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cowboy)_Richard Prince(1989)
Untitled(cowboy)_Richard Prince(1989)

 

[아츠앤컬쳐] 리처드 프린스(1949~현재)는 파나마(Panama)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현대 미술가로, 차용(借用, appropriation)을 주된 창작 전략으로 삼아 현대 예술계에 도발적 질문을 던진 인물 중 하나이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기 시작하였으며, 광고·잡지·사진뿐만 아니라 최근에서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의 기존 대중 이미지를 재가공하여 새로운 미술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으로 명성을 얻었다. 프린스의 작업은 단순한 이미지 재사용이 아닌, 현대 소비사회와 이미지의 위계, 저작권 개념 자체에 도전하는 예술 행위로 해석된다.

리처드 프린스가 주목받은 작업은 1980년대 초반의 <카우보이(Cowboy)>(1980)였다. 이 작품에서 프린스는 말보로 광고에 등장하는 카우보이 이미지를 그대로 복제해 사진으로 제시했다. 중요한 점은 이 이미지를 자신이 찍은 것이 아니라, 기존 광고 사진을 그대로 재촬영(“rephotograph”)한 것이라는 점이다. 리처드 프린스는 담배갑에 표기되어있던 모든 텍스트를 잘라낸 후 순수 미술처럼 액자에 넣었다. 이 작업은 ‘사진의 원본성이란 무엇인가?’, ‘예술작품과 상업이미지의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원작자를 언급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의 서명으로 이미지에 ‘작가적 권위’를 덧입혔다.

이후 그는 더욱 도발적인 작업으로 예술계와 법조계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인스타그램(Instagram)> 시리즈이다. 그는 불특정 다수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스크린샷하고, 거의 수정 없이 이를 캔버스에 출력해 전시하고 고가에 판매하였다. 이 작업은 “도대체 어디까지가 창작인가?”라는 화두와 함께, 저작권법 침해 소송에도 직면하게 되었다. 리처드 프린스가 인용한 인스타그램 상의 일부 작품은 저작권법 상의 공정한 이용으로서 사용이 가능하다고 인정되었지만 일부는 저작권법 상의 복제권 침해로 판단되었다. 이 소송은 미술계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예술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누릴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든 결정적 사건이었다.

리처드 프린스는 지금도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현대미술 경매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작업은 오리지널리티, 저자성(authorship),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을 한 몸에 담고 있으며, 오늘날 예술이 법제도의 충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는다. 예술과 권리, 표현과 법 사이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리처드 프린스는, 단순히 ‘도용 작가’가 아닌, 예술과 사회 질서의 경계를 시험하는 예술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필립모리스 담배갑 이미지
필립모리스 담배갑 이미지

그렇다면 모든 사진은 저작물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동일한 사물을 찍은 사진 간의 저작권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더 나아가 사물을 찍은 사진 그 자체를 다시 사진으로 재가공하는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카메라가 등장한 초기에는 사진에 대한 저작물성에 많은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진으로 어떠한 피사체나 풍경 등을 남기고자 하는 촬영자가 해당 피사체나 풍경을 선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 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해당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므로, 사진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개념은 확고히 정립되었다. 사실상 모든 사진은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광고용 카탈로그의 제작을 위하여 제품 자체만을 충실하게 표현한 사진에 대해서는 저작물 인정되지 않는다는 예외적인 판단도 있다. 이러한 제품 사진에는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없다는 이유이다.

한편,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의 대상을 자신도 사진으로 찍어 유사한 결과를 얻은 경우가 문제될 수 있다. 다른 사진에서 본 인위적인 피사체의 선택, 조합, 배치를 유사하게 설치하고 다시 사진을 찍어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면 침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에 호소하는 시각적 저작물인 사진 저작물의 특성에 비추어 일반인은 사진 전체가 주는 인상이나 느낌을 통해서도 그 사진들을 동일 또는 유사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강대교, 남산타워와 같이 널리 알려진 조형물이나 해돋이 장면처럼 많은 사람들이 찍고 싶어 하는 풍경의 경우에는 대체로 고정된 피사체이거나 누구나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자연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사진 촬영 방식의 선택 등에 촬영자의 개성이 발휘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는 사진저작물의 고유한 속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 촬영 대상이 동일함에도, 전체적으로 보아 사진물이 가지는 인상 또는 느낌에 일부라도 차이가 있다면 각각의 사진에 모두 저작권을 개별적으로 인정하게 된다.

New Portraits_Richard Prince(2014)
New Portraits_Richard Prince(2014)

마지막으로 2차적 저작물이라는 것이 있다. 2차적 저작물은 기존에 존재하는 저작물을 기초로 하여 새롭게 창작한 저작물을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존에 존재하는 저작물’은 이미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를 받고 있는 창작물을 의미한다. 즉, 2차적 저작물은 기존에 존재하는 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 영상화 또는 드라마화 하는 등 형식이나 표현을 새롭게 바꾼 저작물로 이해할 수 있다. 완전히 독립적인 창작이 아니라, 기존의 저작물을 토대로 일정한 창작적 기여가 결합된 형태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를 종속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2차적 저작물이 되려면 원저작물과의 관계에서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였다는 의미에서의 종속성이 필요하다. 종속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완전 별개의 저작물인 것이지 2차적 저작물이라 할 수 없다.

다만, 2차적 저작물인지에 대한 개념 구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원저작물과 완전히 똑같거나 다소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동일 내지 유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를 복제물로 본다. 그러나 일정한 창작적 기여가 더해져 새로운 저작물로 인정할 만한 정도라면 2차적 저작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원저작물을 통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만을 얻었거나 원저작물을 통해 배운 자신만의 결과물을 새로운 별개의 독립작품으로 표현하였다면 이는 별개의 저작물이 된다고 봐야 한다. 다만 실제 사안에서 2차적 저작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개개의 사건에 따라 구체적으로 실질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리처드 프린스는 바로 이러한 기존의 2차적 저작물성의 개념을 파괴하는 화두를 던진 것이 아닐까?

 

글 |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변호사 / 변리사 

법학(J.D.), 기술경영학(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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