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p into the void, Harry Shunk, and János Kender, 1960, © Yves Klein, 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16, © J. Paul Getty Trust. Getty Research Institute, Los Angeles (2014.R.20)
Leap into the void, Harry Shunk, and János Kender, 1960, © Yves Klein, 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16, © J. Paul Getty Trust. Getty Research Institute, Los Angeles (2014.R.20)

 

[아츠앤컬쳐] 이브 클랭(Yves Klein,1928-1962)하면 소위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표현되는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KB)’, 붓이 아닌 여체로 그린 그림의 퍼포먼스(Femmes pinceaux), 화염으로 그린 그림을 떠올릴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롭게도 그는 처음부터 예술가의 길을 선택하지 않고 유도에 심취하여 일본에서 유도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유도 사설학원을 설립하고 책자를 출판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편, 서른네 살의 나이에 심장발작으로 돌연 세상을 떠난 클랭은 짧았던 생애 동안 미술계에 위대한 족적을 남겼다. 보통 사람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그의 기발함은 프랑스 현대미술을 한 단계 앞으로 진보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미니멀리즘’은 물론 오늘날의 예술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Anthropometry, Yves Klein, UntitledShroud Anthropometry, (ANT SU 5),1960 ca, © Yves Klein, ADAGP, Paris /SABAM, Bruxelles, 2017
Anthropometry, Yves Klein, UntitledShroud Anthropometry, (ANT SU 5),1960 ca, © Yves Klein, ADAGP, Paris /SABAM, Bruxelles, 2017

<허공으로 도약(Le saut dans le vide)>

유년시절 이층집에서 살았던 필자는 종종 2층에서 뛰어내리는 꿈을 꾸었다. 너무나 생생해서 꿈인지 정말 일어났던 일인지 확신이 없던 터에 어머니께 그 이야기를 하면 키가 클 꿈이라며 현실이 아님을 일깨워 주셨다. 이렇듯 누구나 한번 쯤 꿈속에서 경험했을 고공 낙하를 사진으로나마 현실화시킨 이가 바로 이브 클랭이다. 그리고 이를 알리려고 1960년 11월 27일자 ‘일요신문’이라는 단행 신문까지 자체적으로 발행한 그는 그야말로 못 말리는 아티스트이다. 다음은 ‘미학에세이’로 잘 알려진 진중권의 글 일부를 발췌했다. “서양미술사 책에 사용할 도판을 찾다가 우연히 이브 클랭(1928~62)의 사진 <허공으로 도약>(1960)에 눈길이 간다.

사진 속의 클랭은 고개를 위로 젖히고,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허공을 날고 있다. 그 아래의 한적한 길에는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그 길의 끝으로 설치된 펜스 너머로 지나가는 기차가 보인다. 만약 저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담은 사진이라면, 아마 클랭은 바닥에 떨어져 크게 부상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순간을 정지시키는 사진의 능력에 힘입어, 그의 비행은 허공 속에서 영원성을 얻는다.”

Monochrome, Yves Klein, 1928-1962,Untitledblue monochrome, (IKB 79) 1959, © Yves Klein,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16.
Monochrome, Yves Klein, 1928-1962,Untitledblue monochrome, (IKB 79) 1959, © Yves Klein,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16.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 International Klein Blue (IKB)

클랭은 청색을 무한한 우주를 물질화한 신성한 색으로 보았다. 1954년부터 파란색만을 유일하게 사용한 모노크롬 회화작업을 했던 그는 어떻게 하면 변치 않는 파란색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던 중 수채물감이나 유화가 아닌 안료를 통하여 변치 않은 특유의 클라인 블루를 친구인 아담(Adam)과 함께 개발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클랭은 이를 국체특허청에 1960년 5월 19일에 등록하여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KB)’라는 고유의 색깔을 보유하게 되었다.

한편, 그는 관객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붓이 아닌 여인들의 나체에 물감을 적셔 이를 흰색 종이에 찍어내는 퍼포먼스를 통하여 ‘여인 붓(Femmes pinceaux)’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 외에도 화염이나 물을 분사하여 작업을 하는 등 그의 창의력은 당시로써는 파격적이었다. 클랭은 누보 레알리즘의 대표작가로 구분된다.

Klein, Yves Klein and the Blue Globe, 1961, © Yves Klein, ADAGP, Paris/ SABAM, Bruxelles, 2017, Photo © Harry Shunk and Janos Kender ©J.Paul Getty Trust. The Getty Research Institute, Los Angeles
Klein, Yves Klein and the Blue Globe, 1961, © Yves Klein, ADAGP, Paris/ SABAM, Bruxelles, 2017, Photo © Harry Shunk and Janos Kender ©J.Paul Getty Trust. The Getty Research Institute, Los Angeles

누보 레알리즘(Nouveau Réalisme)

미국 팝아트에 대한 프랑스의 회답이라 혹자는 표현했던 <누보 레알리즘(Nouveau Réalisme)>이란 무엇인가? 직역을 하자면 프랑스어로 ‘새로운 현실주의’라는 뜻이다. 이는 ‘현실을 인식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에 관한 것이다. 이는 프랑스 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Pierre Restany)의 파리와 밀라노에서 있었던 1960년도 전시와 파리의 1961년도 전시에 관한 평론으로 등장하였다. 이 글을 통해 그는 기존 회화에 대한 식상함과 진부함을 탄식하면서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의지를 설명하였다. 실상에 대한 그대로의 인식, 개념화된 인식 또는 상상을 통한 인식을 통하여 구체화하였다. 예를 들면 광고 포스터라든지 일상의 소품을 소재로 하여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표현을 작품화하였다.

누보 레알리즘의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이브 클랭(Yves Klein)과 마르시알 레이세(Martial Raysse)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아르망(Arman), 다니엘 스포에리(Daniel Spoerri)와 제라르 데샹(Gerard Deschamps)은 일상의 오브제를 누적시킨다든지 테이블 위에 음식을 차리듯 식기 등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작업하였다. 더불어 자크 드 라 빌레글레(Jacques de La Villeglé), 레이몽 앵스(Raymond Hains), 프랑수아 듀프랜(François Dufrêne)은 포스터라는 매개를 활용하여 작품화하였다. 이들은 모두 1920년대 후반에서 1930년대생 프랑스 예술가들이다. 그 외에 밈모 로텔라(Mimmo Rotella)라는 이탈리아 작가는 포스터를 활용한 작업을 하였는데 로마를 시작으로 파리에 와서 활동하였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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