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sh Kapoor. My Body Your Body’ 섬유유리, 안료, 254×188.3×124.5㎝, 1999
Anish Kapoor. My Body Your Body’ 섬유유리, 안료, 254×188.3×124.5㎝, 1999

 

[아츠앤컬쳐]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많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는 인물을 꼽자면, 인도 출신의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1954.03.12.~)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독점 사용권을 보유한 '반타블랙(Vantablack)'은 빛의 99.965%를 흡수하여 시각적 혼란을 유발할 뿐 아니라, 군사 기술과 NASA의 핵심 기술에도 활용되는 물질로, 그의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오직 자신만 사용할 수 있는 색을 가졌다는 점에서 많은 예술가들의 질투와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가 완성한 작품들은 세상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강렬하고 독창적이다. 그는 항상 찬사와 비판의 경계에 서 있는 예술가이며, 동시에 동양과 서양, 종교와 이성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의 다양한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비물질성과 연계된 정신성의 탐구, 문화적 혼종성에서 비롯된 강렬한 색채, 그리고 형이상학적 세계관이다. 아니쉬 카푸어의 출생지인 인도 뭄바이는 그의 작품 세계에 깊은 문화적, 철학적, 심리적 영향을 주었으며, 그는 인도적 정체성과 서구 예술 전통 사이의 긴장과 융합을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그가 제시하는 ‘무(無)’와 ‘공간’의 개념은 인도의 불교와 힌두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비어 있음(emptiness)’을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적 조건으로 이해하며, 이러한 인도 철학적 사유는 그의 조각과 회화 전반에 깊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그의 예술에서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안료와 색채에 대한 집요한 탐구이다. 인도의 전통 예술과 종교 축제(예: 홀리 축제)에서 사용되는 강렬한 색채와 분말 안료 문화는 그의 대표적인 조형 언어가 되었으며, 2023년 한국 국제갤러리에서 전시된 작품들에서도 짙은 검정과 선혈을 연상시키는 붉은색이 교차하며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하였다.

그의 1999년 작품 《나의 몸, 너의 몸(My Body, Your Body)》은 오목한 형태의 구조를 통해 관람자가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듯, 보이지 않는 내면을 응시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인도적 종교성과 서양의 합리적 교육 사이의 문화적·종교적 이질성을 그만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정신성과 육체성의 공존

인도의 전통 철학에서는 몸과 정신, 물질과 비물질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카푸어는 이러한 개념을 현대 조형 언어로 전환해, 촉각적이면서도 명상적인 작품을 창조해냈다. 《나의 몸, 너의 몸》은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며, 보이지 않는 자아의 실체를 응시하게 만든다. 그는 이를 통해 관람자에게 내면의 형체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존재의 형상을 완성하라고 말한다.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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