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속 지상낙원, 나만의 방을 여는 행복의 열쇠

조성희, Blossom with star, 2019, 캔버스에 유채 및 한지, 130.3x193.9cm
조성희, Blossom with star, 2019, 캔버스에 유채 및 한지, 130.3x193.9cm

 

[아츠앤컬쳐] 조성희 작가가 하나은행 아트뱅크와 협력해 대규모 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조성희 작가의 작품세계가 하나금융그룹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성사된 것이다. 전시 제목은 「Share your Happiness : Ticket to paradise」이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우리의 행복에 관한 물음으로 작품의 만남은 시작된다.

누구나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꿈꾼다.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꿈속의 이상향을 좇다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행복의 실체는 막연하기도 하고, 모호하기도 한 처음부터 답이 없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며, 가장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조성희의 작품은 각자가 꿈꾸는 각양각색의 유토피아를 비추고 있다. 신비로울 정도의 감각적인 색채의 미학은 그녀만의 독창적인 언어다.

조성희, Violet garden, 2023, 캔버스에 유채 및 한지, 162.2x130.3cm
조성희, Violet garden, 2023, 캔버스에 유채 및 한지, 162.2x130.3cm

조성희의 작품엔 더없이 평온한 위안의 포근함이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의 무게감에 지치고 피로함을 호소하는 현대인에겐 더 큰 위로가 되어준다. 힘들지? 이 순간만큼은 어린아이여도 괜찮아. 이곳에선 잠시 현실의 짐을 내려놓고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 마치 정신적 허기를 채워주는 영혼의 지상낙원을 그려내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는 듯하다. 조성희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누구에게나 마음속 깊숙한 곳에 담아뒀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우리의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져 줄 행복의 정원이다.

조성희, Pure Blossom, 2023, 캔버스에 유채 및 한지, 162.2x130.3cm
조성희, Pure Blossom, 2023, 캔버스에 유채 및 한지, 162.2x130.3cm

조성희 작가 역시도 작품을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린 행복 정원을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수도자는 가행정진으로 꿈꾸는 이상을 좇는다면, 조 작가는 수행에 가까운 반복적인 작업 과정으로 자신만의 행복 이상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같은 색깔의 화면이라도 보는 이의 감성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고, 색다른 감흥을 전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작품들은 나만의 방을 여는 행복의 열쇠가 되어준다.

조성희, Green garden, 2023, 캔버스에 유채 및 한지, 162.2x130.3cm
조성희, Green garden, 2023, 캔버스에 유채 및 한지, 162.2x130.3cm

특히 작품의 제작과정을 보면, 한지를 그림 그리듯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과정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조성희의 작품은 작가적 신념과 자세가 작품의 완성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증명한다. 평면 작품이지만 여러 겹의 공간적 층위를 품고 있어 작품과의 거리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한다. 겉보기엔 아주 작은 원형 점들이 흩어져 있다. 그 점들은 제각각 높낮이가 다르다. 거대한 대도시를 드높은 허공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그 자체가 수많은 높낮이의 공간감이 연출하는 리듬감을 전해준다.

잔잔한 파동이 잠든 화면은 유희적이고, 명상적이며, 동시에 사유적이다. 작고 고요한 점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그 작은 점들은 별이 되어 제빛을 발하는 순간 나의 심장 박동은 불규칙해진다. 시야는 흐려지고 감각은 무뎌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마도 그녀가 풀어놓은 색채비방의 약효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스민 화면의 덫에 걸려, 전혀 예상치 못한 기분 좋은 흥분감을 경험하게 된다.

조성희, Red Blossom, 2023, 캔버스에 유채 및 한지, 227.3x181.8cm
조성희, Red Blossom, 2023, 캔버스에 유채 및 한지, 227.3x181.8cm

조성희의 그림은 생이 시작되기 전 혹은 생의 마지막 장을 넘긴 후 새롭게 만나는 뜻밖의 세상으로 만나는 설렘을 전하고 있다. 그 그림들은 고요한 영혼의 감각을 깨우는 마력을 지닌 듯하다. 그 안엔 이미 나만의 소우주가 들어앉았기 때문일 것이다. 색채의 심연으로 끌려 들어갈 만큼 매력적인 작품들을 만날 곳은 강남구 삼성동의 하나은행 Club1 PB센터 전시장이다. 초대전은 이달 4일부터 28일까지이다.

 

조성희(1949~) 작가는 50여 년 넘게 한국과 미국, 두바이 등 전 세계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미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스쿨을 수료했다. 그동안 뉴욕, 시카고, 밀라노, 서울 등 국내외에서 32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대표작인 정원 시리즈는 한지 콜라주 기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 고유의 전통 소재 한지에 수행과도 같은 노동집약적 수작업은 외국에서 더욱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정원이란 개인의 내러티브를 작품에 녹인 조성희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ㆍ세종문화회관 등 국내뿐 아니라, 시카고토레타인아트센터ㆍ뉴욕 도미노슈가 등 해외 다양한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글 | 김윤섭
명지대 미술사 박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아이프aif 미술경영연구소 대표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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