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공예를 담다
[아츠앤컬쳐] 공예의 본질은 물질에 있다. 청정한 백자를 구워내기 위해 백토를 연구한다. 백색의 흙일지라도 지역과 그 성분에 따라 나름의 맛이 다르다. 공예 작품의 소재가 되는 흙, 나무, 유리, 금속, 섬유 그 물질 자체가 지니고 있는 미묘한 특성과 오묘한 아름다움은 작가의 손에 의해 공예작품으로 재탄생 되어진다.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산업정보사회에서 순수한 자연의 물성, 그 고유의 멋을 귀하게 여기는 더불어 인간의 손맛을 담고 있는 공예작품은 우리의 생활 속에 섬세하고도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는다.
강웅기의 은주전자에 담긴 청주와 하얀 백자에 담긴 소담한 한식상을 상상해본다. 공예작품들로 어우러져 있는 나의 일상을 상상해본다. 삶 속에, 내가 삶을 이어가는 공간에 섬세히 다루어진 물질로, 공예작가의 손길로, 숨결로, 그의 심미안으로 다듬어진 작품이 있다. 나의 삶이 사용하고 곧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 손에 의해 만들어진 수공예작품들로 둘러싸여 있다면 어떨까? 소모성이 아닌 오랜 시간을 함께할 감성을 불어넣어 줄 일상 생활용품들.
여전히 우리의 소비는 과시적이다. 남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가 자신의 눈과 일상을 즐겁게 하는 것보다 우선이다. 자신의 감각에 맞는 자신과 교감할 수 있는 상품보다는 남들이 다 알아주는 명품을 선호한다. 우리의 일상은 기성 대량생산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소비의 패턴이 변화해간다. 현대인들은 획일화된 사회에서 남들과 차별화된 그 무엇을 갈구한다. 대량생산된 기성품이 아닌 나만의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시적 소비 경향을 띠는 현대인들에게 장인의 섬세한 손길 그 고품격 가치를 통해 눈에 띄지 않는 존재감을 부여한다. 산업정보사회에서의 숨 막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도시민들은 공예품의 자연 소재에서 전해지는 서정적 감성을 통해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기계를 통해 가공된 제품들이 우리의 일상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다른 무언가에 의해 가공되지 않은 본연 그대로의 소재를 사용하는 공예품은 환경적인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지치고 힘든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자연 친화적 아날로그적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
강웅기 작가는 은으로 주전자, 컵, 수저를 만든다. 은주전자의 경우는 한 작품을 완성해내는 데 7개월 정도가 걸린다. 은을 망치로 콩콩 두들긴다. 은을 늘어트리기도 하고 모양을 내기도 한다. 이어야 하는 부분은 용접을 한다. 표면을 처리한다.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명상을 하는 것 같다. 이 작은 작품에 온통 심혈을 기울인다. 모두 너무나 섬세한 작업이다. 사람이 사용하는 기물을 만드는 것인지라 사용함에 편리하여야 한다. 보기에도 세련되며 근래에는 실용적 기능성 공예품들이 그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사용해보고 실험을 한다. 소재를 다루는 법도 끊임없이 연구한다.
강웅기 작가의 작품은 모던하다. 은이라는 소재가 전달하는 밝음이 빛을 발하고, 우아하며, 차가운 듯 온유하고 동양적인 귀태를 지닌 미니멀한 작품이다. 금속 특히 은 작업에 관하여 안타까운 현실은 아직 한국은 은기 사용이 익숙지가 않다. 영국만 해도 은기 사용이 일상이다 보니 젊은 작가의 작품도 쉽게 판매가 되고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지만 한국에서는 판매가 흔치 않다 보니 고가의 소재인 은작품은 쉽게 찾아지지를 않는다.
강웅기 작가의 은주전자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다. 작품을 제작하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원하는 사람이 있어도 당장 구매가 어려운 형편이다. 수공예작업을 하는 장인들이 필요하다. 기술을 지니고 있는 숙련공들과 팀을 형성해야 할 단계인듯하다. 공예를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빠져든다. 더욱이 반가운 것은 공예 안에는 한국의 맛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손에 익어버린 기술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손으로 눈으로 전수되는가보다.
글 | 장신정
아트 컨설팅 & 전시기획. 국제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큐레이터.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수석 큐레이터. 홍익대학교 강사. NYU 예술경영/행정 석사. 전 MoMA P.S.1 전시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