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
[아츠앤컬쳐] 이 세상에 결점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는 깜빡깜빡하는 건망증 때문에 속을 끓인다. 누군가는 평발 때문에 오래 걷지 못하고, 누군가는 약한 체력 때문에 늘 약을 달고 산다.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영웅 아킬레우스는 평생 그의 약점인 발뒤꿈치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가 정이 많고 고결한 영웅으로 알려진 이유는 어쩌면 그 결점 때문은 아닐까? ‘아킬레스건’이라는 용어도 거기서 생겨났다. 발뒤꿈치에 있는 강한 힘줄을 말하는 아킬레스건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쓰이는 말이다.
아킬레우스는 여신 테티스와 인간 펠레우스 사이에 태어났다. 아킬레우스는 아버지가 인간이기 때문에 불사의 몸으로 태어나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 테티스는 아킬레우스를 불사신으로 만들고 싶어서 스틱스 강으로 갔다. 스틱스 강에 몸을 담그면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테티스는 아킬레우스를 스틱스 강물에 담갔다. 그러나 그의 발뒤꿈치를 잡은 채로 스틱스 강에 담갔기 때문에 발뒤꿈치 부분은 물에 닿지 않았다. 결국, 완전한 불사의 몸이 되지 못했고, 그의 발뒤꿈치는 아킬레우스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남게 되었다.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 최고의 장수는 아킬레우스였다. 그리고 트로이의 최고 명장은 헥토르였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그들의 대결은 명장과 명장의 만남이었다. 헥토르의 맹활약으로 그리스군이 밀리는 상황이 되자 그리스군은 아킬레우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이 자신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전투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 아킬레우스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에게 말했다.
“내가 자네 갑옷을 입고 전쟁에 나가겠네. 그럼 나를 자네로 알고 우리 군이 사기를 얻을 수 있을 거야.”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갔다. 그 전쟁에서 파트로클로스는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아킬레우스는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고통스러워했다. 슬픔에 잠겨있던 아킬레우스는 황금갑옷을 걸쳐 입고 전장에 나갔다. 친구의 원수인 헥토르를 죽이는 것만이 그가 할 일이었다. 처절한 전투 끝에 아킬레우스의 창이 헥토르에게 날아와 꽂혔고, 헥토르는 죽었다.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체를 마차에 매달고 트로이 성벽을 돌았다. 친구인 파트로클로스가 죽어있는 곳으로 시신을 질질 끌고 갔다. 시체는 너덜너덜 누더기가 되었다. 성벽 위에서 헥토르의 아버지가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 광경을 보다가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찾아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아들의 시신을 넘겨달라고 간절하게 빌었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킬레우스,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헥토르의 아버지. 그들은 서로에게 슬픔을 준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서로의 찢어지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슬픔이 그들을 하나가 되게 했고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그의 아버지에게 넘겨주었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성문까지 돌격해 들어갔다. 그때 파리스가 아킬레우스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파리스의 화살은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를 관통시켰다. 테티스가 아들을 거꾸로 쥐고 스틱스 강에 담글 때 잡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다른 몸은 모두 물속에 잠겼지만 테티스가 잡았던 그 자리만은 강물에 적시지 않았고 그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결국 아킬레우스는 목숨을 잃었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킬레우스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헥토르의 아버지가 만나는 부분은 정말 감동적이다. 그들의 입장은 서로 달랐다. 친구의 원수와 아들의 원수가 만난 것이니까.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눈물을 이해했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슬픔으로 다른 슬픔을 이해하고 그를 보듬어 안았다. 연민은 슬퍼해 본 자가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인디언들은 말한다.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고…. 한 번도 깊이 울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이 세상의 슬픈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울어본 사람이 우는 사람 심정을 안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심정을 헤아리고, 굶어본 사람이 가난을 이해하고, 사랑을 잃어본 자가 실연의 아픔을 안다. 사랑을 받아본 자는 사랑을 줄 줄 알고, 실패해본 자가 인생의 쓰라림을 안다. 그래서 한때 울고, 한때 절망하고, 한때 실패했던 사람은 타인을 그만큼 많이 이해하고 많이 배려한다. 한때 눈물이 고였던 사람은 아주 작은 일에도 크게 감동하고 그러므로 인생의 가치를 소중하게 품는 사람이다. 인생의 연습게임을 많이 치러낸 ‘인생 대표선수’는 한때 울었던, 지금 울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글 | 송정림 방송작가·소설가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1,2>, <내 인생의 화양연화>,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사랑하는 이의 부탁>, <감동의 습관>, <명작에게 길을 묻다>,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성장비타민>, <마음풍경> 등의 책을 썼고 <미쓰 아줌마>, <녹색마차>, <약속>, <너와 나의 노래>, <성장느낌 18세> 등의 드라마와 <출발 FM과 함께>, <세상의 모든 음악> 등의 방송을 집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