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프랑스의 세브르 국립도자기박물관에서 한국도자기를 비롯하여 조선시대의 생활을 보여주는 코리아 마니아(CORÉE MANIA)전시가 한창이다. 이번 전시는 ‘여행가의 소설(Roman d’un voyageur)’이라는 부제로 한국에 최초로 왔던 프랑스 외교관 빅토르 콜랑 드 플랑시(Victor Colin de Plancy, 1853-1922)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였다. 한편, 코리아 마니아展은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세브르 박물관(Musée national de Céramique à Sèvres)이란? 세브르 국립도자기 박물관은 1824년에 파리 근교에 위치한 세브르시에 설립되었다. 박물관 설립 이전에 세브르는 왕실의 도자기를 공급하는 자기제조소(Manufacture de Sèvres)였다. 그 기원을 살펴보면, 1740년에 파리 근교에 위치한 벵센느(Vincennes)에 루이15세 후원으로 자기제조소가 설립되었다. 이는 당시 서유럽 최강이었던 독일의 ‘마이슨(Meissen) 자기제조소’와 프랑스의 ‘샹띠이(Chantilly) 자기제조소’를 견제한 정책하에 추진된 프로젝트였다. 이후 벵센느에 위치했던 왕실 자기제조소가 지금의 세브르로 1756년에 이전된 것이다.
세브르 왕립자기제조소는 이후 국립자기제조소로 거듭나 지금도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2009년부터 도자기 박물관과 자기제조소를 통합하여 세브르 도예촌(Sèvres - Cité de la céramique)으로 불리고 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도자기로 유명한 곳은 세브르와 리모쥬(Limoges)가 가장 대표적이다.
박물관 3층에 위치한 특별전시관에 총 5개의 전시실로 꾸며진 이번 전시의 테마를 보면 다음과 같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오면 한국환영실로 그곳에는 현재의 한국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벽면에 여러 개의 화면을 설치하여 역동적인 오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서 2실로 옮겨가면 ‘은둔의 왕국’이라는 테마로 당시 조선이 대외적으로 얼마나 개방되지 않은 채, 서양인들에게는 미지의 땅으로 인식되어 있었는지를 볼 수 있다.
이어서 3실에는 최초의 주불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빅토르 콜랑 드 플랑시(Victor Colin de Plancy, 1853~1922)의 흔적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는 남다른 아시아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이후 한국예술을 프랑스에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참고로 그가 처음으로 한국에 체류했던 1888년과 1891년 사이에 그는 세브르 도자기박물관에 권유하여 총 260점의 한국도자기를 수집하는 업적을 남겼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한국예술을 프랑스에 알릴 수 있도록 당시의 문화계 저명인사들을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언론에 알리고,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문학으로 기록하고 전파하였다.
이어서 일자로 연결되는 동선을 따라오다 보면 중앙에 4실이 위치하는데, 이 곳에는 세브르 도자기박물관이 자랑하는 걸작인 청화운용문백자가 소개되었다. 18세기 전반에 경기도 광주에서 제작된 이 도자기는 높이 60.2cm, 지름 47.2cm로 빅토르 콜랑 드 플랑시가 기증한 것이다. 고종이 그에게 선물한 것이 아니냐는 가설이 있다. 이어 5실에는 고려청자와 민화가 소개되었다. 이 곳의 수 많은 청자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예술품들은 당시 플랑시의 프로젝트로 세브르 박물관의 컬렉션이 된 것이다.
한편, 확인되지 않았지만 추측으로 남아있는 플랑시와 궁중 무희와의 사랑이야기가 전시장에 소개 되었다. 그녀는 플랑시를 따라서 프랑스에 오려다가 결국 금지되어 한국에 발이 묶였다는 설이 전해 오는데, 애틋한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연상케 했다. 전시장 한편에 궁중무용을 감상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하였을 뿐 아니라, 특별행사로 전시장에서 한국무용공연 뿐 아니라 국악공연도 선보였다.
필자가 프랑스 대학생들을 인솔하여 현장수업을 진행하였는데, 한국예술을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호기심어린 눈으로 전시장을 둘러보며 하나하나 기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전시장에 일부 프랑스 관람객들이 한국예술 마니아라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2015년과 2016년 사이에 한국과 프랑스에서는 130주년을 기념한 수 많은 문화행사가 기획되어 있다. 한류열풍이 그 이후에도 지속되길 바란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