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회상, 그리고 희망을 엮다

CHIHARU SHIOTA, ‘Destination’ Courtesy Galerie Daniel Templon, Paris et Bruxelles.
CHIHARU SHIOTA, ‘Destination’ Courtesy Galerie Daniel Templon, Paris et Bruxelles.

[아츠앤컬쳐] 시하루 시오타(Chiharu Shiota)의 작품을 필자가 처음 접한 곳은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였다. 붉은 실로 엮어서 공간을 채운 그녀의 작품은 당시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비엔날레 일본관 대표작가로 전시된 그녀의 작품은 오래된 난파선이 공간의 중심에 있었고 그를 둘러싸고 공간의 바닥과 벽을 잇는 거미줄보다 더 복잡한 붉은 끈들 사이로 수천 개의 열쇠가 매달려 있었다. 당시 인터뷰를 통해 시오타는 후쿠시마 사태로 슬픔과 절망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난파선이 떠내려간 그들의 삶을 상징한다면 붉은 실에 매달려 있는 수많은 열쇠는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주는 열쇠였다.

얼마 전 파리의 봉마르쉐 백화점은 때아닌 인스타 성지로 등극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유는 바로 시하루 시오타의 작품이 백화점 내부와 쇼윈도우를 온통 흰색 실로 에워쌌기 때문이다. 백화점 한 켠에 인터뷰 영상을 통해 그녀가 실로 작업을 하게 된 동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과 폭넓게 소통하고 싶다고 전했다. 실타래를 사방으로 풀고 엮으면서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입체로 변화하는 그녀의 작업은 퍽 흥미로웠다.

© ChiharuShiota. Photo : B.Huet- TuttiCHIHARU SHIOTA, ÉGLISE ST JOSEPH
© ChiharuShiota. Photo : B.Huet- TuttiCHIHARU SHIOTA, ÉGLISE ST JOSEPH

 

작품의 모티브로 여행가방이나 액자를 활용하기도 한 그녀는 때로는 자신의 기억들을 작품으로 담아낸다고 하였다. 수많은 여행가방을 끈으로 매달아 설치된 작품 또한 인상적이었다. 또는 수많은 액자틀을 쌓아 놓고 그 안에 존재하지 않는 그림들 대신 보는 이들의 상상과 기억들을 끄집어 내기도 하였다. 수 많은 편지를 매달은 추억을 담은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몽환적인 세계, 꿈의 세계에도 관심이 많은 그녀는 수십 개의 침대를 줄지어 놓은 퍼포먼스를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PHILIPPE BRÉA/D/VILLE DU HAVRE
©PHILIPPE BRÉA/D/VILLE DU HAVRE

시오타의 작품은 올 여름 파리의 다니엘 탬플롱 갤러리(Galerie Daniel Templon)와 아브르 여름축제(Summer in Havre)에도 전시 중이다. 탬플롱갤러리는 목적지라는 전시제목으로 액자형 작품과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공간 속의 설치 작품들이 일시적이라서 영구보존이 어렵지만 액자 작품은 컬렉터들에게 인기이다. 아브르에는 생조제프 성당의 초대형 설치작품은 마치 성도들의 기도를 모아 하늘에 올리는 것 같다. 1972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일본 여류작가 시하루 시오타는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중이다. 2001년 독일에서 집이라는 테마전으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 자신을 일본작가로 국한하는 것에 대해, 작품을 너무 무겁게 바라볼 우려가 있다며 부담감을 표하기도 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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