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1830~1903)는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이다. 흔히 그를 ‘인상파의 아버지(le père des impressionnistes)’, 또는 ‘인상파의 큰형님(le doyen des impressionnistes)’이라고 부른다. 세잔(Paul Cézanne, 1839~1906)은 그를 ‘최초의 인상파 화가(le premier des impressionnistes)’라고 칭했다. 피사로는 실제로 마네(Edouard Manet, 1932~1983)보다 두 살이 많았고, 드가(Edgar Degas, 1834~1917)보다는 네 살이, 그리고 모네(Claude Monet, 1840~1926)보다 열 살이나 많았다.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 1841~1919), 바지유(Frédéric Bazille, 1841~1870), 시슬레(Alfred Sisley, 1839~1899) 모두 피사로보다 열 살 정도 어렸다.

무엇보다 피사로는 후배뻘 되는 다른 화가들에게 영감을 북돋아주고자 애썼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테크닉이 아니라 그들이 창작의 눈을 뜨게 하고자 힘썼다. 또한, 모네와의 관계가 남달랐는데, 둘은 늘 가까이서 지냈으며, 말년에 피사로는 에라니에서 모네는 지베르니에서 전원생활을 했다. 그 시절 이미 모네의 그림값이 피사로의 네다섯 배가 훌쩍 넘었는데, 피사로가 에라니에서 살던 집을 사는데 모네가 그돈을 빌려주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파리로 유학 온 피사로
피사로는 쿠바에서 가까운 덴마크령 생토마섬(Ile de Saint-Thomas)에서 출생하였다.그의 아버지는 포르투갈 출신의 유대계 프랑스 이민자였고, 그의 어머니는 덴마크계 크리올이었다. 참고로 크리올(Criole)은 본래 유럽인의 자손으로 식민지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잡화상이었던 그의 부친은 피사로가 열두 살이 되던 해 5년간 파리 근교로 조기유학을 보낸다. 그 기간 중에 피사로는 시골 풍경을 그리고 미술관 관람에 심취한다. 생토마섬으로 돌아온 그는 덴마크 화가인 프리츠 멜비에(Fritz Melbye)와 친구가 되어 그림에 대한 열정을 공유한다. 피사로의 아버지는 아들이 가업을 이어가길 희망했으나 결국 포기하고 화가의 길을 후원하였다.

1855년 아버지의 도움으로 파리에 와서 미술수업을 받게 된 피사로는 아카데미 스위스(L’Académie Suisse)에 등록하고 그 곳에서 1859년에 모네를, 1861년에 세잔을 만나게 된다. 한편 피사로는 1855년 만국박람회에 전시된 바르비종파 화가인 코로(Corot)의 작품을 보고 큰 감명을 받게 된다. 그 영향으로 파리 근교를 다니면서 풍경화를 그리는데 주력하였다. 1859년에 살롱전에 입선 후 이듬해 모친의 가사도우미였던 쥴리 벨레(Julie Velay)와 연인이 되어 훗날 여덟 명의 아이들을 출산하였다.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둘은 1871년에 정식 부부가 되었다.

에라니에서 전원생활
수 차례의 이사 끝에 피사로는 마침내 1884년 에라니라는 작은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피사로 부부는 막내 아들인 폴-에밀(Paul Emile)을 출산한다. 에라니 쉬르 엡트(Erany-sur-Epte)는 파리와 루앙(Rouen)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데 농촌 풍경이 평화로운 곳이다.

피사로의 식구들은 이 곳에서 자연의 품에서 마음껏 뛰놀고 그림을 그리며 전원생활을 만끽하였다. 피사로의 친구들도 이 곳을 자주 드나들면서 예술을 얘기하고 머물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피사로의 두 아들 루시앙(Lucien)과 조르주(Georges) 또한 훗날 그들의 아버지처럼 화가가 된다.

한편 에라니에 사는 동안 피사로가 작품 판매를 위하여 파리에 자주 왕래한 기록들을 볼 수 있다. 당시 큰 아들 루시앙에게 보낸 1886년 1월 23일자 편지에서 발췌하였다.
“나는 에라니에서 가족들과 함께 평화롭게 예술을 꿈꿀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단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