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프랑스의 북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르 아브르(Le Havre)가 도시탄생 500년을 기념하고자 대대적인 문화예술축제를 열었다. 여름에도 가끔 선선한 바람이 부는 노르망디 지역의 이 도시는 인구 175,000여 명의 해변도시이다. 주변의 도빌해협이나 옹플레르에 비해서 관광객들에게 뒷전이었던 아브르가 이번 축제를 계기로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희망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5월말 개막식에 이어 프랑스 및 유럽 주요 언론들이 앞다투어 행사 소식을 전하면서 올여름 핫한 피서지로 새롭게 등극했다.
낯선 도시 풍경, 여기 프랑스 도시 맞아?
프랑스의 도시풍경하면 흔히 고풍스런 건축물로 잘 정돈된 풍경을 떠올릴 것이다. 100년이 넘는 건축물은 기본이고 중세시대의 건축물에서 거주하는 일도 익숙하다. 그런데 예외인 도시가 있다. 바로 아브르이다. 이 도시는 2차세계대전 당시 도시 전체가 폭격을 맞아 황폐해졌다. 이후 1945년부터 1964년까지 대대적인 재건 프로젝트
로 아브르는 새롭게 태어났다.
이 과정을 총괄한 이가 바로 프랑스의 건축가 오귀스트 페레(August Perret)이다. 콘크리트 건축가라는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로 그는 소재와 양식면에서 기존의 프랑스 건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선보였다. 이처럼 장식적인 측면이 배제된 기능성을 강조한 간소화된 직선 건축물은 다소 차갑다거나 지루한 느낌을 준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혹자는 페레야말로 진정 혁신적인 건축가였다고 높게 평가한다. 참고로 파리의 명소인 샹젤리제 극장의 건축가가 바로 페레이다. 아브르는 전후 재건 도시의 모델로 평가받으며 200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시민들이 참여한 예술축제
〈아브르의 여름(Summer in Havre)〉이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이번 축제는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홍보담당자 앙트완이 설명하기를 아브르시민들의 관광객과 외부인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는 것을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느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다소 무심했던 시민들의 태도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안내를 하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브르시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축제에서 화제가 된 프로젝트 중 하나인 해변가의 캬반느(개인 캐비넷)의 일화가 흥미롭다. 네덜란드 그래픽 아티스트인 카렐 마르텐스는 캬반느 소유주들의 참여로 그들의 캬반느에 알록달록 색을 입혔다. 마치 컬러띠를 두른 듯한 캬반느들이 여러 개 어우려져 멀리서 보면 경쾌한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열 개의 색상을 고르기 위하여 아브르 대학교 연구실과 함께 1517년 프랑소아 1세가 시를 건립할 당시의 역사자료를 기초했다.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나니 일부 참여하지 않았던 캬반느 주인들이 뒤늦게라도 참여하고 싶다고 시에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콘테이너 아치 인스타스타로 등극하다.
이번 축제로 설치된 예술품 가장 주목받는 작품으로는 콘테이너 아치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거대한 선박들과 도시의 중심인 시청을 연결하는 대로의 경계선 부두에 설치되었다. 프랑스 아티스트 뱅상 갸니베가 컨테이너 박스를 재활용하여 알록달록 색을 입혀 두 개의 아치를 교차하게끔 설치하였다. 다소 단순해 보이지만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만점이다. 그 앞에서 기념샷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니 조만간 아브르의 랜드마크로 등극할 것 같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작품들이 구석구석에 설치되어 도시 전체가 거대한 오픈 미술관을 방불케 하였다. 프랑스 예술가인 쥴리앙 베르티에는 〈러브러브〉라는 작품을 설치하였는데, 난파선 컨셉이다. 메세나로 부터 배를 기증 받아 이를 이등분하여 해저면에 설치하였다. 또한 전기공사의 대형 굴뚝을 빛으로 변화시킨 작품도 주목을 받았다. 팰리시 데스티엔 오르브가 〈금성과 화성〉이라는 제목으로 476개의 LED를 이용하여 도시의 야간 풍경을 반짝반짝 비춘다.
또한, 이번 축제의 일환으로 아브르 시립근대미술관(MUMA)에서 동성커플 아티스트인 피에르와 쥘르의 전시가 한창이다. 아브태생인 쥘르의 영향인지 그들의 작품에는 선원복장을 입은 모델이 자주 등장한다. 더불어 무마미술관은 모네의 스승으로 알려진 으젠느 부댕의 콜랙션이 유명하다. 부댕의 가족들이 사후에 아뜰리에에 보관하고 있던 수많은 작품들을 이곳에 기증하였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