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onora Carrington “La Inventora del Atole” 130×60×80cm Bronce a la cera perdida2011
Leonora Carrington “La Inventora del Atole” 130×60×80cm Bronce a la cera perdida2011

 

[아츠앤컬쳐] 꿈을 조각한다면, 그것은 어떤 형상일까. 이 질문에 평생을 걸쳐 대답한 조각가이자 화가가 있었다. 초현실주의의 마지막 생존자, 레오노라 캐링턴 Leonora Carrington. 그녀의 삶은 작품만큼이나 신비롭고 드라마틱했다.

지난 7월, 나는 스물한 번째로 멕시코를 찾았다. 사람들이 묻는다. 무엇이 그토록 나를 이 나라로 이끄는지. 이번 여정의 이유는 단 하나였다.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소, 그리고 한 명의 예술가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그 여정은 멕시코 중부 산 루이스 포토시에서 4시간 떨어진, 정글 속 마을 힐리틀라(Xilitla)에서 끝났다. 영국의 시인이자 부호였던 에드워드 제임스가 자신의 평생의 환상을 쏟아 부어 만든 ‘비밀의 정원’이 이곳에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건축물 사이로 초현실주의 거장들이 모여 교감하고 작업했던 이곳은, 캐링턴에게도 깊은 영감을 준 장소였다.

그녀는 여기서 자신의 신체, 기계, 그리고 미지의 생명체를 혼합한 듯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쳤다. 그리고 2011년,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시기에 남긴 조각이 바로 <La Inventora del Atole〉다. 높이 130cm, 너비 58cm, 깊이 80cm. 청동으로 만든 이 작품은 한 여성의 몸과 고양이를 닮은 미지의 존재가 결합된 혼종적 형상을 하고 있다. 두 손을 모으고 정면을 응시하는 표정은, 무언가 신비한 묘약을 품고도 내어주길 주저하는 듯하다. 고요하지만 압도적인 기운이 흐른다.

이 생명체는 무엇일까. 그 얼굴에는 인내하는 동물의 형상과 지긋이 감은 눈매가 겹쳐 있다. 여기엔 전통적 여성성, 초현실주의적 상징, 그리고 신화적 서사가 함께 깃들어 있다. 전쟁, 정신병원 수감, 이루지 못한 사랑, 그리고 끝내 자유를 향해 나아갔던 그녀의 생이, 이 한 조각 안에 응축돼 있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가 그녀의 그림책 <꿈의 우유>를 주제로 전 세계에 소개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의 ‘성지’ 힐리틀라를 떠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에 섰다. 2025년 9월, 그녀의 일생과 예술을 담아낸 영화가 멕시코에서 개봉한다. 제목은 단순히, <Leonora>. 언젠가 이 영화가 한국에서도 상영된다면, 나는 기꺼이 독자들에게 추천할 것이다. 왜냐하면, 꿈을 조각한 여자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