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gno LEE, entre Paris et Daejeon

군상, 1986, 한지에 먹, 167 x 266cm
군상, 1986, 한지에 먹, 167 x 266cm

[아츠앤컬쳐] 파리에도 한옥이 있어요? 2007년 봄에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 서울에서 오신 연구원과 사진작가를 동반해 파리의 생라자르 역에서 기차를 탔다. 파리 근교에 보쉬르센느 (Vaux-sur-Seine)에 도착하니 그곳에 기품이 가득한 한옥이 보였다. 새하얀 백발의 단발머리를 한 박인경 여사가 우리를 맞이하였다. 그녀는 고 이응노 화백의 아내이자 여류화가다. 프랑스라는 낯선 땅에 동양화의 뿌리를 내리게 하는 데 남편인 고 이응노 화백을 도와 크게 이바지하였다.

파리 고암 이응노서방 
파리 고암 이응노서방 

고암 이응노서방

아름다운 한옥 처마와 멀리 보이는 센강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곳은 현재 박 여사의 자택과 더불어 화가들의 레지던스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옥의 대가인 신영훈 선생이 1992년에 설계하였으며, 한국에서 자재를 들여오는 일부터 프랑스의 지형에 맞게 작업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랐다고 한다. 한때 동백림사건으로 한국과 모든 것이 단절되었던 부부의 고국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 파리의 한옥을 탄생시킨 모양이다.

Musée Cernuschi, 외관
Musée Cernuschi, 외관

파리의 세르누치박물관

이응노 화백
이응노 화백

파리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시아미술관이 있다. 인상파가 한창이던 시절인 1898년에 설립된 세르누치 아시아미술관이다. 흥미롭게도 한국의 화가 이응노 화백은 당시 미술관장의 권유로 1964년부터 이곳에서 프랑스인들에게 먹물과 한지를 소개했다.

1989년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박인경 여사와 그의 아들 이융세 화가의 노력으로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프랑스 제자들은 작품활동과 전시는 물론 직접 제자들을 양성하며 한국화를 전파하고 있다.

대전 이응노미술관
대전 이응노미술관

대전 이응노미술관

문자 추상과 군상으로 유명한 이응노 화백의 작품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대전의 이응노 미술관이다. 이응노 화백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볼 수 있고, 연구 및 학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양화가 아닌 동양화로 파리에서 활동하였던 드문 작가의 이력처럼 작품도 특별하다. 감옥에서도 밥풀을 이용하여 작업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작가의 강한 의지가 역력하다.

수많은 사람들을 그려 넣은 ‘군상’은 경매시장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훗날 그의 아들 이융세는 군상보다는 ‘평화’로 해석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글을 활용하여 창작한 문자 추상은 혹시 이응노가 한류를 예견한 것이었을까?

 

글 ㅣ 이화행 Inès LEE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파리 소르본 미술사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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