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Damnation de Faust, Opéra national de Paris
© La Damnation de Faust, Opéra national de Paris

 

[아츠앤컬쳐] “나는 스티븐 호킹에게서 21세기의 파우스트를 보았노라!”

이번 바스티유 오페라 무대에 올려진 <파우스트의 겁벌>을 연출한 무대감독인 알비스 헤르마니스(Alvis Hermanis)는 말한다.

파우스트는 악마와 계약을 맺는 독일 전설 속의 인물이다. 마술사이자 연금술사였던요한 게오르크 파우스트(1480년?~1541년?)에 바탕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를 소재로 여러 문학작품이 탄생하였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크리스토퍼 말로,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클라우스 만, 토마스 만, 오스카 와일드를 들 수 있다.

그 중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 1권>이 1808년에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파우스트 2권>이 1832년에 출판되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당시 독일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이후 외국어로 번역되었다. 프랑스어 번역본은 당시 제라르 드 네르발(Gérard de Nerval)이 번역하여 프랑스 문화계에 소개되었는데 가히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전해진다.

프랑스의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인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년~1869년)는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를 접하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를 소재로 1829년에 <파우스트의 8장면>을, 1849년에 <파우스트의 겁벌>을 발표하였다. 후자는 작곡가 자신이 직접 오페라 코믹극장에서 초연하였다. 참고로 오페라 코믹극장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오페라극장으로 요즘도 꾸준히 수준 높은 연주와 관객들이 붐비는 명소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1849년 12월 6일에 베를리오즈 지휘로 세상에 처음으로 발표된 <파우스트 겁벌>은 철저한 실패로 기록되었다. 이어 12월 20일에 다시 연주되었으나 관객 미달로 결국 베를리오즈가 살아있는 동안 다시 연주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공백기 이후, 1897년에 <파우스트의 겁벌>은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 국립극장에서 무대연출이 배제된 오라토리오 버전으로 발표되었다.

당시 루시안느 브레발이 파가리트역으로 분하였다. 그리고 1995년에 처음으로 미장센이 동반된 오페라로 바스티유극장에서 발표되었다. 이번 2015년 발표된 라트비아 출신의 연출가인 알비스 헤르마니스의 파격적인 연출로 바스티유 무대에 올려졌다.

“우리 삶의 그 어떤 이야기도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한 드라마이다”

알비스의 표현을 인용해보았다. 연출가 알비스를 다룬 논문이 국내 계간지인 연극평론 2012년 봄호에 <알비스 헤르마니스 연극을 통해 본 라트비아 인류학>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베를리오즈의 작품 외에도 파우스트를 소재로 발표된 오페라를 열거해보면, 1859년에 발표된 샤를르 구노의 <파우스트>, 1868년에 아리고 보이토의 <메피스토펠>, 1925년에 페루시오 부소니의 <닥터 파우스트>, 그리고 2006년에 창작된 파스칼 뒤사팽의 <파우스투스, 라스트 나이트>가 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