국회의원들이 국사를 토론하는 광경을 일반 국민들이 거대한 투명 유리돔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획기적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요즘 독일 국회의사당의 유리돔은 투명한 의사진행을 확인하려는 독일 국민들과 기자들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전망 좋은 루프탑에서 동서남북으로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보려는 전 세계 관광객들의 베를린 필수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UAE의 마스다르 시티도 볼 수 있다. 마스다르 시티는 바로 옆에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사용하는 탄소 제로 시티를 지향한다. 마스다르 시티는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한 도시의 모든 것을 노먼 포스터가 기획한 것이다. 열사의 도시 내 모든 교통기관은 지하로 다니고 사람들은 건물 사이의 골목 그늘에서 걸어다닌다.

영국의 노먼 포스터 요양병원도 대단한 아이디어인데, 병원이라기보다 각종 꽃과 식물들로 가득 찬 아주 멋진 식물원 같은 인상이다. 의사, 간호사, 입주 노인들 모두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한 얼굴로 어울리며 꽃과 자연 속에서 생활한다.

노먼 포스터는 모든 건축물은 외부 공기가 실내로 자연스럽게 유입되어 건물 전체에 흐르는 친환경 설계가 필요하다고 한다. 초대형 건축물 내부는 몇 개 층을 관통하는 높은 천장을 비워 놓아 각 층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보아가며 직간접 교류와 공감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현재 세계 건축계에서 가장 성공한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는 전 세계에서 엄청난 업적을 쌓은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퀸 엘리자베스 생일날 기사 작위를 받고 이름 앞에 Sir 호칭까지 얻게 됐다. 노먼 포스터는 공군에서 복무해서인지 비행기를 좋아하고 세계적 공항을 다수 설계했고, 비행기를 직접 조종까지 한다. 겨울이면 노르딕 스키를 신고 눈밭을 누비는 멋쟁이 노신사다. 거물 노먼 포스터가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곳곳에 그의 건축 철학을 많이 남길 수 있기를.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 Eco Energy 대표 / Caroline University Chaired Professor / 제2대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 전 예술의전당 이사 / 전 문화일보 정보통신팀장 문화부장 / 전 한국과학기자협회 총무이사/ ‘나라119.net’, ‘서울 살아야 할 이유, 옮겨야 할 이유’ 저자, ‘메타버스를 타다’ 대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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