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휴가는 늘 짧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그런데 음식 앞에서는 언제나 정반대다. 먹고 싶은 건 끝도 없는데, 허락된 칼로리는 짧다.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감에 다이어트식을 찾아보기도 하고,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높게 나왔다면 당뇨식을 고민하게 된다. 최근에는 ‘저속 노화’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단순히 체중이나 혈당 조절이 아니라 노화 자체를 늦추는 식습관이 주목받고 있다. 얼핏 보면 세 가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목적과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다이어트식이다. 가장 흔히 접하는 식단으로, 주된 목표는 체중 감량이다. 저탄수화물, 고단백, 원푸드 다이어트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대부분 단기간 칼로리 섭취를 줄여 몸무게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문제는 급격한 체중 감량이 근육 손실, 대사 불균형, 요요 현상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거울 속 숫자는 줄지만, 건강을 위한 지속성은 떨어지곤 한다.
당뇨식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당뇨 환자의 혈당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식습관으로, 단순당을 제한하고 복합탄수화물을 권장하며, 일정한 시간에 균형 잡힌 양을 나누어 먹는 것이 핵심이다. 체중 감량을 직접 목표로 하지 않지만, 혈당 관리 과정에서 체중이 서서히 줄어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체중보다 ‘혈당 안정성’이다. 당뇨식은 대사 질환 관리라는 뚜렷한 임상적 목적을 가진 식단이다.
마지막으로 저속 노화식은 더 넓은 관점을 갖는다. 특정 질환이나 체중 감량을 넘어, 세포 수준에서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칼로리 제한이나 간헐적 단식은 활성산소 생성을 줄이고, DNA 손상을 억제하며,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보존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지중해식 식단처럼 채소, 과일, 올리브유, 생선 위주의 균형 잡힌 식단은 만성 염증을 줄이고, 심혈관·뇌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며,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단순히 ‘몸무게를 줄인다’가 아니라 ‘몸의 나이를 늦춘다’는 차이가 있다.
세 가지를 비교하면, 다이어트식은 단기 성과, 당뇨식은 질환 관리, 저속 노화식은 장기적인 건강 수명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셋이 완전히 배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당뇨식은 혈당을 안정화시켜 대사 건강을 개선하고, 이는 곧 노화 지연과도 연결된다. 저속 노화식의 칼로리 제한 원칙은 체중 감량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다이어트식은 무리하게 단기간에 실행될 경우 오히려 당뇨나 조기 노화를 촉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택해야 할 식습관은 단순히 ‘살을 빼는 식단’이 아니라 ‘몸을 오래 젊게 지키는 식단’이다. 다이어트식, 당뇨식, 저속 노화식은 출발점은 달라도, 잘 설계하면 서로 닮아갈 수 있다. 숫자(체중, 혈당)에 매달리기보다, 세포와 장기가 얼마나 오래 건강을 유지하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식탁 위의 선택이 결국 삶의 길이를, 그리고 노화의 속도를 바꾸는 셈이다.
글 | 김혜원
뉴로핏 (NEUROPHET) 메디컬 디렉터
신경과 전문의,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前 서울아산병원 임상강사, 지도전문의
방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