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몇 달 전 나는 배달 앱을 지웠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느 날 문득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얼굴이 붓고, 자꾸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들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저 ‘간편함’을 선택한 것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하루 세 끼 중 두 끼는 배달이나 외식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건 좀 아닌데” 싶었던 순간, 앱을 지우고 직접 밥을 해 먹기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겨 이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한다.
처음엔 당연히 불편했다. 장을 보고, 조리하고, 치우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나자 몸의 반응은 분명하게 달라졌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붓기가 줄었고, 식후 더부룩함이나 피로감도 덜했다. 체중은 이전보다 줄어들었고, 소화도 훨씬 편안했다.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 하기엔 너무 일관된 변화인데, 직업상 이런 변화를 숫자와 기전으로 설명해보지 않을 수 없겠다 싶다.
배달 음식이나 외식은 대체로 맛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WHO 권장량을 훌쩍 넘긴다. 소금과 간장을 아예 쓰지 않는 건 불가능하지만, 집에서는 최소한 조리 과정에서 그 양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짠맛이 줄어들면서 붓기와 혈압에 변화가 생기는 건 예상된 결과였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기름과 설탕 섭취의 변화인데, 배달 음식은 포화지방이나 트랜스지방, 정제 탄수화물이 포함된 메뉴가 많다. 이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준다. 반면, 집밥은 사용하는 기름 종류를 선택할 수 있고 단맛을 의도적으로 줄이거나 대체당으로 요리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대사 건강에 유리한 방향으로 식단이 정리된다. 고기 반찬 하나를 하더라도 볶거나 찌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채소를 곁들이는 구성도 훨씬 다양해진다.
무엇보다 집에서 조리한 음식은 장 건강에도 긍정적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 발효된 장류, 잡곡밥은 장내 유익균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이는 면역력이나 염증 반응뿐 아니라 정신 건강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 군집이 우울감이나 불안감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배달 음식은 기다리기만 하면 되고, 때로는 스마트폰 한 손으로 처리되는 과정이지만, 식재료를 고르고, 씻고, 썰고, 불을 켜서 무언가를 조리하는 일련의 행위는 꽤 많은 감각을 깨운다. 천천히 식사를 준비하고, 차분하게 먹는 시간 자체가 오히려 내 하루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식사 속도가 느려지고 포만감이 빨리 찾아오면서 자연스럽게 과식이 줄어든 것도 의외의 수확이었다.
물론 집밥이 모든 사람에게 항상 가능한 선택은 아닐 수 있다. 일과 시간, 환경, 여건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중 단 한 끼라도 내가 고른 재료로 만든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 그 자체가 몸에 보내는 신호로 작동한다. 음식이 바뀌면 장이 바뀌고, 장이 바뀌면 기분도 바뀌며, 그렇게 변화는 조금씩 스며든다. 배달앱을 지우고 나서 생긴 변화는 결국, 나를 다시 주체적인 리듬 속에 놓이게 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식단 조절 그 이상이었다.
글 | 김혜원
뉴로핏 (NEUROPHET) 메디컬 디렉터
신경과 전문의,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前 서울아산병원 임상강사, 지도전문의
방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