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걸작은 최고의 교과서이다. 앤틱가구에 대하여 문외한인 사람이라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우선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칭찬해 온 걸작을 보고 접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잘 모르는 것, 생소한 것들을 보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보고 이해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프랑스 앤틱가구는 소수의 전문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지극히 생소한 분야이다.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한두 번쯤 베르사유 궁전이나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해보았다면, 어렴풋이 눈으로 기억이 날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고상한 프랑스 앤틱가구와 친해질 수 있을까? 우선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걸작부터 접해보자. 걸작을 비롯하여 많은 작품을 접하다 보면 개인적인 취향이나 남다른 안목도 생기겠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검증된 걸작을 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마침 베르사유 궁전에서 프랑스 앤틱가구의 최고 전성기인 <18세기 앤틱가구 걸작展>이 한창이다. 지난 10월에 시작한 전시는 2015년 2월까지 계속된다. 혹시라도 직접 가서 볼 기회가 있다면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말자.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이번 <18세기 앤틱가구 걸작展>은 프랑스 왕정문화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18세기 가구를 총 19개의 테마로 나누어 소개한 대규모 전시이다. 1650년부터 1790년까지 한 세기가 넘는 가구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이번 전시는 프랑스 최고의 건축가인 장 누벨의 현대적인 안목으로 재해석하여 소개되었다. 그는 18세기 앤틱가구야 말로 현대 디자인의 원천이라며 키워드를 발췌하여 테마별로 전개하였다. 루이 14세, 루이 15세, 루이 16세 가구가 총망라된 이번 전시의 주요 앤틱가구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몇 작품 살펴보았다.
앙드레 샤를 불르(André Charles Boulle)는 프랑스 가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명성은 현재도 이어져 앤틱가구를 제작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특수학교인 ‘에꼴 불르’로 전해지고 있다. 그가 남긴 업적 중 하나의 특징은 가구의 표면을 장식하는 ‘마케트리 기술’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불르의 코모드(Commode)는 1708년에 태양왕 루이 14세를 위하여 제작된 가구이다.
또한, 서랍장 정도에 해당하는 코모드 중 처음으로 제작연도가 기록된 역사적인 가구라고 한다. 초기작이라서 그런지 이후의 코모드와는 달리 형태가 조금은 어색하다. 마치 테이블 하단에 금고를 설치한 후 그 밑에 다리를 붙인 것 같이 보인다. 도금한 황동 장식과 포도주색에 가까운 대리석 표면이 강한 색상 대비를 이룬다. 부분적으로 거북이 등껍질을 활용하여 장식적인 효과를 극대화하였다. 그리고 서랍의 형태를 잘 살펴보면 위쪽 서랍은 안으로 커브를 그리면서 들어가 있고, 아래쪽 서랍은 배가 나온 것처럼 바깥쪽으로 커브를 그리며 돌출되어 있다.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이 드는 이 코모드는 전형적인 루이 14세 취향을 반영한 가구이다.
루이 15세가 사용하던 ‘실린더 책상’은 평소에는 뚜껑으로 덥혀 있는데, 상단부 중앙에 특별 제작된 왕의 열쇠를 꽂아서 돌리면 실린더가 조금씩 올라간다. 책상의 상단부 중앙에는 시계가 보이는데 반대쪽에도 같은 시각을 알려주는 시계가 설치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책상을 열지 않고도 잉크를 채워 넣을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가구 내부에 비밀문서를 보관할 수 있는 서랍이 여러 개 숨겨져 있다. 이 가구를 디자인한 사람은 당대 최고의 가구디자이너로 꼽히는 장 프랑수아 으벤(Jean-François Oeben)과 그의 후계자인 장 앙리 리즈너(Jean-Henri Risener)이다.
다양한 색깔의 앤틱가구로 꾸며진 <색상>이라는 테마의 섹션에는 청백색 코모드가 눈에 띄었다. 이 코모드는 중국의 옻칠에서 영감을 얻어서 마르텡 베르니를 칠한 것이라고 한다. 로코코풍의 이 코모드는 1742년에 마이 백작 부인을 위하여 제작된 것이다.
또한, 소파와 의자도 이번 전시에 다작 소개되었다. 그 중 금융인 피에르 크로자(Pierre Crozat)가 소지하던 이 소파는 1710년에서 1720년 제작 당시의 원상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드문 경우이다. 도금된 호두나무로 제작되었으며 적색의 가죽으로 장식된 이 소파는 루이 14세와 루이 15세 양식의 중간단계적 성격을 띠고 있다. 팔걸이는 뒤로 빠지지 않고 다리부분과 접하도록 앞쪽에 나와 있는 것과 월계수 잎 무늬, 조개 장식 같은 부분은 루이 14세 양식이 현저하다. 반면 네 개의 다리를 가운데서 십자로 지탱해주었던 ‘앙트르투와즈’가 생략되었고, 전체적인 선들이 직선이 아닌 곡선미를 보여주고 있는 부분은 루이 15세 양식에 가깝다.
이번 <18세기 앤틱가구 걸작展>은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퐁텐블로 성, 아르데코 박물관 외에도 미국의 게티 뮤지엄의 소장품이 한자리에 모인 뜻깊은 전시이다. 대부분의 가구들은 왕실가구이며 그 외에도 귀족 및 금융계 부유층을 위해 제작된 걸작들이 엄선되어 소개되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역사적인 가구 디자이너들을 열거한다. 앙드레 샤를 불르(André Charles Boulle), 앙뚜안 로베르 고드로(Antoine-Robert Gaurdreaus), 샤를 크레성(Charles Cressent), 베르나르 반리셍부르(Bernard II Vanrisenburgh), 장 프랑수아 으벤(Jean-François Oeben), 장 앙리 리즈너(Jean-Henri Riesener), 조르쥬 자콥(George Jacob)이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