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coeur s’ouvre à ta voix
[아츠앤컬쳐] 파리 바스티유오페라 음악감독인 필립 조르당의 인터뷰를 통해서 카미유 생상스를 재조명해보았다. 그는 스위스 태생의 지휘자로 현재 파리 국립 오페라의 음악감독과 빈 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지휘자 아르맹 조르당(Armin Jordan)이고 어머니는 발레리나이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다니엘 바렌보임의 악장 겸 부지휘자로 베를린 국립 오페라에서 활동했다. 2007년에 파리 국립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하여 2009년 시즌부터 포디움에 섰으며, 2017년까지 계약이 연장되었다.
“처음 <삼손과 데릴라>를 접하자마자, 저는 이 작품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새로운 멜로디들, 풍부한 오케스트라, 극적인 전개 모두 감동이었죠. 프랑스의 전통과 바그너 사이에 위치한 이 작품은 매력 그 자체입니다. 악보 속에는 베를리오즈, 리스트와 바그너가 모두 들어있습니다. 또한, 카미유 생상스는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는 세상에 대한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지니고 상상력도 남달랐죠. 1908년에 <기즈공작의 암살>이라는 영화음악을 작곡했는데, 최초로 작곡된 영화음악이었죠…. <삼손과 데릴라>는 범세계적인 작품으로 오리엔트에 대한 이국주의, 북아프리아를 향한 강한 애착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성경을 다룬 작품입니다. 서양음악사를 보면 성경을 소재로 수 많은 곡이 작곡되었지만, 오페라는 드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생상스는 오라토리오를 선택했습니다. 합창부분은 바흐의 요한수난곡과 유사함을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마지막 기도부분은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연상시키죠. 이처럼 대조적인 음악을 연출한 생상스가 놀랍습니다. 그러면서도 매우 섬세합니다. 무엇보다 그를 천재 작곡가라 말할 수 있는 점은 바로 2막의 아리아 <그대 음성에 내 마음열리고>이죠. 생상스는 정말 예외적인 음색과 창의적인 멜로디를 지닌 작곡가입니다. 이번 파리 바스티유오페라의 연주를 통해 음악사에서 생상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재조명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연주에 대한 프랑스의 언론들은 오랜만에 무대에 올려진 <삼손과 데릴라>에 대한 반가움을 표했다. <파우스트>, <리골레토>와 더불어 한 때 프랑스의 3대 인기 오페라였던 <삼손과 데릴라>는 한동안 프랑스무대에서 뜸했다. 1991년 정명훈 음악감독 당시에 마지막으로 연주되었으니 공백이 긴 편이다. 이번 배역 캐스팅에 관해서는 언론과 관객 모두 흡족해했다. 특히 달리다로 분한 조르지아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아니타 라흐벨리쉬빌리는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풍부한 성량에 저음과 고음의 부딪힘이 없는 유려한 소리, 매혹적인 음색, 뛰어난 연기력까지 모두 갖춘 놀라운 메조소프라노라며 극찬을 받았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