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작품의 완성도보다 배급 방식으로 더 큰 주목을 받는 영화 <옥자>를 봤다. <옥자>는 세계적인 온라인 스트리밍 회사 넷플릭스가 전체 제작비 560억원을 투자하여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또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은 영화가 심사대상에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해 칸 영화제에서 또 한번 논란거리가 되었다. 기자 시사회는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개봉되는 것에 반발한 메이저 멀티플렉스영화관인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상영하지 않겠다고 하여 대한극장에서 열렸다.
나는 넷플릭스가<옥자>의 어떤 점에 매료되어 그렇게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는지 궁금했다. 봉준호 감독을 믿고 투자했겠지만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호기심에 봤던 예고편으로는 궁금증만 더 증폭되었다. 이런저런 논란거리가 만들어질수록 넷플릭스만 더 좋아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전 세계적으로 홍보된 것만으로도 제작비 이상의 효과를 누렸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하우스 오브 카드>드라마의 성공으로 단순 온라인 유통에서 벗어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큰손이 되었다. 사드로 중국 시장이 막힌 한국 콘텐츠 업계로서는 새로운 투자자로 등장한 넷플릭스가 중국을 대신할 돌파구가 된 셈이었다. 요즘 온라인 스트리밍업체들의 주력부문이 할리우드 컨텐츠에서 로컬 콘텐츠로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동남아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한류가 강세인 점을 생각할 때 넷플릭스가 JTBC의 프로그램을 연간 계약으로 수급한 것과 더불어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다.
영화는 글로벌 식품회사인 미란도 그룹의 새로운 CEO 루시(틸다 스윈턴)의 취임식부터 시작된다. 장소는 미란도 그룹의 공장인데 규모는 크지만 황량해 보인다. CEO 루시의 언행을 볼 때 정상적인 기업과는 거리가 먼듯하다. 루시의설명과 함께 보조 자료로 만화같은 그래픽이 보여지는데 판타지 장르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면서 눈도 시원한 지리산 청정지역이 나타나며 옥자와 미자(안서현)의 모습이 나온다.
영화는 옥자와 미자가 서로 감정의 교류를 하면서 같이 먹고 자는 식구와 같은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귀에 대고 속삭이는 미자의 말을 알아듣는 옥자는 가축 이상의 느낌을 준다. 미자가 매운탕이 먹고 싶다고 하자 늘 그랬던 것처럼 옥자는 물웅덩이 아래로 몸을 던져 물고기가 밖으로 솟구치게 한다. 옥자와 미자가 10년동안 다정하고 아름답게 서로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듯 산을 놀이터 삼아 놀던 미자는 지쳐 옥자의 배 위에서 잠을 잔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 늦어지자, 미자는 험하지만 빠른 지름길로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가는 도중 미자가 절벽 아래로 미끄러지는데 옥자가 몸을 날려 미자를 구하고는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이 사건을 통해 감독은 옥자와 미자를 단순한 가축과 주인의 관계를 넘어선 생명의 은인 관계로 그리고자 했다.
이런 둘의 관계는 슈퍼돼지 콘테스트를 위해 옥자를 뉴욕으로 데려가려는 미란도 그룹에 의해 위기를 맞는다. 그런데 미자 몰래 옥자를 데려가는 트럭 옆에 ALF라는 동물 보호 단체 단원들이 나타나면서 영화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양념이 추가된다. ALF를 통해 옥자의 탄생 비밀이 밝혀지고 통역의 의도적 실수로 옥자는 미란도 그룹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파헤치기 위해 뉴욕으로 가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옥자의 모습이 감상을 방해했다. 내 성격이 특별해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옥자의 모습은 귀엽거나 정이 가는 모습은 아니었다. 돼지라고 하지만 실제 돼지의 모습이라고 하기에 하마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혹시 미란도 그룹에서 돼지와 하마를 유전자 조작해서 대량생산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컴퓨터 그래픽의 실력이 더욱더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옥자의 움직임이나 실사와 합성장면이 아주 자연스러워 거부감이 없었다.
영화는 봉준호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크면 클수록 실망이 클 수 있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고 부담없이 즐길 자세로 본다면 무리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속에 나오는 육식에 대하여 한번쯤 성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라기보다 먹기 위해서 더 많은 살생을 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비인도적인 행위들이 무수히 동물들에게 가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옥자라는 상징적인 주인공을 내세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다른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러 간 사람들은 상영시간 내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는 듯한 특이한 경험을 했을 것 같다.
글 | 강인식
전 KBS, SBS PD, 전 싸이더스FNH 대표, 현 kt미디어 콘텐츠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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